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완벽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생이 송두리째 덜컹거린다. 살면서 한번쯤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인연 중 하나일 뿐이라 여기고 외면도 해보지만, 결국 머리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 사람을 향해 직진! 그러나 그토록 아름다운 로맨티스트 드라큘라 백작이 아니었다면, 직진은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게다.

그토록 아름다운 로맨티스트 ‘드라큘라’ 백작이 아니었다면, 직진은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게다.
 그토록 아름다운 로맨티스트 ‘드라큘라’ 백작이 아니었다면, 직진은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게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김준수와 류정한의 출연,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과 데이비드 스완 연출 등 <지킬앤하이드> 제작진의 참여 소식만으로도 뮤지컬 <드라큘라>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를 반영하듯 7월 15일 개막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드라큘라>는 충분히 강렬한 비주얼로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극의 구심점인 드라큘라와 미나의 로맨스는 받아들이기 녹록지 않다. 400년간 마음속으로 그려온 연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드라큘라와 운명처럼 그에게 흔들리는 미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정작 드라큘라는 미나를 자신처럼 살게 할 수 없다며 최후의 선택을 한다. 쉽게 말해 '너는 내 운명'이지만 '사랑하니까 보내준다'라고 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인 점은 감안하더라도 설득력이 부족한 극의 전개는 <드라큘라>의 발목을 잡는다.

김준수의 붉디붉게 물들인 머리칼이 주는 강한 인상과 절절한 연기는 머리로서는 절대 이해하기 어려운 드라큘라의 로맨스를 믿고 싶게 만든다.
 김준수의 붉디붉게 물들인 머리칼이 주는 강한 인상과 절절한 연기는 머리로서는 절대 이해하기 어려운 드라큘라의 로맨스를 믿고 싶게 만든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무대는 대극장임에도 화려한 장식 대신 4중 턴테이블을 이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이 무대장치는 도넛 모양의 원형 테이블을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각각 회전시켜 드라큘라의 성과 기차역, 미나의 방 등의 다양한 공간을 연출한다. 하지만 이 또한 극적 긴장감 조성이라는 순기능을 넘어선 잦은 회전으로 되레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드라큘라>는 이 모든 결점을 김준수의 매력으로 커버해낸다. 붉디붉게 물들인 머리칼이 주는 강한 인상과 절절한 연기는 머리로서는 절대 이해하기 어려운 드라큘라와 미나의 심정을 믿고 싶게끔 만들 정도다.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죽음(토드)과도 닮아있다.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죽음(토드)과도 닮아있다.
ⓒ EMK뮤지컬컴퍼니/오디뮤지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그의 팬들이야 놓칠 리 없었겠지만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 같은 극장(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엘리자벳>의 죽음(토드)과도 유사점을 갖는다. 살아있다고 그렇다고 죽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애매한 존재로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 특히 한 여인의 곁을 그림자처럼 맴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그들이 사랑하는 여인을 대하는 방식이다. 죽음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춰야한다"며 이기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비해 드라큘라는 "네가 싫다면 나타나지 않겠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거'라며 한걸음 물러나 미나의 감정을 존중한다. 이는 전지전능한 신과 한때나마 인간이었던 드라큘라의 태생적인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준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해온 날카롭고 잔인한 드라큘라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의외로 인간적이며 순수한 사랑을 지키는 로맨티스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덕분에 운명에 기댈 수밖에 없는 드라큘라의 로맨스는 가까스로 생을 연명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뮤지컬 드라큘라, #문화공감, #김준수, #뮤지컬 엘리자벳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