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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은 물도리마을로 알려진 회룡포와 태조 왕건 촬영지가 있는 문경새재도립공원에 다녀왔다.

이날 산행의 일차 목적지였던 예천의 회룡포는 안동 하회마을, 영주 무섬마을과 함께 우리나라의 소문난 3대 물도리마을이다. 그림처럼 떠있는 육지 속의 작은 섬마을이 <1박2일> 촬영과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와 은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알려지며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

오전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시내를 돌며 회원들을 태운다. 오늘도 가래떡, 귤, 바나나에 커피까지 입맛에 맞춰 자리로 배달되고 늘 예쁘게 미소를 짓는 달콤 회장님의 인사와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가 이어진다. 중부고속도로와 34번 국도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휴게소에 들른 관광버스가 9시 30분경 제1뿅뿅다리와 가까운 회룡마을 주차장에 도착한다.

용주팔경시비
 용주팔경시비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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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준비를 하고 9시 40분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며 산행이 시작된다. 첫 번째 만나는 용주팔경시비에 구계 김영락이 고려 때는 용주로 불렸던 이 지역의 팔경을 예찬한 시가 4면에 써있다. 시비를 지나면 소나무가 늘어선 오르막 산길이 이어진다. 솔 향을 맡으며 산등성이를 걷다 보면 왼편의 나뭇가지 사이로 회룡포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아미타불석조좌상과 장안사 대웅전
 아미타불석조좌상과 장안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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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산 산행은 초입부터 산등성이까지가 제일 힘든다. 산등성이를 내려서면 아미타불석조좌상, 용왕각, 석조물, 팔각정자가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직진하면 회룡포 전망대 올라가는 길이고 아래편으로 내려가면 경덕왕 때(758년) 의상대사의 제자 운명대사가 창건했고 예전에는 제법 규모가 큰 사찰이었다는 장안사가 있다.

장안(長安)은 불교에서 지상낙원을 의미한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후 강원도 금강산, 부산 불광산, 경북 비룡산에 국태민안을 염원하는 장안사를 세웠다. 비룡산은 북쪽 금강산과 남쪽 불광산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호탕한 시풍으로 유명한 고려시대의 문관 이규보가 이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불교에 귀의하였다. 바로 아래편에 주차장이 있어 차량을 이용하면 사찰까지 편하게 올 수 있다.

회룡대와 회룡포 풍경
 회룡대와 회룡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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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구들이 곳곳에 매달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크리스마스트리를 닮은 두 개의 조형물에 산악회의 리본과 자물쇠들이 걸려 있다. 이곳에 올라온 연인들은 조형물 사이로 보이는 앞산에서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을 찾아낸 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면서 자물쇠를 채운다. 하트 모양은 풍수적으로 좌청룡의 총각산과 우백호의 처녀산 사이에 있다.

바로 아래에 팔각정자 회룡대와 넓은 전망대가 있다. 정자에 올라 땀을 식힌 후 전망대로 내려가면 가슴이 확 트일 만큼 내성천 물길이 350도 회전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풍이 진 후라 멋진 모습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지만 아담한 마을과 추수가 끝난 논밭, 넓은 모래밭과 푸른 시냇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다. 회룡포는 멋진 풍경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한국판 그랜드캐니언'이다.

우리나라는 작아도 속이 알찬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중 풍경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곳은 국가에서 '명승'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회룡포(명승 제16호)는 자연이 빚은 예술이다. 산허리를 끊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만큼 회룡포를 휘감으며 유유히 흘러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산과 물이 태극을 이루는 천하 명당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이 따로 없다.

봉수대
 봉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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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일대를 비룡산이라 부르지만 정상석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회룡대에서 200m 거리에 봉수대가 있다. 표석의 글에 의하면 비룡산봉수는 동쪽은 예천읍의 서암산·서쪽은 다인의 소이산·북쪽은 산양의 가불산봉수와 연락했으며, 설치년도는 고려 의종 3년인 1149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한다.

