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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에 야당은 없다.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중심으로 모인 불교광장이 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종헌 개정을 위한 개헌의석수 54석을 넘겨 약 56석을 확보했다.

야당은 15대 중앙종회에서 25석 정도였지만, 16대 중앙종회에서는 15석 정도만 확보했다. 불교광장의 의석수는 비구니 스님들의 도움 없이 마음만 먹으면 종헌 개정도 가능한 정도다. 거대여당의 압박에 버티지 못할 야권 당선인도 눈에 띈다.

중앙종회는 종단의 입법기구면서 행정부인 총무원을 감시 견제하는 기관이지만, 여당인 불교광장이 총무원을 견제 감시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여당 대표는 '책임성'을 강조하지만, 그동안 불교광장의 행보로 볼 때 견제와 감시 보다는 야당을 압박하고 재갈을 물릴 가능성이 높다. 명분은 종단 안정이지만 결국 이해집단으로서의 강력한 응집력을 불사할 것이라는 게 종단 안팎의 관측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선거 모습. 지역별로 나눠 선거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사진은 직할교구 선거가 치러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선거 모습. 지역별로 나눠 선거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사진은 직할교구 선거가 치러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
ⓒ 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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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정치 몰락 불보듯...불교 전체 피해

개헌의석을 확보한 여당은 의석수를 기반으로 종책기조와 세부 종책을 앞세워 명분을 쌓고 결국엔 힘의 논리로 정국을 주도할 게 뻔하다. 중앙종회가 가져야 할 총무원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우산' 아래서는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총무원의 잘못된 행정에 견제·감시해야 할 중앙종회가 오히려 총무원에 힘을 보태면 행정부의 '폭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의 이익을 위해 명분을 이용하는 병폐가 생기고, 권력의 지속적인 독점을 위해 상대 당을 궤멸하는 행태는 공론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공론정치의 몰락은 소통·화합 부재로 이어지고, 종도들의 외면은 물론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현실을 더욱 심화시켜 조계종을 넘어 불교 전체에 피해를 줄 뿐이다.

여권의 압승은 '집단오류'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헌 의석수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영향력은 대중들의 의견을 모으기 보다는 오류투성이 명분의 실현을 위해 합목적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평균 기준을 이동시켜 특정집단의 목소리를 '만장일치'된 의견으로 몰아가는 환상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이해관계로 결부된 집단의 결속력은 강할 수밖에 없다.

이해에 따른 결속력이 강한 집단은 의견일치를 이루려는 의지가 강력하고, 다른 의견을 고려하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무력화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쉽고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사고'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성공에 도취해 이해관계와 비슷한 인식으로 뭉친 이들은 동질화되고 문제를 파고들기 보다는 합리화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거대 여당을 바라보는 우려는 줄어든다. 이미 15대 중앙종회에서 규정까지 무시하고 '만장일치'로 종헌을 개정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거대여당은 '만장일치'로 각종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대 의견은 무시될 소지가 크다.

개헌의석수를 확보한 불교광장이 우려된다. 불교광장은 '자승 스님' 우산 아래 뭉쳤다. 야당이 3계 계파가 모였듯이 불교광장 역시 4개 계열이 뭉쳐져 의견 조율이 이해관계에 따라 달리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불교광장은 야당을 압박하면서 오히려 내부 권력쟁탈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소수 기득권층의 권력 쟁탈의 피해는 조계종이 아닌 불교가 입는다.

폭력 성희롱 막말 후보 당선이라니

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폭력, 성희롱, 횡령 의혹, 막말 후보들이 당선됐다. 사회법에 처벌 받은 스님도 당선했다. 일부 뜻 있는 목소리는 장강에 던진 조약돌 같았다. 조계종 현실은 '자정' 능력이 없었다. 종단 최고 의결기구이자 입법기구의 일원이 추상같이 지켜야 할 율장조차 어긴 자들이 입성하도록 뒀다.

도덕성은 유권자의 관심 밖이었다. 정치적 지형은 '세속이 불교를 더 걱정'하도록 압도했다. 여권 실세는 '승리'에 매달렸고, 야당 텃밭을 두들겨 싹을 밟은 것처럼 보인다. '조계종에 희망이 없다'는 송담 스님의 '할'에 동의하는 대중이 느는 이유가 또 생겼다.

'종단 안정'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반대 입장을 가진 종도들에 대한 포용성 결핍으로 이어진다. 거대 여당의 포용력 결핍은 이미 직능대표선출위원회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직능대표를 '선출'하지 않고 '낙선자 지명'으로 솎아 낸 것은 포용성 결핍과 정국 안정의 핵심을 의석수로 본 탓이다.

