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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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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누리과정, 만 3~5세 보육 지원),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정책에 대한 재원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때 약속한 무상보육 공약에 대한 중앙정부의 부담을 지방정부나 교육청에 떠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예산 전쟁은 이제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대결로 이어지며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큰 폭의 증세 없이 복지 확대를 내세우고 있어 향후 예산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무상보육 감싸고 무상급식 잘라

시작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였다. 홍 지사는 "국고가 거덜 나고 있는데 무상파티만 하느냐"며 '무상급식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이에 경상남도 내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홍 지사의 말에 동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무상급식비 30% 분담' 요구를 거부했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서 무상급식 예산을 없애라는 홍 지사의 발상은 '아이들 밥 먹이는 게 더 중요하냐, 미취학 아동 보육이 더 중요하냐'는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청와대가 법리를 내세우며 나섰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누리과정은 각종 법률과 시행령을 근거로 의무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무상급식은 법적 토대가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안 수석은 "의무조항이 아닌 무상급식에 많은 재원을 쏟아붓고 누리과정에 재원을 투입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상급식은 수차례 선거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온 사안이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이를 교육청 예산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누리과정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3~5세 대상 통합교육과정으로 해당 연령대 아이가 있는 모든 계층에 월 22만 원씩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내년도 전국 예산은 3조9천억 원에 달한다. 무상급식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한 지자체 정책이다.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초·중·고 학생 643만6000명 가운데 무상급식 대상자는 445만 명에 달하며 올해 예산은 2조6568억 원이다.

박원순·조희연은 박근혜와 정면 대결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서울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점심 배식을 마치고 수저를 챙겨 주고 있다.
▲ 꼼꼼히 챙겨주는 박원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서울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점심 배식을 마치고 수저를 챙겨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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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수석의 공격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반격에 나섰다. 두 사람은 10일 오전 2015년도 예산안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가장 큰 관심사인 무상 복지 예산에 대해 두 사람은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 박 시장은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시 예산으로 편성하는 등 무상 복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조 교육감은 내년 누리과정의 3개월분을 먼저 편성하는 등 무상 복지 기조를 이어갔다.(관련기사 : 조희연 "무상급식 축소·폐지 반대" 청와대에 정면반박, 무상복지 '사수' 박원순 "박근혜 대통령 결단 내려야")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공약 이행을 위해 재정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라는 얘기였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분담금을 5:5로 만들어야 한다며 조세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박 시장은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큰 결단을 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세 비율이 5:5(현재는 중앙 8, 지방2)는 돼야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도 "힘들게 도입된 교육복지를 당장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포기하거나 폐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그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함께 가야 한다, 무상급식은 우리 사회에 '복지'라는 큰 화두를 던졌고 무상보육도 우리가 안고 가야할 복지의 요소"라고 강조했다.

경기·강원·전북 교육청, 누리과정 0 책정... "증세 논의도 필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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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으로 전국 시·도교육청의 공조는 흔들리고 있다. 예산 반영을 하자며 교육감들이 의기 투합했지만 일부 교육청이 공조를 깨뜨렸기 때문이다.(관련기사: 뒤통수 맞은 교육감들... 누리과정 공조 '흔들흔들')

경기도교육청(이재정 교육감)과 전북도교육청(김승환 교육감), 강원도교육청(민병희 교육감)은 10일, 현재 내년도 예산에 누리과정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5일 예고한 대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사업비 5670억 원 전액을 편성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강원도교육청도 내년 유치원·어린이집 전체 누리과정 예산 1121억 원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료 분 706억 원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전북교육청은 이미 지난 7일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나머지 14개 시도교육청은 관련 예산을 부분이나마 편성하기로 했다.

갈등이 되풀이되면서,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증세 논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무상급식은 2011년 8월 이후 시민 동의를 받아서 민주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복지 제도"라며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이 불가능한 것을 청와대가 알면서도 이를 강요하는 것은 재정 불안을 지자체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위원장은 "중앙정부의 강요가 부당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재원 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육복지 논쟁이 더 건전해지기 위해서는 논의 성격이 법인세 인상, 사회복지세 도입 등 증세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누리과정, #무상급식, #박원순, #조희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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