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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송전탑을 그린 박준호군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진격의 송전탑을 그린 박준호군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 빈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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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1년 조금 넘었다. 작은 우연에서 시작된 밀양, 아름다운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늘 놀라웠던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 언제라도 일어설 수 있는 밀양의 어른들을 통해서 많이 배웠다. <밀양을 살다>에 보면 사람은 울력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혼자 사는것이 아니라 관계들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살아야 한다는 말로 느껴진다."

지난 15일, 제1회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달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갤러리 '아지트'에서 밀양 사진전 '송전탑과 나' 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사진전은 빈진향 작가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전시회에는 세 명의 마을 주민들이 기록한 작품도 전시되었다.

사진전을 기획한 빈진향 작가
 사진전을 기획한 빈진향 작가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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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살다가 밀양에 정착한 구미현씨는 남편과 함께 건강을 회복하며 살아갈 지역으로 밀양을 수소문했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 풍경의 용회마을에 새로운 삶터를 내리고 살던 그날부터 투쟁의 시작이었다. 구미현씨는 사진에 담긴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제가 눈물이 없는 편인데, 사진을 보며 이야기하려면 눈물이 벌컥벌컥 난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음독 사망한 고 유한숙씨) 추모 분향소를 시청 앞에 세우려고 하자 경찰 병력이 고착(경찰이 시위하는 주민들을 강제로 분리하여 둘러싸고 억류하는 행위)을 했다. 주민들은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었다.

송전탑 부지에 비닐 천막을 짓고 농성을 시작하자 한전에서는 길을 막고 통행을 방해하거나 냇가에 가서 설거지도 못하게 막았다. 폭행과 채증을 당하면서 이런 것들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싸움 과정에서 고발된 재판이 많다. 벌금이 2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80살 넘은 할매가 매실액을 뿌렸다고 법원에서 3백만 원 벌금을 내렸다. 법원은 사법부가 아니다."

사진에 담긴 내용을 설명하는 밀양주민 구미현 작가.
 사진에 담긴 내용을 설명하는 밀양주민 구미현 작가.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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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폭력과 주민들이 당한 인권유린만 사진에 담긴 것은 아니었다. 비닐 천막 농성장 주변에서 흙을 개간하는 할매들의 경작 본능은 평화롭기만 하다. 무리를 지어 집결한 경찰병력의 주둔지에 핀 접시꽃은 밀양의 슬픔을 더욱 아프게 보이게 한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농성장의 마을을 차단하고, 대규모 경찰병력이 행정대집행을 하던 날. 커터칼로 갈갈이 찢겨진 농성장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절규하는 주민들, 연대하러 온 시민들이 저항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고 눈물이 난다는 구씨는 '긴 세월을 부당함에 저항해 싸웠고, 많은 것을 잃었지만 많은 사람을 얻었다'며 연대해준 많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송전탑이 하나하나 세워지고 그 주변을 까마귀가 빙빙 돈다. 아름다운 산에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헬기가 많이 날라올 때는 하루에 60번까지 온다."

시끄러운 헬기소음이 하루에 몇 번이나 뜨는지 기록했다.
 시끄러운 헬기소음이 하루에 몇 번이나 뜨는지 기록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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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다는 주민 강귀영씨는 마을을 둘러싸고 세워지는 송전탑을 매일 찍었다. 그가 찍은 동영상이 증거가 되어 연행된 주민이 풀려난 것을 계기로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더욱 열심히 찍었다는 강씨는 송전탑을 뽑아내는 날까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진격의 송전탑'을 그림으로 그린 박준호군은 단장면 태룡초등학교의 5학년 어린이다. 이날, 사진전에는 참석을 못했지만, 그가 직접 그린 작은 스케치북이 전시되었다. 사진전을 기획하게 된 것도  준호의 그림이 있는 인터뷰 동영상이 계기가 되었다.

[동영상] '송전탑이 있는 세계, 밀양토박이 준호의 이야기'

덧붙이는 글 | 송전탑과 나 사진전: 11월15일(토)~28일(금) 저녁 8시까지관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33 2층오픈갤러리 ‘아지트’ (2호선 문래역 7번출구)



태그:#송전탑과 나, #밀양, #진격의 송전탑, #용회마을, #갤러리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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