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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제도 두는 자체가 불합리한 교육행정입니다.
▲ 비정규직 차별하는 울산시 교육청 비정규직 노동제도 두는 자체가 불합리한 교육행정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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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께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으로부터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뜯어보니 '차별시정사건 처리결과 통보'라는 제목으로 온 문서였습니다. 문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니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귀하가 울산시교육청 대표 김복만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사건을 조사한 바, 귀하에 대하여 가족수당·정액급식비·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은 피 진정인의 행위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의 2 제1항에 의거해 차별적 처우의 시정을 요구했으나 사용자(울산시교육청)가 시정 기한까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해 같은 법 제15조 2 제2항에 따라 해당 사업장의 차별적 처우를 지방노동위원회로 통보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어 6월 28일께에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서 또 다른 문서 우편물이 도착해 뜯어봤습니다. 그 문서에는 울산시교육청 차별 시정 신청 사건(부산 2014 차별3)을 접수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진행 절차 안내문도 첨부돼 있었습니다. 이 문서가 오기까지는 이러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내가 노동부에 차별시정 진정서를 올린 까닭

저는 지난 2011년 4월 초부터 제가 사는 구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어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그렇게 저는 두 곳의 초등학교에서 '시설관리'라는 직함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한 곳에서는 1년을 3일 남짓 남겨두고 잘렸고, 또 한 곳에서는 1년 7개월 만에 느닷없이 계약해지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총 2년 7개월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교육 관료들에게 온갖 수모와 멸시를 참아가면서 오로지 가족 생계를 위해 일했습니다. 지난 2014년 2월 28일부로 강제로 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받아온 차별, 가족수당·정액급식비·복지포인트 미수령 등이 억울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2월 중순께 노동부에 차별시정 진정서를 올리게 됐습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진정서를 올리고 기다리니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해서 그동안 모아놓은 여러 자료를 챙겨 근로감독관을 찾아갔습니다. 근로감독관은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5·6월까지도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7월 초가 돼서야 우편물로 결과 문서가 왔습니다.

그동안 저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까봐 안절부절했는데, 차별 시정 통보서를 받고 보니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문서에는 그동안의 조사 결과가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차별 시정 통보서>

근로자 : 변창기
사용자 : 울산시교육청 김복만

가. 통보 취지
1)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에게 가족수당·정액급식비·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임을 인정한다.
2)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 가족수당 159만7400원, 정액급식비 259만5800원, 복지포인트 111만8330원을 지급하라.

울산시 교육청은 저에게 체불임금 지급해 주세요.
▲ 노동청서 보낸 문서 울산시 교육청은 저에게 체불임금 지급해 주세요.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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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의 근로감독관은 조사 과정에서 두 가지 쟁점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비교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였습니다. 저는 "저 혼자 일한다고 비교 대상이 왜 없느냐, 제가 오기 전 정규직 주무관이 있었고 제가 정리해고 된 뒤 온 주무관도 정규직이다"라면서 "그들은 왜 비교 대상이 아니냐"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사용자(울산교육청)는 "사업장을 소속 학교로 한정할 경우 근무 당시 비교 대상 근로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이 보낸 문서에 기록돼 있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조사 결과 "이 사건 근로자는 시설관리직 공무원 결원에 따라 행정 대체 인력으로 고용됐으며, 예산의 집행통제권이 이 사건 사용자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용자 소속 다른 학교 근무 시설 관리직 공무원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라면서 제 의견을 인정했습니다.

저는 울산시교육청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옆으로 나란히 물 위를 떠내려 가는 종이배도 비교 대상이 되지만, 앞과 뒤로 나란히 떠내려 가는 종이배도 비교 대상이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울산시교육청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것은 마치 냇가에 구정물과 맑은 물이 동시에 흘러야만 비교가 가능하고, 구정물이 먼저 흘러간 상태에서 지금은 맑은 물만 보인다면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발상 아니겠습니까.

"기간제에게 임금·각종 수당 미지급한 것은 차별"

또 하나의 쟁점은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느냐 없느냐'였습니다. 저는 "기간제임을 이유로 임금·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해 사용자인 울산시교육청은 "이 사건 당사자는 학교 시설물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단순 경미한 업무에 국한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 비해 시설 관리직 공무원은 각종 시설행정업무·공문서 수발·금융기관 출장업무·시설관련 공문작성·물품 품의 및 구입·비밀문서 취급 등 각종 일반 행정업무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차별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근로감독관은 "다른 임금 체계는 정규직 공무원의 직급별 체계로 주어지는 경우라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지만, 가족수당·정액급식비·맟춤형 복지제도의 경우 업무량 등과 무관하게 재직 중인 공무원 전원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복리후생적 목적이 일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장기근속 유도와 직접 연관시키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라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저는 2년 7개월 동안 일했고, 제 의견과 상관없이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근무 형태는 일용직'이라고 돼 있어 임금 형태도 일당제였습니다. 따라서 일당 5만3160원을 한 달로 계산해 월급으로 받아왔습니다. 출근 일수와 주차·월차를 모아 주어지는 월 급여가 150여만 원이었는데, 여기에서 4대보험과 식비를 공제했습니다. 순 수입으로 많게는 120만 원, 적게는 100만 원이 고작이었습니다.

저는 비정규직으로 정규직과 차별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시정을 요청했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의 근로감독관은 오랫동안 이 사건을 검토한 결과 일부 차별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7월 초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사용자인 울산시교육청에 '차별된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울산시교육청은 아직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 진정 사건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으로 올라갔습니다. 저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소개해준 노무사를 통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울산시교육청 김복만 교육감님. 이제 그만 차별을 인정하고 제게 마땅히 지급돼야 할 체불임금을 지급해 주십시오.


태그:#울산시 교육청, #김복만 교육감, #체불임금, #차별시정, #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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