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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삭감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누리과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 두 장관은 2015년 누리과정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어린이집을 포함한 내년도 누리과정 전체 소요경비를 산정해 교부금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삭감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누리과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 두 장관은 2015년 누리과정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어린이집을 포함한 내년도 누리과정 전체 소요경비를 산정해 교부금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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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교육청의 다른 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무상급식이나 교육환경개선 사업비 등이 줄어들면서 초·중·고 교육의 파탄이 우려된다. 대통령의 무상보육 공약 파기 논란을 의식한 정부의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을 포함한 내년 누리과정 예산 3조9000억 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 예산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교부금은 법에 따라 내국세 총액의 20.27%로 정해진다. 정부 뜻대로 교부금을 늘릴 수 없다.

정부는 누리과정이 시도교육청의 책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고 지원은 없다는 뜻이다. 결국 교부금 내의 누리과정 예산 항목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만큼 다른 항목의 예산은 줄어든다. 특히, 내년 교부금이 올해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항목 예산 축소 폭은 더욱 커진다. 최경환 장관은 시도교육감들을 향해 "세출구조조정 등 재정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이 빚(지방채)을 더 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시도교육청의 예산 파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도교육감들은 이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포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을 덜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외려 국민 불안은 더욱 커졌다.

정부의 빗나간 전망, 시도교육청은 '덤터기'

정부는 누리과정의 재원은 교부금이라는 법 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영유아 보육법 시행령 제23조(무상보육 실시 비용)는 '영유아 무상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부담하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경환 장관은 이를 두고 "(누리과정) 재원조달은 원활한 유·보 통합을 위해 유치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추진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부 및 지방교육청도 지난 2년간 이 제도를 법령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 5개 부처 장관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으로, 정부의 빗나간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교부금이 매년 3조 원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2011년 5월 누리과정 도입 브리핑에서 "경제가 좋아지기 때문에 (교부금이) 매년 3조 원씩 늘어나는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교육청에서는 추가적인 부담 없이도 충분히 재원이 소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부금은 2013년 1조6000억 원, 2014년 1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내년에는 증가하기는커녕 1조3475억 원 줄어든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제도 설계를 엉성하게 하고 박근혜 정부가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을 잘못 운용한 결과가 누리과정 예산 부족을 낳고, 다른 교육예산 축소로 나타났다"면서 "학생들에게 피해 입힌 쪽이 누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재원을 조달하기로 한 합의에 시도교육감은 빠졌다. 지난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육감은 합의한 사실이 없는데,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감이 떠안게 됐다"고 비판했고, 황우여 장관도 "교육감은 합의대상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보육예산을 부담하는 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누리과정 등 정부시책사업은 중앙정부가 부담해 지방교육 재정을 정상화 해달라"고 촉구했다.
▲ 시도교육감들 "어린이집 보육료, 중앙정부가 부담하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보육예산을 부담하는 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누리과정 등 정부시책사업은 중앙정부가 부담해 지방교육 재정을 정상화 해달라"고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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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교육청 예산 파탄 가능성↑... 정부는 나 몰라라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합의는 시도교육청에 큰 부담을 줬고, 특히 내년 시도교육청의 예산 파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부금이 줄어드는 대신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보다 5000 억 원 늘어난다. 보다 못한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누리과정 예산 2조2000억 원과 초등학교 돌봄교실 예산 6600억 원의 국고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4000억 원가량 줄어든 7조 원이다. 경직성 예산인 인건비 등이 5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가용 재원은 2조 원이다. 이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 6000억 원을 비롯한 6대 복지 예산만 1조4000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면서 "현재 같은 상황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의 내년 누리과정 예산은 1조460억 원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은 시도교육청과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것"이라면서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무상급식이나 교육환경개선 사업 예산이 줄어든다, 학생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비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안 그래도 빚더미에 올랐는데, 또 빚을 내면 크게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의 입장 발표를 두고 각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에서 "어린이집 보육예산이 지원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걱정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 책임을 시도교육감에게 떠넘기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한 면피성 브리핑"이라면서 "재정전망의 실패에는 눈감고 국민걱정의 책임을 시도교육감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한 연출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긴급 성명서에서 "교육감들이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마치 새로운 예산을 만들어 지원하는 듯 했지만 사실상 새로운 재정지원 대책은 없다"면서 "최경환·황우여 장관은 말장난 하지 말고, 중앙정부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라"라고 강조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포기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정부의 입장변화가 없음과 실효성이 없음을 확인했다, 안타깝다"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태그:#누리교육 예산 덤터기, #누리과정은 정부의 빗나간 전망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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