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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 원만 투자해. 10년 후 100억 원 만들어 줄께"

이 책 <복지공화국>(유현숙, 2014 초이스북 펴냄) 속에서 김중후 목사가 주인공 병철에게 제안하는 말이다. 실제로는 작가가 만난 목사로 작가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사례 ➀

군사정권시절,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부적응자(부랑인)를 사회에서 축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을 때 그들을 수용하는 시설을 국가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다. 한해에 20억 원씩 국고 지원을 받는다.

1987년 3월 22일 구타로 한 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한다. 수용자들을 감금하고 폭행하면서 중노동을 시켜 착복한다. 성폭행까지 일어난다.

12년 동안 구타로 513명이 죽어나간다. 일부 시신은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300~500만 원씩 받고 판다. 원장 박인근은 횡령죄로 가볍게 2년 6개월 형을 받고 나온다. 이름을 '형제복지재단'으로 바꾸고 1000억 원대의 복지재벌 총수가 된다. 부산 '형제복지원' 이야기다.

#사례 ➁

정부로부터 각종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식자재업자와 짜고 부식비 납품가격을 부풀려 계산하여 차액 2400만 원을 챙긴다. 노인들의 예금통장에 있던 2300만 원을 마음대로 사용한다. 그 돈은 아들의 유학비, 딸의 학원비와 생활비로 사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안 되니까 가족 운영체제로 운영한다. 부산의 모 요양원 이야기다.

근무하지 않은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을 근무한 것처럼 꾸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인건비를 횡령한다. B요양원은 16억 8700여만 원, P요양원은 7억 8700여만 원의 요양급여를 챙긴다. 국비와 지방비 15억 5600만 원을 받아 요양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공사계약과 선급금 지급을 대가로 돈을 요구해 6000만 원을 받아 챙긴다. 심지어 사망신고를 하지 않아 요양급여를 챙긴다. 매스컴에 등장한 요양원들의 이야기다.

#사례 ➂

5000만 원을 투자하여 변두리 땅을 빌리고 비닐하우스를 짓는다. 100명의 노숙자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복지시설을 갖추고 가구며 침구 등을 마련한다. 물론 모든 가구와 침구, 앞으로 수용자들에게 공급할 옷이나 식재료는 독지가들의 지원을 받는다. 이를 지원받는 일은 그간 복지 분야에서 선한 사람으로 인정받은 종교인이 감당한다.

국가 복지예산에서 1인당 87만 원씩 타낸다. 수용자에게 들어가는 모든 것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그 돈은 안 쓰고 모은다. 한 달에 8700만 원, 일 년이면 10억 4400만원이 모인다. 10년만 이런 복지시설을 운영하면 100억 재벌이 된다. 이름 하여 복지재벌 프로젝트의 완결판, 이 책에 등장하는 요양시설 '복지공화국' 이야기다.

늘어나는 복지예산, 늘어나는 복지재벌

복지예산,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복지예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기획재정부자료)
 복지예산,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복지예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기획재정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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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①,②는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이야기다. 사례 ③는 책 <복지공화국>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리 다른 점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시 책표지를 보니, 소설이 아니고 팩션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란 얘기일 터.

김중후 목사는 5000만 원을 투자하면 10년 후 100억대 복지재벌을 만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는 이 분야(복지기금을 어떻게 빼돌려 부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에 전문가다.

자신은 돈에는 무관한 선한 사람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철저히 한다. 병철은 이 제안을 받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그는 돈이 모이는 것을 보기 위해 큰 금고에 돈을 차곡차곡 쌓으며 금고를 열 때마다 자신의 성공을 자위하며 행복해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김중후 목사는 이름만 바꾼 실제 인물이다. 김 목사는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등을 돌며 재고물건들을 가져와 복지시설에 보내주는 일을 하는, '시장 목사' '동냥 목사'로 알려진 사람이다. 작가는 김 목사를 취재하며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인데 소설에서는 천국교의 교주이며 이중인격자로 소개된다.

"복지기금을 집행하고 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동안 복지재벌이 독버섯처럼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음도 알았다. (중략) 요즘 사회의 최대 이슈는 복지이다. 우리나라 복지기금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복지기금은 신흥복지재벌 양성에 기여하는 꼴이 되어 결국 복지기금의 최대수혜자는 복지재벌이었다.(본문 7쪽)

"이 땅의 복지기금은 현재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새나가고 있다. 너도 나도 복지를 외치고 복지를 원하지만, 이 나라 복지가 나가야 할 방향, 복지기금의 관리 및 집행에 대해서는 아무도 묻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이젠 돈 벌고, 재벌이 될 수 있는 마지막 분야는 복지밖에 없다는 말이 나돌까?"(본문 8쪽)

복지재벌,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

2014년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안, 8.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안, 8.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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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회장은 앵벌이 두목이었다. 병철이는 그 밑에서 앵벌이들을 관리하며 빌붙어 살았다. 사건이 터져 김철수 대신 병철이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 보니 김철수는 '애정희망복지원'이란 타이틀의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회장님이 되어있다. 정신요양원, 노인요양원, 유료노인요양원 등 직원만 해도 수십 명, 의사, 간호사들이 즐비했다. 골프장도 계획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불쌍한 사람을 돕는 일로 유명해져 TV에도 출연했다. 그와의 재회는 병철로 하여금 자신도 그런 복지원을 갖는 꿈을 갖게 만들었다. 병철의 눈에 김중후 목사는 교인도 교회도 없지만 선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김 회장이 필요하다면 물품들을 구해다 주는 천사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김 회장의 부의 축척과 성공도 다 김중후 목사가 만든 것이었다. 병철은 김중후 목사의 제안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5000만 원을 투자하고 '복지공화국'이란 간판을 달고 복지재벌의 꿈을 향하여 달려간다. 이들에게 노인들이나 노숙자들은 단지 돈을 벌게 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복지가 우리나라 새로운 재벌을 만들고 있는 거 모르냐? 개나 소나 복지를 외치는데 과연 복지예산이 어떻게 잘 쓰이고 있는지 점검이나 하는지, 원. 예산 많이 만들어 쏟아 부으면 되는 줄 알지? 이걸 악용하는 복지재벌이 쑥쑥 나오고 있다네. 부동산 투기에 못 껴봤지. 이 기회에 복지재벌에 한 번 속해 보게나."(본문 123쪽)

김중후 목사의 이런 제안은 병철에게는 바라는 바였다. 앵벌이 두목 김철수 회장의 득세를 보며 그 못지않은 재벌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었는데 하늘이 준 기회가 이른 것이다. 김중후와 병철의 눈물겨운 사기행각은 결국 병철이 복지재벌이 되고, 김중후는 사이비종교 천국교 교주로서 김철수와 병철을 수하에 두는 꿈에 젖게 한다.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어느 정권도 다른 분야 예산은 깎아도 복지예산 만큼은 늘리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복지가 사회 트렌드가 되어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3년에 이르기까지 복지예산은 줄어든 적이 없다(도표 참고). 2014년도 예산안도 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이 8.7%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복지공화국>은 감시의 눈초리를 쉬지 말 것을 당국과 시민에게 주문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복지공화국> 윤현숙 팩션 | 초이스북 펴냄 | 2014년 초판 | 320쪽 | 값 13000원



복지공화국

유현숙 지음, 초이스북(2014)


태그:#복지공화국, #윤현숙, #복지정책, #요양원, #복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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