지난 1일 민선 6기 지방정부가 출범하면서 개별도시 차원을 넘어 지방정부간 유대관계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시작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의 규모와 피해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대규모화되면서 공중보건위기의 발생빈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발생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과 체계 정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의 시민단체, 기업, 유관기관들과의 재난관리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재난 대응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제3회 아시아 기후변화 국제 워크숍에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수진 교수는 지방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역할에 대해 각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기후변화대응 계획과 사업을 개발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방정부는 에너지 소비자이자 온실가스 배출원이며 규제자이면서 개발의 주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비해 외교적 부담이 없어 보다 능동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선 6기 지방정부 출범을 맞이해 기상재난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 및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공중보건위기, 지방정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방정부, 기상재난 대비하는 현장지휘체계 구축해야"
먼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이재은 교수가 '지방정부의 기후변화와 재난대응 역할'에 대해서 발표했다.
이 교수는 "집중호우·슈퍼태풍·가뭄·폭염·폭설·황사 등의 자연재난을 비롯해 얼마 전 대참사를 불러왔던 유람선(세월호) 침몰과 같은 인적 재난, 그 외 질병·가축전염병·전력대란·곡물가격 및 에너지 가격 폭등 등과 같은 사회재난 등 날이 갈수록 극단적으로 치닫는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니 만큼 새로운 생활양식을 통해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지방정부의 재난대응 역할을 제시했다. "먼저 다소 추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지방정부의 재난관리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철학이 담겨야 한다"며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 인간의 근본적 권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재난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방정부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건강을 확보하며 주민들 일상의 안전을 관리하는 일을 제 1의 책무로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질적인 재난관리에 대해 이 교수는 "지방정부들은 각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해결하는 재난관리가 돼야 한다. 실질적인 방안으로 시민단체가 재난안전 위험신고 센터를 설치·운영 하거나 재난안전 시민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행정기관 등에 의해 지역주민들이 권익침해나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고충이 생겼을 때 민원을 넣으면 해결할 수 있으므로 시민 안전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시민단체가 재난관리 및 안전 프로그램 운영으로 초·중·고 학생들을 교육해 일찌감치 안전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학부모·노인·장애인·다문화 가정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도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교·교통·쇼핑센터·다중이용시설 분야 등의 안전관리 지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역주민과 함께 재난관리를 하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정부가 재난대응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지자체 재난안전담당 공무원이 재난관리 관련 업무를 각자 전담해 전문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 또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과 함께 현장조치 행동메뉴얼 작성 훈련을 해야 할 것"이라며 "재난대응 공무원도 시민단체와 마찬가지로 재난 대응 교육·훈련·연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유관기관·시민단체와 협력적 현장지휘체계 강화 훈련을 위한 충분한 연습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중보건위기 발생 시 위기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현장지휘체계가 일원화돼야 하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수습 활동이 가능하도록 정보전달 및 통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위기 현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시민단체, 기업, 유관기관 들과의 연계성을 탄탄하게 구축해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시민과 함께 기후·환경문제 맞춤형 대응"
다음으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최영수 과장이 '서울시 기후변화 대응 현황'에 대해서 발표했다.
최 과장은 "서울은 1960년과 2010년을 비교했을 때 인구는 240만 명에서 1057만 명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으며, 주택은 46만 호에서 360만 호로 8배, 차량은 1.1만 대에서 무려 298만 대로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이러한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대기·수질오염, 쓰레기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100년간 서울의 평균기온은 2.4℃ 상승했는데, 이는 지구평균이 0.74℃ 높아진 것과 비교해 무려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가 연평균 기온, 최고·최저 기온 모두 상승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대해 최 과장은 "기온 상승, 강수량 및 강수 변동 폭 증가는 홍수·가뭄 피해를 가져왔으며, 연평균 기온 상승은 모기·진드기 등 감염성 질병 매개체가 늘어나도록 했다. 또한 최근 자주 나타나는 집중호우, 이상고온 등의 기상현상은 기후변화 피해 예방 및 대응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기후·환경 정책 추진 현황에 대해 "서울시 환경정책의 목표는 세계기후환경수도라는 타이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추진 전략으로는 민·관·산 기후환경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에너지생산을 위한 자원순환, 생태계 확보를 위한 공원녹지 확충, 수자원 관리를 통한 물 순환 도시 만들기 등이 중점 과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기후·환경 정책 추진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민과 함께 하는 '원전하나줄이기 2'"라며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해온 이 사업은 기업·가정·학교 등의 참여로 전력 소비감소와 신재생 에너지 생산 확대라는 성과를 얻었다. 시는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시즌 1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지난 2011년 9월 15일 예고 없던 순환정전 사건으로 국민은 많은 재산상 피해와 함께 정신적 피해를 입으면서 불안감이 증대됐다. 또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과 밀양 송전탑 갈등 등으로 에너지 생산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통해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화 제고, 에너지 생산을 실천해 현재까지 원자력 발전소 1기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량 200만 TOE 절감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최 과장은 "앞으로 점점 전력자립도를 높여 전력위기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갈 계획이며, 타 지역들의 에너지 생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도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미래지향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신정아(jungah63@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