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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경기·강원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화고 있다. 오른쪽은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국감 출석한 서울·경기·강원 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경기·강원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화고 있다. 오른쪽은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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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6일 오후 7시 01분]

"허허허. 열심히 준비했는데…. 허허허."

국정감사장을 빠져나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연신 허탈한 웃음을 내보였다. 그는 16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2시간동안 한 마디도 못했다.

그 사이 여야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대거리를 벌였다. 조 교육감과 이재정(경기도)·민병희(강원도) 교육감은 '점심을 먹고 오라'는 통보를 받을 때까지 텅 빈 국정감사장을 지켜야 했다.

이날 서울·경기·강원 교육청 국정감사는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확보 대책을 둘러싼 논란 탓에 중단됐다. 15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누리과정에 대한 국고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채, 시도교육청의 다른 예산을 줄여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관련 기사 : 박근혜 공약 지키기 '꼼수'... 공교육 파탄 위기).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보육 파기 논란을 의식한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에 끌려 다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야당 의원들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불러 누리과정 예산 대책에 대한 입장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면서, 국정감사는 자연스레 중단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정감사가 끝난 뒤나 22일 황우여 장관을 불러 현안질의를 하자고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의 주장을 두고 "진보교육감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정감사는 여야 기싸움 끝에 오후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황우여 장관 불러라" - "진보교육감 지키기 아니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경기·강원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 발표와 관련, 황우여 교육부장관 출석 요구건을 논의하고 있다.
▲ 교문위 국감 중지...머리 맞댄 여야 간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경기·강원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 발표와 관련, 황우여 교육부장관 출석 요구건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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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전날 정부의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교육감들이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마치 새로운 예산을 편성해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듯 한 표현을 썼다"면서 "실제로는 (시도교육청의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에서 누리과정 몫을 집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유기홍 의원도 "황우여 장관은 마치 최경환 장관의 들러리를 서는 듯한 태도를 취한 데에 야당 의원으로서도 자존심이 상한다"면서 "누리과정 예산 대책에 대한 황우여 장관의 진의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교육청 국감은 불분명한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는 잘못된 국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당시 전국 시도지사를 만나 '중앙정부가 보편적 복지를 맡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광'을 팔 때는 언제고 이렇게 국회와 시도교육청에 '피박'을 씌우면 안 된다, 일종의 국가 사기극"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황우여 장관의 출석에 반대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세종시에 있는 황우여 장관이 서울로 올라오게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맞지 않다, 27일 교육부 종합감사 때 부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의 기싸움이 이어지자, 설훈 위원장은 황우여 장관 출석을 위한 여야 간사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면서 정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시도교육감에 대한 국정감사를 교육부 장관 국정감사로 변질시키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면서 "27일 교육부를 상대로 한 종합감사 때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황우여 장관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진보교육감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가 중단됐을 때 조희연 교육감과 악수하면서 "교육감님 좋으시겠어요, 도와주시는 분도 많고, 여야가 확 바뀌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감들 "특단 없으면 내년 예산 편성 어렵다"

국정감사는 여야 기싸움 끝에 오후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설훈 위원장은 "여야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논의하자고 타협했다"고 밝혔다.

이후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교육감들은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 예산 올해 7조4000억 원 중에서 인권비 등 경직성 예산과 누리과정 예산 탓에 쓸 수 있는 돈은 3500억 원밖에 안 된다, 한계지점에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긴축 재정이라는 경제부처 논리에도 재정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기획재정부에서 교부금의 총액이 늘어난다고 잘못 산정했다, 내년 교부금이 49조 원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교부금은 39조5000억 원"이라면서 "잘못된 예상치로 교육부 예산편성을 어렵게 만든 기획재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내년 예산 편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8곳 지정 취소와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를 비판했다. 신의진 의원은 조희연 교육감을 향해 "지극히 주관적인 지표로 개관적이지 않게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의원은 9시 등교를 두고 "이재정 교육감은 강압적으로 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교육현장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그:#텅빈 국정감사장,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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