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순천·곡성 국회의원 후보와 정세균 의원이 17일 전남 순천 동부상설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유세차가 서 후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순천·곡성 국회의원 후보와 정세균 의원이 17일 전남 순천 동부상설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유세차가 서 후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정현씨 입장에서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봐야지."

18일 전남 곡성의 곡성읍내에서 만난 한양호(67·남)씨는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를 밀 것"이라며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다"고 속삭였다. 읍내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그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원래는 나도 야당인데…"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왕의 남자' 간 대결로 불리며 7·30 재보궐선거 중 주요 격전지로 꼽히는 전남 순천·곡성. 이곳은 지난 2012년 총선의 광주 서을(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 39.7% 득표)과 비슷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다른 점은 지역구인 곡성이 이 후보의 고향이라는 것. 한씨의 "2012년 광주에서보다 지금이 더 좋은 기회"라는 설명은 이 때문이다.

이정현 후보와 대결하는 나머지 후보는 모두 네 명이다.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후보를 앞서며 높은 당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 후보 입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경선 과정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구희승 후보와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18대 순천, 19대 순천·곡성)의 뒤를 잇는 이성수 후보는 껄끄러운 상대다. 새정치민주연합 경선에 참여했다가 컷오프 탈락한 김동철 무소속 후보도 야권 후보로 분류된다.

<오마이뉴스>가 17, 18일 전남 순천과 곡성을 돌아다니며 선거 분위기와 여론을 취재해, 이번 선거의 네 개 키워드를 꼽았다.

[키워드 ①] '박근혜의 남자'의 아킬레스건

7.30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7일 오후,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순천 연향동 거리에서 자전거를 끌고다니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7.30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7일 오후,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순천 연향동 거리에서 자전거를 끌고다니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서갑원 후보가 이정현 후보를 9~11%p 정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가진 '호남의 새누리당 후보',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의 이력은 당락 여부를 떠나 이번 선거의 키워드를 이 후보로 만들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유권자 대부분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후보의 이름을 자주 거론했다. 18일 만난 이아무개(56·남·공무원)씨는 "민주당, 통합진보당 모두 찍어봤는데 순천에 도움된 게 없다"며 "정권 실세라고 하니 이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17일 순천 연향동에서 만난 이아무개(77·남)씨도 "전라도에서 한 번 정도는 바뀌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청와대에서 큰 일을 했던 이 후보면 표를 줄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회사원 장영(43·남)씨는 "아버지가 누굴 찍겠다며 대놓고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게 이 후보"라며 "회사 동료들도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의 대부분이 '정권 실세'를 거론하고 있지만 정작 이 후보는 '박근혜 마케팅'을 극도로 자제하며 '왕의 남자 간 대결' 구도를 꺼리는 모양새다. '예산폭탄'과 같은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박 대통령은 일절 거론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향한 반감이 큰 지역 정서상 오히려 박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컨셉도 '조용한 선거운동'으로 잡았다. 주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빨간 조끼를 걸친 채 구형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 곳곳을 돌고 있다. 명함도 거의 돌리지 않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언론에 일정도 공개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가 17일 로드인터뷰를 한 것을 제외하곤 언론 인터뷰도 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 "25년만에 새누리당 후보 당선, 이것이 진짜 발전").

지역 정가에선 "이 후보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질수록 이 후보에게 불리한 선거가 된다"며 "당선 가능성을 상당히 높이 봤던 2012년 총선 당시 광주 서을에서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투표장에 들어가야 아는' 호남민심이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키워드 ②] '노무현의 남자'의 아킬레스건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전남 순천 동부상설시장에서 정세균 의원과 유세를 하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전남 순천 동부상설시장에서 정세균 의원과 유세를 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정현 후보가 순천·곡성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선과 함께 막을 내렸을 것이다. 그만큼 호남에서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는 강고하고, 이는 "이 후보 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상황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가 앞서는 힘이다.

