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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낀 산봉우리가 마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 장가계 비취 보봉호수 주변 풍광 안개가 낀 산봉우리가 마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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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들어 저절로 그림 가운데 머무니
십 리 길 장랑(長廊)에 볼거리가 무궁하다
괴  석과 기봉은 과연 누가 그린 것인지
단청 (丹靑)의 묘수(妙手)가 바로 하늘의 솜씨로다

行來自在畵圖中 十里長廊看不窮
怪石奇峰誰繪得 丹靑妙手是天工
- 현대인 오장촉(吳丈蜀) 「십리화랑(十里畵廊)」 -

이 시조처럼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중국 장가계와 아바타의 촬영지 안가계는 신문이나 TV를 통해 볼 때마다 그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여행지였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신문에 나온 어필봉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가며 살아생전엔 꼭 가리라 다짐했던 곳인데 드디어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 태국에 이어 세 번째로 가게 될 해외여행지인 중국 장가계가 3박 4일 오인방 부부 모임 여행지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장가계로 가기 위해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국비행기 
바퀴가 펑크가 나 수리하기 위해 2시간 연착되었음
▲ 청주에서 중국행 비행기 중국 장가계로 가기 위해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국비행기 바퀴가 펑크가 나 수리하기 위해 2시간 연착되었음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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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인 지난 5일 오후 1시, 순천시 조은프라자 앞에 집결한 오인방 부부는 자가용 두 대에 다섯 명씩 나눠 타고서 청주 비행장으로 향했다.

3시간을 달려 청주비행장에 도착한 일행은 비행기 바퀴 펑크 수리로 2시간 연착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다시 공항을 빠져 나와 장터보리밥집에서 청국장과 칼국수로 저녁을 해결한 뒤 오후 9시가 조금 넘어서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 장가계로 향했다.

중국에서는 호텔을 대 주점이라고 한다
▲ 베스트 웨스턴 그랜드 호텔(장가계 오성급 대주점) 중국에서는 호텔을 대 주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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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천을 두른 듯 어둠에 쌓인 지상에서 별빛처럼 빛나는 조명들을 보며 3시간 조금 지나 장가계 공항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또다시 즐거운 여행길 발목을 붙잡혔다. 청주 여행 가이드 쪽에서 장가계 쪽으로 오인방 모임을 비롯해 충주팀, 여수팀 등 청주2호팀 여행 신용정보가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한 참 뒤에야 입국 절차를 받고 나와 마중 나온 가이드에게 따졌더니 정중한 사과가 아닌 자신도 꼼짝 않고 오랫동안 기다렸다고만 되뇌어 더 속이 상했다. 청주 쪽 가이드가 장가계 가이드에게 연락을 취해 연착 사실을 알렸어야 했는데 알리지 않은 듯하였다. 이 때문에 오후 12시가 다 되어서야 호텔에 투숙할 수 있었다.

계곡을 따라 휘도는 트레이킹 코스로 공기가 맑고 새소리 물소리가 정겹다
▲ 대협곡 트레이킹 코스 계곡을 따라 휘도는 트레이킹 코스로 공기가 맑고 새소리 물소리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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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화랑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길의 김암과 괴석들
▲ 십리화랑 십리화랑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길의 김암과 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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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둘째 날인 6일은 앞날의 비운과 달리 푸른 하늘에 구름 몇 점 떠 있는 맑은 날이라 기분이 좋았다. 아침 일찍 호텔 뷔페 조식 후 오전 7시 30분에 전용 버스를 타고 3일간의 여행 일정 코스와 유료 여행지를 안내 받으며 첫 여행지로 향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대협곡은 칼로 잘라 놓은 듯 깎아지른 절벽의 웅장함과 수직 높이 400미터 절벽에서 쏟아지는 비룡폭포를 포함한 자연폭포와 인공폭포를 관망하며 걷는 트레킹 코스로 눈과 귀. 나아가 몸과 마음까지 정화시키는 코스였다.

