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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년 전, 일본 청년단체인 비타민유니온(나까마유니온의 청년 지부) 위원장은 일명 '빠징코'라 불리는 사설 도박장에서 일하다가 상사의 의도적인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반강제 퇴사를 당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현재 우울증도 산재로 인정해 달라는 재판을 진행 중이다.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우울증 때문에 아직도 지하철을 타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마음은 멍투성이다.

한일 양국의 문제인 "청년에게 일자리를" 구호와 일본에서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블랙기업 OUT"을 들고 거리 행진에 함께 했다.
▲ 행진에 함께 한 청년유니온 한일 양국의 문제인 "청년에게 일자리를" 구호와 일본에서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블랙기업 OUT"을 들고 거리 행진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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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파와하라'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와하라'란 직장 내 성희롱, 왕따 등 상사가 자신의 권한을 악용해 자행하는 폭력의 일체를 뜻한다.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합친 'Power-hara'를 일본식 발음인 "파와하라"라고 발음한 것이다. 또 이렇게 청년의 단물을 다 빨고, 청년의 인성을 들먹이며 '그만둘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악덕기업을 '블랙기업'이라고 부른다.

경찰 호위받으며 "아베 정권 반대!"

매년 여름 일본에서 열리는 젠코대회(Zenko)는 '평화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전국 교류회'가 정식 명칭이며, 올해로 44회째를 맞이했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알아본 일본의 노동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올해 한국에선 '청년유니온'뿐 아니라 '정보공개센터', '전쟁 없는 세상' 등의 활동가들이 초대됐다. 청년유니온은 4년째 젠코대회에 초대를 받아 지난 1일에서 3일,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청년유니온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일본 '유니온' 운동과 일본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2014 젠코 인 오사카'의 주된 주제는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반대와 평화 염원, 핵발전 반대 등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공포는 주변 국가들로 확대됐다. 이에 젠코 대회는 '원전은 과연 필요한가'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했다. 또, 아베 정권의 자위권 발동을 위한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대회 주제에 담았다.

돈보다 생명! 아베, 하시모토 반대! 거리행진
▲ 젠코대회 첫날 돈보다 생명! 아베, 하시모토 반대! 거리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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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코대회 첫날엔 오사카 간사이 전력 앞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원전반대 집회에 함께 참가했고, 이어 아베 정권과 오사카 하시모토 시장을 반대하는 거리 행진에 함께했다. 일본 경찰의 '호위' 속에 아베 정권 반대의 구호를 외치는 게 가능하고, 정권 반대 구호와 행진이 한국과 달리 무겁지 않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블랙기업 아웃! 한일 청년들이 외친 노동 현실

젠코대회 둘째 날엔 기자가 '한국 청년의 현실과 청년유니온'에 대한 전체 발표를 진행했다. 워낙 다양한 주제들이 나와 질문을 진행할 시간이 보장되지 않았지만,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에 사람들이 다가와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한국의 청년유니온이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본 행사에서 '한국 청년의 현실과 청년유니온의 노력과 활동보고'를 발표했다.
▲ 본 행사 청년유니온 발표 본 행사에서 '한국 청년의 현실과 청년유니온의 노력과 활동보고'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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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과 나까마유니온의 발표와 토론 시간. 청년유니온 백우연 노동상담국장이 <청년유니온의 노동상담과 대처>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노동상담 강화해서 청년 비정규직을 조직화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 파와하라 블랙 기업을 없애는 한일 젊은이의 공동 작전! 청년유니온과 나까마유니온의 발표와 토론 시간. 청년유니온 백우연 노동상담국장이 <청년유니온의 노동상담과 대처>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노동상담 강화해서 청년 비정규직을 조직화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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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정보공개센터,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들이 초대되어 함께 했다.
▲ 젠코대회에 참가한 한국팀 청년유니온, 정보공개센터,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들이 초대되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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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엔 한일 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청년유니온의 백우연 노동상담국장이 '청년유니온의 노동상담 사례와 대처'에 대해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노동상담이 얼마나 들어오고 또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시간제 일자리는 어떤 고용형태인지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어 바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의 임금체불,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사설도박장의 파와하라 등 당사자들의 피해 사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정말 그런 일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기가 막힌 사연들이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노동상담을 강화해서 청년 비정규직을 조직화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형식적인 결의문 채택이 아니라 서로의 사례를 나누고, 당사자들이 유니온과 어떻게 함께 하게 됐는지 공유한 후 결의한 내용이라 더욱 책임감이 느껴졌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 용지를 행사 내내 들고다닌 일본 유니온 위원장

토론 후에 모든 대회 일정을 정리하는 전체 집회를 가졌다. 많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나와 대회에 참석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순서로 해외 게스트들을 무대로 불러 준비한 선물과 젠코대회 참가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을 건넸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활동단체들의 재정이 뻔하지 않은가. 해외 게스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경청하고 또 감사의 선물과 직접 모은 돈까지 전달하는 그들의 정성이 느껴져 큰 감동을 받았다(이날 받은 돈은 우릴 응대해 준 나까마유니온에 드리고 왔다).

젠코대회는 각자의 나라에서 사회를 변화 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소통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청년의 문제가 더 큰 틀에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청년이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고민을 심어줬다. 무엇보다 청년유니온을 비롯한 한국팀의 발표와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보여준 일본 참가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후쿠시마에서 피난 온 어머니들이 생계를 위해 만들고 계신 일본 전통 공예 방울을 한국팀에게 선물해준 젠코대회 실행위원장 쓰치야상, 오사카 도착 첫날부터 한국팀들을 꼼꼼히 챙겨준 나까마유니온 이데쿠보 위원장님, 혼다, 카오리 상에게 감사를 드린다.

특히 이데쿠보 위원장님은 세월호 특별법 서명용지를 행사 기간 내내 젠코대회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받아주셨다. 지금까지 청년유니온이 맺어온 한일 교류의 성과와 앞으로 청년유니온이 만들어갈 연대의 방향을 짐작하게 했다. 국가와 지역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함께 하는 마음을 나눈다는 것. 이데쿠보 위원장님이 행사 내내 들고있던 서명판이 이를 절로 느끼게 해줬다.

이데쿠보 위원장님은 행사 기간 내내 세월호 서명용지를 들고다니며 참가자들에게 일일히 서명을 받아주셨다.
▲ 세월호 서명을 받고 있는 나까마유니온 이데쿠보 위원장 (왼쪽) 이데쿠보 위원장님은 행사 기간 내내 세월호 서명용지를 들고다니며 참가자들에게 일일히 서명을 받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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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년유니온, #젠코대회, #나까마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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