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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정당해산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정당해산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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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5일, 정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사건이었고, 진보당에게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이은 두 번째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진보당은 두 번의 정당해산 가처분의 위기를 넘겼고, 6.4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오는 25일 법무부와 진보당의 공방은 최후변론만을 남겨놓고 있다.

때맞춰 진보당을 비롯해 시민사회와 학계, 종교계 등의 주요 인사들은 지난 6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 민주수호 원탁회의'를 구성했다.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진후 정의당 의원 등 그동안 진보당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야당의 인사들도 참여했다. 진보당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곧 정당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사회를 비롯해 야권이 이 문제에 공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라며 "원탁회의를 통해 국내적으로 모든 양심세력들이 모여 이 문제를 민주주의의 문제, 표현의 자유 문제라고 공감대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내란음모 무죄, 검찰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이 의원은 최근 헌법재판소에 정부 측 증인으로 나선 김영환씨가 "김미희·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995년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 북한에서 받은 돈을 (두 의원에게) 지원했다"라고 증언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에 "그 이야기는 이미 15년 전 김영환씨가 국정원에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한 이야기"라며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수사를 하지 않았나? 그만큼 신빙성이 없다는 걸 검찰도 아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당해산의) 최대 쟁점은 내란음모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것이 무죄 판결이 나오고 RO(혁명조직)의 실체도 인정이 안 됐다"라며 "법무부와 검찰은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은 법리적으로 완벽히 끝난 상황이다. 헌재가 정치적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만 남았다"라며 정당해산심판 청구 각하를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5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청구가 제출된 지 1년이 됐다. 소회를 말씀해 달라.
"쏜살같이 금방 일 년이 지났다. 곧바로 가처분 처리가 되거나 6월 지방선거 전에 가처분이 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졸였는데, 1년이 빠르게 지나갔다. 한편으로는 일 년을 버텼다는 게 신기하다. 당으로서는 내란음모 사건과 정당해산심판청구까지 오면서 축척된 피로감이 어마어마한 상황이다."

- 헌법재판소장이 국정감사 만찬 자리에서 올해 안에 정당해산심판청구 선고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이를 부인했지만 오는 25일 최후변론 이후 머지않은 시일 내에 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진보당은 그동안 항상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지난 이석기 의원의 2심 재판에서 내란음모가 무죄로 나오면서 최초의 반전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헌재소장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걸 실토한 것과 다름없다. 매우 유감이다. 헌재가 헌법을 지킨다고 하는 고유의 역할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시기로 보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의 대법원 선고가 나온 후 헌재가 판단을 내리는 게 맞다. 본다. 현재 2심에서 내란음모가 무죄로 나온 가운데 헌재가 심리를 종결하고 선고를 한다면 당연히 정당해산청구는 각하돼야 한다. 대법원 판결 전에 헌재가 시기를 조정해 선고를 한다면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을 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 현재 소송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그동안 최대 쟁점은 내란음모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것이 무죄 판결이 나오고 RO(혁명조직)의 실체도 인정이 안 됐다. 법무부와 검찰은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이제와서 민혁당과 민주노동당까지 꺼내들어 공격하는 건 그만큼 그들의 궁색한 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김영환씨가 김미희, 이상규 등이 1995년 지방선거에서 북한의 자금으로 출마했다고 주장하는 건 이미 15년 전 국정원에게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수사를 하지 않았나? 그만큼 신빙성이 없다는 걸 검찰도 아는 거다. 핵심 쟁점은 이미 사라졌다.

그렇게 되니까 검찰은 진보당 강령에 나와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나 민중이라는 말을 문제 삼는데, (이는) 과거 자유당이나 민정당 강령에도 민중이 나온다. 당의 강령만으로 해산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진보당의 강령에는 국민주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진보당이 사실은 폭력혁명을 하려고 하는데 이를 위장하려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내세우기 때문에 증거가 없다'고 한다. 증거가 없어서 죄가 있다는 말이다. 이게 말이 되나? 법리적으로는 완벽히 끝난 상황이다. 헌재가 정치적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여부만 남았다."

- 헌재 재판을 직접 참관했을 때 분위기는 어땠나?
"형사재판이 아님에도 법무부에서 나온 검사들은 우리를 피고인 다루듯이 한다. 재판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검찰이 어떤 상황으로 만들어가려고 해도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다. 재판에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와 권영길 전 대표 등이 증언을 잘 해주셨다. 특별히 무엇을 잘했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했다. 민주노동당부터 통합진보당까지, 현재 비난의 중심에 있는 당권파 세력이 일방적으로 끌고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제적으로 이야기를 한 게 인상 깊었다."