 3억 8천만 년 전에는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육지로 솟아오르면서 침수와 자연붕괴 등 자연적 영향으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깊은 협곡과 기이한 봉우리의 절경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 장자계 대협곡인 금편계곡 3억 8천만 년 전에는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육지로 솟아오르면서 침수와 자연붕괴 등 자연적 영향으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깊은 협곡과 기이한 봉우리의 절경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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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주변 경치를 관망하며 하는 유람선 관광
▲ 유람선 관광 유유자적 주변 경치를 관망하며 하는 유람선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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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대협곡은 인공폭포, 자연폭포, 동굴과 호수 등이 어우러져 총길이 3.5 Km에 이르며 2011년 11월 일반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이 계곡으로 내려가는 830계단이 수직높이 400미터에 걸쳐 가파르게 설치되어 있었으며, 중간에 계단의 피로를 덜어 주기 위하여 돌로 만들어진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어 스릴도 있고 재미가 있었다. 또 대협곡을 거니는 동안 들려오는 물소리, 새소리,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 유람선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새를 보며 걷는 트레이킹과 보봉호수의 유유자적한 유람선 관광은 마치 신선놀음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하였다.

그런데 가이드가 당초 설명한 거와 달리 유료인 대협곡으로 미리 안내했다고 일행 중 한 명이 불쾌의 목소리를 내어 즐거운 여행에 찬 물을 끼얹었다. 다행히 가이드의 사과로 다시 여행의 발걸음이 순탄해지긴 했지만, 태국이나 일본 여행 때처럼 여행 전 날 팀장들과 가이드간의 사전 부리핑의 조율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붓처럼 솟은 어필봉의 자태
▲ 어필봉 마치 붓처럼 솟은 어필봉의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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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선녀바위가 이채롭다
▲ 선녀 바위 꽃을 든 선녀바위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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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20분 경 퓨전 한식인 쇠고기 전골로 점심을 먹고 마치 붓을 꽃아 놓은 듯한 어필봉을 비롯해 선녀가 꽃을 바치는 듯한 모습인 선녀헌화, 수천 개의 봉우리가 바다를 이루는 서해 운무, 중국의 10대 원수 하룡 장군의 동상이 있는 천자산에 올랐다.

가을을 맞은 천자산은 우리나라처럼 고운 단풍으로 물들지 않았지만 가을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어서 신성하면서도 기이하고 험준하면서도 원시적인 아름다운 모습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와! 저기 봐요. 어필봉은 진짜 붓 같다. 어, 저긴 선녀가 꽃을 바치는 모습이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천자산 봉우리의 자태에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십자화랑의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컷!
▲ 오인방 여인들 십자화랑의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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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높이인 338미터인 백용엘리베이터로 하산 하였다.
▲ 안가계의 백용엘리베이터 세계최고의 높이인 338미터인 백용엘리베이터로 하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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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천자산을 구경하고 나서 다시 셔틀 버스에 올라 영화 <아바타> 촬영지로 유명한 원가계로 이동하였다. 계곡을 따라 장가계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금편 계곡의 삼림욕과 기암, 괴석이 즐비한 십리화랑을 모노레일을 타고 관망하는 내내 그 사이를 날아다니던 아바타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빙빙 맴돌았다.

또, 제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도 봉우리와 바위를 이토록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물, 바람, 비가 긴 세월 동안 그려낸 대자연의 웅장한 경관 앞에서 한 없이 낮아졌다. 그런데 대국의 이미지답게 무엇이든 크고 웅장하게 건설하는 중국인들의 자랑인 세계 최고의 길이 338미터를 자랑하는 백용엘레베이터로 하산하면서 그 자연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중국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천문산을 내려와 토가여인의 마사지를 받았다. 아직 노처녀라는 30세 토가 여인은 마치 육신의 길을 아는 듯 사이사이 여행으로 지친 몸을 풀어 주었다. 그리곤 온 몸을 두 발로 들어 올려 좌우로 회전하였는데 마치 무릉원 풍경구에 다시 올라 비경을 보는 듯한 황홀경이었다. 마사지가 끝난 뒤 무제한 삼겹살로 저녁을 먹었는데 그 또한 일품이라 함께 한 일행들도 오전의 불쾌감이 사라진 흡족한 모습들이었다.

천문산 호선쇼의 예고처럼 환한 야경이 눈길을 끌었다.
▲ 천문산 호서쇼 입구의 야광 천문산 호선쇼의 예고처럼 환한 야경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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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장가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천문호선쇼를 관람하러 갔다. 영화 <붉은 수수밭>을 연출한 장예모 감독이 맡고 있는 이곳은 세계 최초로 1회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연 산수를 무대로 한 초대형 노천 공연장이라고 하였다.