용포대
 용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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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대를 지나면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쪽은 용포대, 오른쪽은 흔적만 남아있는 원산성 남문지로 가는 길이다. 완만한 소나무 숲길을 걸어 두 번째 전망대인 용포대로 갔다. 전망대에 서면 회룡포의 물길이 만들어 놓은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삼강앞봉에서 바라본 삼강주막
 삼강앞봉에서 바라본 삼강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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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교, 삼강교, 삼강주막
 비룡교, 삼강교, 삼강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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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대에서 1.2㎞ 거리에 있는 삼강앞봉으로 가면 유유히 흐르는 내성천과 비룡교, 삼강교와 삼강주막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일정에 없지만 이곳까지 왔다가 삼강주막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언덕 아래로 내려서 비룡교를 건넌 후 제방을 따라 부지런히 삼강주막으로 갔다.

삼강(三江)은 경북 예천의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곳이다. 삼강주막(경북민속자료 제134호)이 있는 삼강나루터는 한때 하루에 30번 이상 나룻배가 다녔던 교통 요지였다. 하지만 안동댐이 건설되며 수량과 강폭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주모가 있었던 삼강주막은 삼강을 오가는 사공과 보부상뿐 아니라 문경새재를 통해 영남과 한양을 오가는 선비들에게 요기와 숙식을 제공하는 편안한 쉼터였다. 삼강주막 뒤편에 수령 500여 년의 회화나무가 서있어 옛 정취를 더해준다. 평일이라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돈 가지고도 맛보기 어려운 막걸리를 편안히 마셨다.

제2뿅뿅다리에서 제1뿅뿅다리까지
 제2뿅뿅다리에서 제1뿅뿅다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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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던 길을 되돌아 비룡교를 건넜다. 삼강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신 일행들은 시간에 쫓겨 의자봉, 적석봉, 사림봉 산행을 포기하고 사림재를 지나 제2뿅뿅다리로 갔다.

회룡포는 통일신라의 경순왕이 왕건에게 천년 사직을 반납한 후 금강산으로 향하던 마의태자가 눈물을 흘리며 지난 곳으로 의성에서 이주한 경주 김씨들이 조상대대로 살았고, 의성 상인들이 소금을 부려 의성포로 불렸다. 그러다 관광객들이 의성에 가서 의성포를 찾는 일이 잦아 1996년 건너편 회룡 마을의 지명을 따서 회룡포(回龍浦)로 고쳤다.

회룡포에 가려면 공사장에서 쓰는 철판에 동그란 구멍이 일정하게 뚫려 걸을 때마다 덜컹거리는 '뿅뿅다리'를 건너야 했다. 강물이 불어 철판다리의 구멍에 물이 차면 '퐁퐁'거렸다 해서 주민들이 '퐁퐁다리'로 불렀는데 언론에서 잘못 표현하는 바람에 신기하게 들리는 뿅뿅다리가 되었다.

하지만 작년 여름에 이곳을 찾았을 때도 철판이었던 제2뿅뿅다리의 상판부분이 시멘트로 바뀌었다. 다리를 건너면 우리나라에서 강변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1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고즈넉하다. '아름다운 올레길'로 선정된 회룡포 올레길을 걸으며 강바람을 쐬는 것도 낭만이다. 마을을 지나 회룡포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백사장으로 들어선다. 물이 맑고 모래가 고운데다 수심이 얕다. 상판이 철판인 제1뿅뿅다리를 건너 1시경 주차장에 도착해 뒤풀이를 하고 2시에 문경새재로 향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문경새재도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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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50분경 명승 제32호로 지정된 문경새재도립공원에 도착해 태조 왕건 드라마 촬영지까지 문경새재를 산책했다. 문경새재는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조선시대의 가장 큰길이자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사회, 문화, 경제의 유통과 국방을 책임지던 곳이었다.

나는 새도 넘기 힘들었다는 새재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옛길박물관을 지나면 3개중 첫 번째인 영남제일관문 주흘관, 뒤편을 병풍처럼 둘러싼 조령산이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의 송악산을 닮아 태조 왕건을 비롯해 여러 드라마를 촬영한 문경새재 드라마 야외촬영장을 차례로 만난다.

예정에 없던 문경새재 산책을 마치고 4시에 청주로 향했다. 나뭇잎이 떨어진 나무들의 모습이 초라한데다 하루 종일 흐려 을씨년스러운 날씨였지만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즐거운 날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회룡포, #용주팔경시비, #회룡대, #용포대, #문경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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