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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7월 19일 서울 근교 한 공원에서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의 모습.
 지난 2013년 7월 19일 서울 근교 한 공원에서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의 모습.
ⓒ 사진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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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과 관련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던 정윤회씨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언론을 통해 일종의 '폭로전'을 벌이면서 논란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특히 정씨는 그동안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감췄던 행보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 역시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드물게 자신이 몸담았던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 한 모습을 보여 향후 두 사람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는다.

언론노출 높이며 자신을 드러내는 정윤회

정씨는 지난달 28일 <세계일보>를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자신의 동향을 파악해 작성한 문건이 공개된 직후 곧바로 강경한 대응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 1일 <중앙일보>와 첫 인터뷰에서 "모든 걸 조사하라.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라며 "대통령은 물론 3인 측근 비서관들과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10인이 회동해 국정을 논의하고 내가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것은 완전한 낭설이자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또 그동안 자신이 음지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정씨는 "2007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나는 7년간 야인이다. 지난 대선 때도 활동하지 않았다"라며 "당선 후에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 한 번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일명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리는 비서관들과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인간적인 정의로 보면 이들이 나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라며 "나는 섭섭하다. 그러나 이해한다. 구설이라도 생기면 국정에 누가 될까 봐 그러는 걸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의 이러한 해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과의 '권력 암투설'이 제기되자 그는 보다 공세적인 자세로 언론에 나섰다. JTBC, YTN, KBS 등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발언의 수위를 높여갔다. 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보도한 <산케이신문> 국장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것임을 밝혔다. 그동안 '음지'에서 움직였던 그가 본격적으로 '양지'로 나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씨는 2일 <중앙일보>와 두 번째 인터뷰에서 "대통령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사냥개가 됐다. 토사구팽의 사냥개가 돼 스스로 숨어 지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는 진돗개가 돼야겠다"라며 "(세계일보 보도는) 민정수석실에서 조작한 것이다. 음해 대상으로 가장 만만한 게 내가 됐다. 나를 감찰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조작은 안된다"라고 말했다. 또 "만약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에서 확인해 일벌백계를 해야지,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일이냐"라며 청와대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2일 YTN과 한 전화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통해 조 전 비서관에게 연락을 부탁한 사실과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 비서관과 안봉근 비서관 등에 연락을 취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동안 "만난 적이 없다"라며 접촉을 부정해 왔던 태도를 뒤집은 것이다. 그는 "왜 3인방과 이렇게 자꾸 문제가 불거지는지 이제는 나도 내 입장을 얘기해야겠다(라고 통보했다)"라며 "이제는 나는 나대로 할 테니까 그쪽 3인방도 이제 3인방이 할 수 있는 걸 하라, 이렇게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몸 담았던 청와대에 날 세우는 조응천

조응천 전 비서관 역시 직설적인 언어로 정씨의 발언에 맞섰다. 특히 그는 현 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인사들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조 전 비서관은 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재만 비서관과 정윤회가 지난 4월 연락을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정씨와 이 비서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에 이어 "정씨와 절연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암시했다.

조 전 비서관은 또 "청와대에 들어올 예정인 경찰관 1명에 대해 검증을 하다가 '부담(스럽다)' 판정을 내렸다. 그랬더니 안봉근 비서관이 전화해서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라며  "2부속실에서 왜 경찰 인사를 갖고 저러는지 이상했는데, 한 달 뒤쯤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 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증을 충분히 할 시간이 없었다.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문고리 3인방'의 국정개입 의혹이 실제로 청와대 인사 과정을 통해 이뤄졌음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안 비서관뿐 아니라 이 비서관의 비슷한 사례도 지적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청와대 인사를) 아예 검증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라며 "올봄에 청와대에 근무하는 행정관들을 선임행정관(2급)으로 승진시키는 인사가 있었는데,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 '2급이면 인사 검증 대상이니 미리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냥 발표가 나버렸다"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의 발언 중 특이한 지점은 박지만 회장을 언급한 부분이다. 그는 자신이 박 회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문건 의혹이 정씨와 박 회장의 권력 암투설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박 회장이 지난 1994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담당 검사로 박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태도를 정씨를 비롯해 '문고리 3인방' 등 비선 의혹을 사는 인사들과의 폭로전 양상에서 박 회장을 보호하려는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같은 인터뷰에서 "박 회장의 천거로 청와대에 들어와 비선 쪽과 세력 다툼을 하다가 일패도지했다고들 얘기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며 "나를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박 회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의 친인척 사정에 밝은 박 회장 쪽 사람을 채용해 관련 업무를 맡기자고 했더니 정호성 비서관이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 박 회장은 그럴 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의 깊은 관계는 인정하지만 이번 논란에서는 박 회장과 거리를 두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정윤회씨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청와대 비선실세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 박범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정윤회씨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자신의 파워를 믿는 것일 수도 있고, 현재의 수사구조상 실체를 파헤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혼재돼 있다고 본다"라며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통화에서 '주문했다, 통보했다'라는 말을 썼는데, 이는 자신의 사람들에게 일정한 행동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청와대와 날을 세우고 있는 조응천 전 비서관의 발언과 관련해 "평소 굽지 않고 직설적인 본인의 캐릭터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청와대에서 부당하게 쫓겨난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현재 사건이 유출문제에 초점이 모아지고 그 주범처럼 몰리는 상황이 되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명분을 말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정윤회, #십상시, #박지만, #조응천, #이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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