"우리는 원래 종북노선이 아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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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 동안 두 번의 선거가 있었다. 그 사이 내란음모 의혹 사건의 일부 무죄판결도 있었지만 진보당에 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미 진보당에게 '종북' 이미지는 충분히 덧씌워진 상태다. 그 사이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건들이 터지면서 내란음모 사건이나 정당해산 소송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진보당의 종북 이미지는 굳어져가고 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두 가지 사건으로 뚝딱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당 내부의 혁신과 자정노력이 얼마나 대중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가, 그것이 우리와 거리를 둔 다른 야당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 점에서 '단결과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북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어떻게 실천할지는 잘 나오지 않았다. 종북프레임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행동강령이 아직 없다. 지금은 선언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이 방안을 찾아내는 게 차기 지도부의 주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 그것이 결국 북한에 대한 태도, 관점의 변화가 아닐까?
"우리는 북한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통일의 파트너이자 평화체제로 함께 가야하는 동등한 상대이기도 했다.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판적이었던 우리가 왜 이렇게 몰렸는지는 여러 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종북은 아니지만 종북으로 보일 만한 노선이 있으니까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건 아니다. 원래 우리의 노선이 종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판적 태도와 정확한 관점을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마저 북을 비판하면 보수진영에서 이를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과감하지 못했던 문제도 있다."

- 지난 1년 동안 진보당은 내란음모 의혹 사건과 정당해산심판청구 대응에 몰두했다. 지방선거에서는 최다출마 전략으로 대응했고, 일상적인 당의 동력도 대부분 이 두 사건에 집중됐다. 그동안의 당의 대응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여러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굉장히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3년에 걸쳐 전방위적인 탄압이 들어왔다. 현역의원이 체포되고, 김선동 의원은 자격상실을 당했다. 당원들의 신상이 털렸고, 언론환경은 최악이었다. 정치권 모두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 우리는 곧 의원 전원이 감옥에 가거나, 당원들이 모두 정치적으로 매장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했고, 당원들은 지방선거를 치렀다. 이건 놀라운 일이다.

그러면 이것만 가지고 앞으로 정치를 할 수 있나? 그건 아니다. 의원 5명, 많아야 5%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계속 지낸다면 괜찮다. 그러나 진보집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방선거 끝나고 '우리가 분열하지 않고, 종북프레임에 빠지지 않았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민생과 상생의 진보정치를 만들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37명이 당선됐다. 우리 당원들은 그만큼 튼튼하다. 그걸 밑천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올인 할수록 더 다친다"





-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 내란음모 사건과 정당해산심판청구로 정국이 전환된 측면이 있다. 앞으로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지금이라도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싶다. 진보당 해산청구가 기각이 됐을 때 정권은 치명타를 받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도 여기에 올인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더 다친다. 오히려 이미 내란음모 사건이 무죄가 된 상황을 감안해서 이 청구를 취하를 한다면 통 큰 정치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걸 밀어붙여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는 득이 될 게 없다. 정당을 죽이겠다고 밀어붙일수록 표독스러운 독재자의 모습, 무리수를 강행하는 독단적인 모습만 남게 된다."

- 지난 6일 시민사회와 정치권, 종교계와 학계, 언론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 민주수호 원탁회의'가 구성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오늘 모이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정당해산심판청구가 시작됐을 때부터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미안해 하셨다. 그걸 보면서 정말 고맙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인재근 새정치연합 의원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함께 해주셨다. 인 의원은 당의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계시고 정 의원도 정의당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계시다. 주요 직책을 가진 분들께서 참여해주셔서 시민사회를 비롯해 야권이 이 문제에 공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원탁회의를 비롯해 당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법리적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 최후 변론까지 잘 준비해야 한다. 또 이번에 원탁회의를 통해 국내적으로 모든 양심세력들이 모여 이 문제를 민주주의의 문제, 표현의 자유 문제라고 공감대를 만들었다. 이것을 국제적으로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에서는 '단결과 혁신위원회'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원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청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은 정치적 다원주의와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고 정당해산청구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손 맞잡은 민주화운동 원로와 대표들 박근혜 정부가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원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청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은 정치적 다원주의와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고 정당해산청구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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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통합진보당, #진보당, #통진당, #내란음모,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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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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