300~500명의 출연진이 여우(백호)와 나무꾼의 사랑이야기를 음악과 무용으로 펼치는 공연이었는데 천문산을 배경으로 쏘는 조명, 음악, 솟구치는 분수, 계곡을 흐르는 물. 안개처럼 흐르는 작은 물방울 사이의 꽃과 나무들 모두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황홀서일까, 천문호선쇼를 첫날의 일정이 끝나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감흥이 쉬 가시지 않아서인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땅속의 지상 황룡 동굴의 풍광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 황룡동굴 땅속의 지상 황룡 동굴의 풍광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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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인 7일도 앞날처럼 즐거운 여행이길 기대 했는데 보슬비가 내려 실망스러웠다. 관광 카메라 촬영 때문에 우산 대신 비옷을 입고 다니느라 후덥지근하긴 했어도 전용버스로 오르는 백장에 이르는 거대한 절벽인 백장협 차창 관광과 30분간 유람선에 승선하여 계곡을 즐기는 보봉 호수의 비경 관망은 또 다른 구경거리로 눈을 즐겁게 했다. 점심 후에 이어진 땅 속의 지상이라 불리는 황룡 동굴은 장가계의 웅장함과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중국인들의 대범성과 세밀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코스였다.

무엇보다 황룡 동굴에서의 안내 해설을 맡았던 25살 청년이 핸드폰 헤드라이터로 어둔 계단을 비춰 주어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호텔로 가기 전 토가풍 정원을 둘러보며 토가족의 생활을 엿본 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퓨전한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안개가 끼어 천길 낭떠러지가 보이지 않음
▲ 귀곡 잔도의 난간 안개가 끼어 천길 낭떠러지가 보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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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째인 8일은 운 좋게 케이블카와 리프트로 산을 오르내리며 안개가 흐르는 천문산 봉우리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하얀 안개를 감은 산봉우리의 아름다움과 나무사이로 흐르는 안개에 넋을 잃을 정도였지만 안개로 인해 아찔할 정도로 깎아지른 귀곡잔도와 유리 잔도의 풍경을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천수를 누린다는 천문동 동굴은 999 계단의 힘겨움에 오르기를 포기하고 바라만 봤다. 하지만 장가계와 안가계의 산수를 60여 가지의 돌가루와 돌, 나무로 그려낸 이군성(52) 화백의 전시관에서의 평면 액자, 문 액자, 사기접시, 기와에 그려진 명품 그림은 발걸음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앞 날 저녁 특식으로 제공된 한식은 퍼지거나 너무 물러져 일행들 모두 입맛을 잃게 했던 것과 달리 점심으로 먹은 퓨전 한식은 비교적 맛이 좋아서 다들 만족한 눈치였다.

점심을 마치고 2시 무렵 장가계 공항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마치고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 청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차장으로 멀어져 가는 중국의 산하를 보며 3박 4일간의 여행을 더듬어 보았다. 처음 불쾌함과 다르게 기다리지 않고 일정을 빠르게 마칠 수 있게 도와 준 고상국 가이드. 긴 여행길을 안전 운전으로 편안하게 했던 왕따거 싱쿠바, 뒤를 따르며 우리 모습을 경관과 어울리게 담고자 애쓰던 비디오 촬영 아가씨의 모습이 산자락을 돌던 안개처럼 스멀스멀 스쳐갔다.

3000여 개의 봉우리로 우뚝우뚝 솟아 수백 가지 형상을 이룬 장자제의 풍광! 신의 솜씨라 해도 과언이 아닌 빼어난 자연 산수에 최고의 높이, 최고의 길이를 자랑하는 관광지로 개발한 중국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12공탄의 진한 가스 속에서 이천 원을 외쳐 대던 토가족 상인들, 전용버스 옆에서 차창을 향해 눈길을 보내던 노인의 물기어린 눈동자, 몸 구석구석을 주무르고도 두 발로 그 몸을 올려 돌려 죄우로 힘겹게 돌리던 토가의 여인들, 빗속에서도 가마를 어깨에 메고 오르던 가마꾼들,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내리는 운전사들이 자꾸만 나무의 옹이처럼 마음을 짓누른다.

욕심 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토가족의 터전을 관광지로 개발한 것이라 여길 때 그들의 행복을 위한 발전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태그:#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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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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