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6·25전쟁 때 국군과 경찰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 희생자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60여 년 전 '죗값'을 적용, 배상액을 감액한 판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월 말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당한 민간인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희생자들의 수감 경위와 범법행위 정도'를 반영해 위자료를 감액 차등하는 판결을 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목숨값' 위자료 산정이 제각각인 이유는?)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최근 대법원(민사1부)에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통해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전 산내 희생자 유가족들의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인(법무법인 정평의 심재환, 하주희, 남성욱 변호사)들은 상고이유서에서 "이는 사건의 본질을 도외시하고 위자료 산정에 관한 재량의 한계를 넘어선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국민인 희생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국가로부터 침해당한 것에 대한 위자료를 구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정당한 사유와 적법한 절차없이 희생자들을 살해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침해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들은 특히 "희생자들의 '수감 경위'와 '범법행위 정도'에 따라 위자료를 차등 산정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가치에 차등을 두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된다"며 "법원이 법치국가 원리의 근본을 흔드는 판단을 했다는 것은 매우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이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위자료 액수를 차등할 근거가 될 수 없고 재량을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권 침해성 판결' 대응 토론회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 기념 치유센터)와 국회의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연구회'(대표의원 인재근, 연구책임의원 유은혜, 민병두)는 이같은 인권 침해성 판결에 대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오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재심·국가배상 소송과정에서의 국가폭력과 2차 피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배상금 감액을 비롯 오락가락 판결 등 국가의 책임 회피성 판결과 재판 과정에 대한 피해자 증언을 청취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된 유가족 31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4명에 대해서는 희생자의 경우 8천만 원, 배우자 4천만 원, 자녀 각 800만 원을 산정했다. 반면 나머지 17명에 대해서는 '희생자 수감 경위와 범법행위 정도'를 감안해 원심과 달리 위자료를 감액 판결했다.
이중 12명의 경우 희생자 6천만 원(배우자 3500만 원, 부모자녀 각 700만 원)을 산정했고, 3명에 대해서는 6천만 원(배우자 3천만 원, 부모자녀 각 600만 원), 2명에 대해서는 5천만 원(배우자 2500만 원, 부모자녀 각 500만 원)을 위자료로 정했다.
이와 관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1950년 6월 28일경부터 다음 해까지 수 천여 명의 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재소자 등이 헌병대와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없이 산내 골령골(대전 동구 낭월동 일원)에서 집단 살해됐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 지원, 평화 인권교육 강화 등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