18일 순천 동부상설시장에서 만난 정아무개(52·여·순천 해룡면)는 "새누리당 지지는 꺼려진다"며 "주변 사람들을 봐도 '그래도 전라도라' 서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 많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송아(28·여·순천 연향동)씨도 "박근혜 정권이 하고 있는 걸 보고 어떻게 새누리당 후보를 찍나"라며 "이건 지역감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힘이자 아킬레스건이듯, 서 후보에게도 새정치민주연합은 힘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6월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최근 공천 파동까지 겪으면서 지역 유권자들은 "야당 간판만으론 서 후보가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분위기를 내보였다. 공무원 이아무개(27·순천 월등면)씨는 "둘 중에 한 명을 고른다고 하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겠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좋아서 고르는 건 아니다"며 "선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론에 맞서 서 후보 측은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며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또 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비서관을 역임했던 이력을 앞세우며 "심판 받아야 할 정권에게 정권의 수호 무사(이정현 후보 지칭)를 당선시켜 면죄부를 줄 순 없다"고 자신과 이 후보를 대조하고 있다.

2011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것도 서 후보에게 약점이 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많은 유권자가 당시 사건을 인식하고 있었다. 서 후보 측은 "(의원직 상실형이) 정치탄압이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서갑원이 다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될 수 있었다"며 반박하고 있다(관련기사 : "'여왕의 남자', 호남을 위해 그동안 뭘 했나").

[키워드 ③] 군소후보, 누구의 아킬레스건?

7·30 재보궐선게에서 순천·곡성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구희승 무소속 후보(왼쪽)와 이성수 통합진보당 후보.
 7·30 재보궐선게에서 순천·곡성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구희승 무소속 후보(왼쪽)와 이성수 통합진보당 후보.
ⓒ 구희승 후보 페이스북,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2강 구도 속에서 이성수 통합진보당 후보와 구희승 무소속 후보가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두 후보가 야권 후보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후보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 서갑원 후보 입장에선 불리한 상황이다.

순천·곡성이 김선동 전 진보당 의원의 지역구였기 때문에 이성수 후보는 '제2의 김선동', '박근혜 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정희 대표가 18일까지 이 지역에 머무는 등 당력이 모이기도 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엽합 경선 도중 경선 방식을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구 후보는 서 후보의 표를 직접적으로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고 있다. 구 후보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과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이 10~15일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유선 RDD 600명, 무선 패널 200명, 평균 응답률은 27.6%,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5%p).

7·30 재보선 순천·곡성 국회의원 선거에 얼마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출마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 순천 동부상설시장 인근에 붙어 있는 선거 포스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7·30 재보선 순천·곡성 국회의원 선거에 얼마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출마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 순천 동부상설시장 인근에 붙어 있는 선거 포스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키워드 ④] 인구는 적지만... 곡성의 표심

곡성은 이정현 후보의 고향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곡성에서 만큼은 이 후보가 서 후보를 앞서고 있다. 18일 곡성읍내의 한 상점에서 만난 윤아무개(70·남)씨는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했고, 당원이기도 하다"면서도 "이번에 곡성은 이정현 후보를 미는 분위기이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양호(67·남)씨는 "곡성에서 김효석 전 의원을 세 번이나 밀어줬어도 큰 변화가 없었다"며 "(이정현 후보가) 고향사람이라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순천에 곡성 사람이 많이 나가 있는데 '순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전화가 많이 온다"며 "곡성의 유권자 수가 순천에 비해 1/10 밖에 안 되지만 곡성에서 지지하면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순천의 유권자 수는 21만 5000여 명으로 곡성(2만 7000여 명)에 10배 가량 많다.

한편 곡성 여론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젊은층의 경우엔 새누리당을 향한 반발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18일 만난 회사원 문애정(25·여)씨는 "곡성에서 이정현 후보를 미는 분위기가 있지만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7·30 재보선 순천·곡성 국회의원 선거에 얼마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출마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 순천 연향동의 한 거리에 순천·곡성 국회의원 후보들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7·30 재보선 순천·곡성 국회의원 선거에 얼마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출마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 순천 연향동의 한 거리에 순천·곡성 국회의원 후보들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태그:#7·30 재보궐선거, #순천, #곡성, #이정현, #서갑원
댓글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