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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이 아무리 말을 해도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 좋지 않은 뉴스들은 크게 다룬다. 얼마 전 집행부가 (대리기사 폭행 의혹) 실수 내지 잘못을 했지만, 대한민국처럼 술에 관대한 나라가 없는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입장은 없이 죄인처럼 다룬다."

"트라우마가 오기 시작한다.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집에서 생활할 수 없다. 새벽에 나와 국회나 광화문에서 활동하다 저녁에 집에 가서 잠만 잔다. 집에서 잠깐만 생활해도 견딜 수 없고, 아이를 어디다 버리고 온 것 같으며, 잠을 자면 아이들이 부르는 것 같다. 심한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세월호가족대책위' 소속 가족들이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았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책임촉구 경남대책위'가 26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간담회에 세월호가족대책위 소속 6명의 가족들이 참석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 책임촉구 경남대책위'는 26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간담회"를 가졌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 책임촉구 경남대책위'는 26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간담회"를 가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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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이날 경남을 찾아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산청 간디학교를 찾기도 하고, 창원대와 창원공단 로템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또 이들은 이날 저녁 창원과 진해에서 열린 촛불추모제에도 참석한다.

이날 경남을 찾은 가족들은 주로 안산 단원고 2-7반 피해학생들의 부모들이다. 세월호 참사 54일만에 아이를 찾았다고 한 아버지는 "4월 16일 이후 하루하루 지나면서 며칠째인지를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창원에 오면서 바깥 경치를 봤다, 지난 4월은 새싹이 돋고 농번기를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지금은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며 "시간이 상당히 흘렀구나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은 직장에 복귀했고, 평일에는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하지만 주말에는 국회와 광화문 활동에 나간다"며 "시간이 4월 16일에 멈춰있다, 대한민국의 안전한 국가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로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딸 잃은 엄마 "오로지 가족이 전재산이었다"

딸을 잃은 한 엄마는 "희생된 사람이 부모나 형제 같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다 보니, 하루를 마감하면서 아이한테 어떤 말을 해줄까를 생각하다 보니 놓을 수가 없다"며 "지금까지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밝혀진 것도 없지만 하루도 허비할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왜 아이가 그 일을 당했는지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면 제대로 알아야 할 거 아니냐"며 "항상 아이한테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아이한테 가르쳤던대로 부모들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원과 변호사를 만나면 '그런가' 싶을 때가 있다. 어떤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도 하더라. 부모들은 하루에도 수십번 흔들린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무식하게 밀고 나가고 있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기 위해 우리는 나아갈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나라에서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송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그 엄마는 "밖에서 보면 생존자 학생, 일반인 희생자, 단원고 희생자의 가족들이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만, 서로 왕래하고 총회도 한다"며 "최근 새 위원장이 선출되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뜻으로 밀고 가자고 했는데 크게 보면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대책위가 새로 구성되다 보니, 수사권·기소권을 포기했다거나 상설특검으로 몰려갔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온 거 같던데, 얼마전 총회에서는 상설특검에 찬성한 가족은 20여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수사권·기소권을 함께 가져가자고 했다"며 "특검은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제대로 밝혀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우리는 뉴스를 안 믿고, 10~20%만 믿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뉴스가 나오고 난 뒤 대표한테 물어서 설명을 듣다보면 '역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민주주의가 발전해 가는 게 아니고 갈수록 공산주의가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말은 하나도 나가지 않고, 일부 유가족이 특검에 동의했다느니 하는 보도만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 뉴스를 보고 말을 하면 더 상처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뉴스를 믿지, 우리를 안 믿는 것 같다, 뉴스로 인해 국민들이 세뇌되어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우리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오로지 가족이 전재산이었다"며 "그런데 방송이 제대로 보도를 해주지 않으니까 우리가 직접 시민들을 만나러 다니게 되었는데, 사람 만나는 게 사실 두렵고 식은 땀이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뉴스를 보고 우리를 비난하기에 앞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직접 대책위에 전화를 해서 한 번 물어봐 주고 난 뒤에 그래도 비난할 게 있으면 비난했으면 한다"며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이 일을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실종자 수색 작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실종자 유가족들은 우리를 보고 부럽다고 할 정도다, 유품 하나라도 찾아서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한다"며 "그런데 수색작업은 태풍 때문에 안 된다고 할 때도 있고, 뻘이 쌓여 못 한다고 할 때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마지막 한 명까지 꼭 구하겠다 했고, 진상규명을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그렇게 말한 분은 지금 어디 있느냐, 그 분은 그때 우리 대통령이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경남대책위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 책임촉구 경남대책위'는 26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간담회"를 가졌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 책임촉구 경남대책위'는 26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간담회"를 가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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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책위 회원들은 "함께 하겠다"고 했다. 김영만 대표는 "자식을 잃어 다닐 힘도 없을 텐데 대단하고, 죽음을 무릅쓴 단식에다 청와대 앞에서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는데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며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대통령은 사정없이 잘라버렸다, 기막힐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상 우리 역사를 통해 볼 때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었다"며 "이번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다, 어려운 과정이 있으리라 짐작하지만 반드시 관철될 것이다, 가족들의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를 보면서, 반드시 우리의 뜻이 관철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경순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장은 "온갖 오해가 난무하더라도 끝까지 지켜내고 함께 해야 한다, 질긴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는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신미연 노동당 경남도당 총무국장은 "가슴이 먹먹한데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박찬희 정의당 경남도당 총무국장은 "늘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공명탁 목사는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러나 진실과 진리는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라고, 박유호 통합진보당 창원시당 위원장은 "세월호 가족들이 반듯하게 서 있는 이상 승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강병기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세월호 사건이 현재 우리 정치를 보여 주는 것 같다, 여권은 모르쇠 내지 무시, 압박, 왜곡으로 일관하고 제1야당은 힘을 쓰지 못하고 스스로 내분으로 격화되는 모습이며, 진보정당들은 하고자 하나 역부족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고, 그래도 꿋꿋하게 나아가는 유가족들이 저희들한테는 채찍이고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고문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온갖 고통 속에서도 변함없이 꿋꿋하게 지켜온 가족들이 존경스럽다"며 "아이를 잃은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에 사는 모두의 문제다, 대통령은 지금 와서 피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묵인해서는 안되고, 더 힘을 내자"고 밝혔다.

세월호경남대책위는 지난 4월부터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6월 8일까지 창원을 비롯한 마산, 진해, 진주, 김해, 양산 등지에서 추모시민분향소를 운영했고, 곳곳에서 추모촛불문화제를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태그:#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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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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