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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5호선 변 붕어섬. 연간 25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화천의 진입로는 2차선 국도와 지방도가 유일하다
 국도 5호선 변 붕어섬. 연간 25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화천의 진입로는 2차선 국도와 지방도가 유일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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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량이 적기 때문이다? 6년 전에 교통량 조사를 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을 하는 거냐. 4차선 확장이 어렵다면 주민 모두는 설명회를 듣지 않겠다. 이건 화천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지난 7월23일 화천군 청소년 수련관에서 국토교통부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서 주관하는 '국도 5호선 춘천~화천 도로건설공사 실시설계용역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최문순 화천군수, 이흥일 화천군의회의장, 각급사회단체장, 화천군의회의원을 비롯한 주민 150여 명이 참석한 자리. 설명회 청취를 거부했다.

"이미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 더 이상 화천을 무시하지 마라"

지난 7월23일 ‘국도 5호선 춘천~화천 도로건설공사 실시설계용역 주민설명회’가 화천에서 열렸다.
 지난 7월23일 ‘국도 5호선 춘천~화천 도로건설공사 실시설계용역 주민설명회’가 화천에서 열렸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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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길이 19.68㎞인 '국도5호선 춘천~화천 도로건설공사'는 3공구(1공구5.30km, 2공구6.30km, 3공구(8.08km)로 나누어 추진된다. 문제는 춘천구간인 1공구와 2공구는 모두 4차선으로 시공되나 3공구(8.08km)인 화천구간은 2차선으로 선형만 개량한다는 데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교통량이 적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교통량 조사를 6년 전에 하지 않았느냐? 이후 교통량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최근에 조사를 한 적이 있느냐?"
"춘천에서 화천으로 진입하는 노선은 407지방도와 국도 5호선이 유일하다. 모두 2차선이지만 국도가 지방도보다 폭이 넓다. 그런데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지방도 이용률이 높다. 이유가 뭔지 관계당국은 아느냐? (국도 관계자 입장에서)한마디로 쪽팔리지 않느냐?"

주민들의 말은 '교통량 조사 시 지방도는 배제하고 의도적으로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도5호선에 대해서만 실시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또 (조사 시점인 6년 전)이후 교통량이 수십 배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4차선으로 시공을 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2차선을 개량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국도5호선 계획구간. 화천지역인 3공구만 2차선으로 계획되어 있다.
 국도5호선 계획구간. 화천지역인 3공구만 2차선으로 계획되어 있다.
ⓒ 원주지방국토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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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에 열리는 산천어축제를 보자. 15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그렇다보니 평소 춘천~화천까지 35분 정도 걸리는데 축제시기엔 2시간 내지는 3시간이 소요될 때도 있다. 3개 사단이 인접해 있다 보니 화천을 찾는 면회객도 연간 50만 명에 이른다. 또 탱크나 장갑차 등 군용트럭을 만나면 춘천까지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매년 150여 만 명이 참가하는 산천어축제 관광객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중된다. 그러다 보니 춘천에서 화천까지의 2차선 국도와 지방도는 커다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축제로 인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화천군은 4계절 관광지를 표방하고 나섰다. 동남아 관광객도 연간 수만 명에 이른다. 산천어축제를 제외하고 연간 화천을 찾는 관광객 또한 100여 만 명에 이른다.

화천~춘천까지 가는 길, 군부대 작전으로 인한 탱크나 장갑차 행렬이라도 만나면 40여 분이 아닌 2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말이다. 꼬불꼬불한 2차선 국도와 지방도에서 군용차량 행렬의 추월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 최문순 화천군수의 설명이다.        

강원도 화천군은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진입로는 2차선 국도 내지는 지방도가 유일하다. 그 흔한 철도나 고속도로도 없다. 인구는 6만 명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군인이 3만5000명, 주민은 고작 2만5000명에 불과하다. 1개 군(郡) 단위 지역에 3개 사단이 집결된 지역 또한 전국적으로 유일하다.

이에 더해 38선 이북지역이란 여건 때문일까, 수도권 사람들은 화천이 상당히 먼 곳에 있는 동네인 줄 안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2시간여 밖에 소요되지 않는데도 그렇게 생각한다. (38선 이북지역이라는)지리적 여건상 마음에 와 닿는 거리 때문이겠다. 

국토부에서 당초에 계획한 동서고속철도 : 파란선, 화천군민들이 요구하는 노선 : 붉은색. 공사편의를 위해 화천을 뺐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국토부에서 당초에 계획한 동서고속철도 : 파란선, 화천군민들이 요구하는 노선 : 붉은색. 공사편의를 위해 화천을 뺐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 주민설명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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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속철도도 그렇고 정부에선 화천이란 지역을 대한민국에 아예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설명회장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 한 주민의 말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춘천~속초 고속철도(이하 동서고속철)'의 당초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화천은 제외되었었다. 춘천, 양구, 인제, 속초 구간의 예바타당성조사에 대해 화천군민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예비타당성조사에 화천을 추가했을 경우 비용편익분석(B/C)이 높음에도 공사편의를 위해 화천을 제외시킨 데 대한 반발이었다. 결국 국토부에서는 화천군민들의 의견을 예비타당성조사에 반영키로 했다. 

동서고속철에 이은 국도5호선 2차선 공사. 열악한 여건에 놓인 지역의 낙후를 가중시키는 정부정책에 대해 화천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더 이상 지역주민을 기만하고 의견을 무시하는 정부편의 정책을 펼치지 말라는 경고다.

한편, 국토부 원주 관리청 관계자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이 6년 전에 교통량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매년 국토교통연구원을 통해 교통량 조사를 실시한다"면서 "이 자료에 의하면 4차선이 불가하다는 거다, 경제성 분석에서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기자가 '매년 교통량 조사는 407 지방도는 제외하고 국도 5호선에 대해서만 실시한 건가'라고 질문하자,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계획된 2차선은 기존 2차선과 다르다"면서 "폭이 넓어지고 교통사고 예방 등 운전자의 편의가 고려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화천주민들이 4차선을 계속 요구한다면 화천구간(3공구)은 공사를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국도5호선, #춘천~속초고속철도, #동서고속철도,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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