직능대표선출위원회의 석연찮은 결정은 '소청'으로 이어졌다. 결국 중앙선관위원회가 직능대표선출위원회의 선출 방식의 불법성을 판단해야 한다. '힘을 쥔 거대 여당의 잘못과 포용성 결핍을 사정기관이 잘못 판단하면 대결 구도를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 직능대표선출위원회의 불법성은 16대 중앙종회 원 구성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직할교구 선거 결과는 조계종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미승에게 환속제적원을 강요했다는 스님도, 총무원 청사 지하실로 끌고 가 집단 폭행을 한 혐의로 법원에 실형을 선고받은 스님도 당선했다.

종책보다 여비에 팔린 유권자 마음

누구나 예상한 결과였다. 대세를 바꿀 이변이 없어 더 이상할 정도다. 화엄회·법화회·무소속(구 금강회)·야권 이탈 세력 등등이 결합한 여당 격인 불교광장은 16대 중앙종회의원 총선거에서 힘을 자랑했다. 34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이긴 불교광장은 종회의원 선거까지 여세를 몰아 이겼다. 대외적 명분은 '종단안정' '화합' '지속적인 종책' 추진으로 정리되지만 속내는 '힘겨루기'에서 한판승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을까. 여당, 불교광장은 압승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우려한다.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훔쳐야 하지만,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는 '마음'보다는 '실익'과 '이해관계'에 매몰됐다. "'여비'를 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후보자는 유권자의 마음을 '종책'이 아닌 '여비'로 샀다. "교구마다 유권자가 더 원한다.", "멀리서 오는 데 외면할 수 없다" "여비 문화를 장려하고, 공식화하자"고도 했다. 부재자 투표를 하는 일반 선거에서 '여비'는 불법이지만, 조계종 선거에서 '여비'를 요구하는 선거인에게는  메뚜기도 한철 이라는 식이다.

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는 압승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우려한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승용차는 멈출 수 없다. 불교광장의 압승은 브레이크 파열을 넘어 아예 브레이크가 없는 듯이 보인다. 직능대표선출위원회가 특정 후보를 꼭 집어 낙선시킨 것도, 승리를 위해 선거인단을 확보하려는 행태에 '눈에 보이는 데도 제도적 미비'로 처벌하지도 제지하지도 않는 종헌기구의 무력함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아니 아예 브레이크가 없는 것처럼 내 달려 압승한 데에 힘을 더해 사부대중은 불안하다.

하판에 자리한 스님은 문도회나 어른의 뜻에 귀 막았고, 허술한 규정을 기반으로 특정집단의 지원과 협력 속에서 당선 후 입당을 약속했다. 어른은 몰락했다. 이해득실에 더 민감한, 이해관계에 빠르고 학습 효과가 뛰어난 젊음에 당했다. '후일'을 도모하는 장기적인 안목과 세습된 감각은 무의미했다.

만장일치는 얼렁뚱땅... 자성 쇄신은 가짜

결속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만장일치'를 원한다. 허술한 논의구조에도 여러 법규를 '만장일치'로 얼렁뚱땅 통과시키는 행태는 결속력이 강한 듯 보이지만 비위에 둔감하거나 모르는 척 눈 감고 거수하거나 표결하는 탓일 게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적당히 넘어 가자' '일단 만들고 나중에 고치자' 종도들의 동의 없는 규정과 법은 목전에 힘을 지닌 측에서만 유효한 듯 보인다. 균형을 잃은 종책은 '반쪽'이 된다. 이미 법인관리법이 이를 증명했다.

송담 스님은 '할'에도 종단은 묵묵부답이다. 송담 스님에게 멸빈 당한 조계종이 말할 것이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송담 스님 말처럼 '수행풍토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자정과쇄신은 가짜 쇄신으로 판명났고, 사부대중이 원하는 승가공동체는 그 정체성을 상실했다.

송담 스님의 할에 기득권층이 모르쇠로 일관하려해도 사부대중은 안다. 송담 스님이 조계종을 멸빈시켰다는 것을. 16대 중앙종회에 기대는 없다. 총무원을 견제·감시할 중앙종회는 이미 사라졌다. 한국불교 대표브랜드인 조계종이 처한 현실은 눈가림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부대중의 탄식이 깊다.


태그:#불교, #조계종, #불교광장, #자승 스님, #총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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