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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장동희씨의 유족과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을 찾아 장씨의 죽음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진상규명과 삼성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삼성전기 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장동희씨의 유족과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을 찾아 장씨의 죽음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진상규명과 삼성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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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에 다녔던 27살 장동희씨가 숨진 건  2014년 6월 24일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지 않았다던 20대 청년은 어느날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더니, 2년 후 거짓말처럼 세상에서 사라졌다. 동희씨는 2005년 10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삼성전기를 다녔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건 2012년 1월이었다. 창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들어간 삼성전기 공장에서 그는 12시간씩 인쇄회로기판을 잘르는 일을 했다.

"말문이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우리 아들이..."

26일 오전 부산북부지방고용노동지청 앞에선 동희씨의 어머니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아들의 영정 사진이 들려있었다. 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휴대전화로 찍어봤을 셀카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써야할 만큼 예고하지 못한 죽음. 동희씨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기위해서라도 바로 잡아야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가족들은 동희씨의 죽음이 그의 일과 관련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유족들은 동희씨가 삼성전기 공장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에폭시 수지와 납 등에 노출됐다고 주장한다. 혈액독성이 있는 납과 발암물질인 벤젠 등을 발생시키는 에폭시 수지가 동희씨의 건강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동희씨의 주치의도 소견에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동희씨가 입원해있던 서울대병원의 혈액종양내과 주치의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상기 환자는 유기용제 등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 근무했던 것으로, 상기질병의 발병은 작업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추가적인 조사 등 통해 관련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삼성전기 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장동희씨의 유족과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을 찾아 장씨의 죽음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진상규명과 삼성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삼성전기 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장동희씨의 유족과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을 찾아 장씨의 죽음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진상규명과 삼성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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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들고 유족들은 동희씨를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만성적인 장기간 근로와 야간근로를 감당해야 했던 동희씨가 상시 위험 물질에까지 노출돼 병이 발병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20대 발병율이 극히 낮은데 비해, 삼성전기 PCB 생산직 노동자들의 백혈병 등 림프조혈기계질환 발병자가 8명이나 존재하는 점"도 동희씨의 발병이 업무상재해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으로 덧붙였다.

이렇게 적은 산재신청 서류를 근로복지공단에 접수한 게 지난 1월이 일이다. 하지만 7개월여가 흐른 지금까지 조사를 하겠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결론은 없다. 이젠 유가족 뿐 아니라 노동단체들까지 힘을 보태고 나섰다. 이날 유족들이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을 항의방문한 자리에는 녹산노동자 희망찾기,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 대책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등도 함께였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고용노동부는 삼성전기 백혈병 발생과 사망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북부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건강증진이 목적인만큼 의혹이 있다면 예방차원에서 고민을 해보고 있다"며 "추후 논의를 해본 후 결과를 내놓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족과 노동단체들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장현술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지금은 병에 걸린 사람이 전염병에 걸렸는지, 재수가 없어 걸렸는지 그 입증을 회사에 해야하는 게 맞다"라면서 "억울한 시민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하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장동희, #삼성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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