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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갓길에서 내려다 본 목포 앞바다. 신안비치호텔과 고하도가 보인다. 그 사이로 쾌속선이 들어오고 있다.
 유달산 갓길에서 내려다 본 목포 앞바다. 신안비치호텔과 고하도가 보인다. 그 사이로 쾌속선이 들어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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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애절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가수 이난영이 불렀던 노래 '목포의 눈물'이다. 목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다. 오래 전 고향을 떠나 낯선 땅을 헤매야 했던 남도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줬던 노래다. 남도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역할도 했다. 80년대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즈의 응원가로 불리면서 '전라도 애국가'라는 말까지 생겼다.

목포의 또 하나의 상징은 유달산이다. 나지막한 산이지만 산정에서 보여주는 풍광은 여느 곳에 뒤지지 않는다.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기묘한 모양새를 한 바위도 호사를 선사한다.

최근에는 총 거리 6.3㎞의 유달산 갓길도 개통됐다. 산의 허리춤을 따라 돌며 다도해와 근대 역사의 흔적이 오롯한 시가지를 두루 만나는 길이다.

노적봉과 유달산 전경. 천년의 종각에서 본 모습이다.
 노적봉과 유달산 전경. 천년의 종각에서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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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짚단을 덮어 군량미로 위장시켰다는 유달산 노적봉. 봉우리의 생김새가 사람의 누워 있는 얼굴이다.
 이순신 장군이 짚단을 덮어 군량미로 위장시켰다는 유달산 노적봉. 봉우리의 생김새가 사람의 누워 있는 얼굴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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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으로 간다. 지난 19일이다. 여러 날 전에 내린 폭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 때문일까. 노적봉이 유달산 주차장까지 마중 나와서 반겨준다. 짚단을 덮어 군량미로 보이게 했다는 이순신 장군의 전설이 서려 있는 바위다. 생김새가 누워있는 큰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최근 화제를 모은 그 봉우리다.

노적봉 옆에 있는 다산목도 웃음을 짓게 한다. 사람들이 '여자나무'라 부른다. 이 나무를 보면 아이를 갖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수령 150년도 넘은 팽나무의 뿌리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와 자라면서 희귀한 형태를 만들었다. 어찌 보면 민망하단 생각도 든다.

유달산 갓길은 노적봉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과 '목포의 눈물' 노래비를 거쳐 대학루로 이어진다. 대학루에서 몇 해 전 복원된 삼학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눈쌓인 유달산 갓길. 목포 유달산의 허리춤을 따라 산을 한바퀴 도는 길이다.
 눈쌓인 유달산 갓길. 목포 유달산의 허리춤을 따라 산을 한바퀴 도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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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각에서 내려다 본 목포 시가지. 바로 앞에 노적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복원된 삼학도가 자리잡고 있다.
 유선각에서 내려다 본 목포 시가지. 바로 앞에 노적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복원된 삼학도가 자리잡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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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도는 유달산에 사는 젊은 장수를 사모한 세 여인이 죽어 학이 됐고, 그 학이 떨어진 자리에 섬이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지금은 그 자리에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목포 어린이 바다과학관이 들어서 있다. 바다과학관 앞에는 목포항 여객선터미널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루 앞에 놓인 오포대(午砲臺)도 눈길을 끈다. 화약을 넣고 포를 쏴 정오를 알리는 시계 역할을 했다. 어릴 적 사이렌 소리로 정오를 알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오포 분다'고 얘기했던 그때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유달산 갓길을 알려주는 푯말을 따라 눈길을 헤치니 목포시사(木浦詩社)다. 한말의 대학자인 정만조 선생이 1907년에 세운 지역 문인들의 모임장소였다. 나라 잃은 한과 우국충정을 토로하는 유림의 문학결사체 노릇도 했다. 해마다 봄과 가을에 한시 백일장을 열며 지금까지 한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공간이다.

유달산 오포대. 화약을 넣고 포를 쏴서 정오를 알려주던 포다.
 유달산 오포대. 화약을 넣고 포를 쏴서 정오를 알려주던 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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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유달산 갓길. 길을 따라 동백꽃이 많이 피어 있다.
 눈 쌓인 유달산 갓길. 길을 따라 동백꽃이 많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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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사를 지나서 만나는 철거민탑도 애틋하다. 유달산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옮겨간 집의 주춧돌을 버리지 않고 모아서 쌓아 놓았다. 한낱 폐기물에 불과한 돌을 쌓아 탑으로 만든 발상의 전환이 기특하다. 훌륭한 재활용 탑이다.

조각공원으로 가는 길은 돈나무와 붓순나무, 굴거리나무가 즐비하다. 히어리, 모감주나무, 후박나무도 줄지어 서 있다. 빨간 동백꽃도 수줍은 듯 피어나 순백의 눈으로 모자를 만들어 쓰고 있다. 계절을 잃은 노란 개나리꽃은 길손의 동정심을 자아내게 한다.

조각공원의 전시작품은 바다와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 빨간 열매의 파라칸사스도 하얀 눈과 어우러져 더 예쁘다. 전시작품의 배경이 되는 유달산과 목포 시가지도 절묘하게 버무려진다.

조각작품과 어우러진 목포 시가지. 유달산 조각공원에서 본 모습이다.
 조각작품과 어우러진 목포 시가지. 유달산 조각공원에서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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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후샘에서 물 한 모금. 유달산 갓길에서 만나는 유일한 샘물이다.
 봉후샘에서 물 한 모금. 유달산 갓길에서 만나는 유일한 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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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공원에서 길은 어민동산으로 이어진다.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사이로 부러 만든 길인 데도 발걸음이 편하다. 오른편으로 오밀조밀한 목포 시가지가 펼쳐진다. 신안 압해도를 목포와 연결해 준 압해대교와 목포해양대학교 캠퍼스도 저만치 보인다.

어민동산에서 봉후샘으로 가는 길은 넓은 바위벽을 지난다. 두레박을 달아 놓은 샘이 정겹다. 한 모금의 물로 길손의 목마름을 씻어준다.

봉후샘에서 아리랑고개로 가는 길은 다도해를 바라보며 걷는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신안비치호텔과 올망졸망한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너머로 기다랗게 늘어선 섬은 이순신 장군이 머물면서 수군통제영을 설치하고 조선수군을 재건했던 고하도(高下島)다.

유달산 낙조대에서 보는 해넘이. 목포와 고하도를 잇는 목포대교 너머로 해가 기울면서 하나씩 불이 켜지고 있다.
 유달산 낙조대에서 보는 해넘이. 목포와 고하도를 잇는 목포대교 너머로 해가 기울면서 하나씩 불이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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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갓길은 산의 허리춤을 따라 유달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갓길에서 보이는 다도해 풍광이 일품이다.
 유달산 갓길은 산의 허리춤을 따라 유달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갓길에서 보이는 다도해 풍광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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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바위와 이등바위가 보이는 곳에 낙조대도 있다. 목포대교 부근 바다를 온통 빨갛게 물들이는 해넘이를 조망하는 지점이다.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도 어우러져 황홀경을 선사한다. 언제라도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경물이다.

유달산 갓길은 이제 아리랑고개를 넘어 옛 수원지 둑을 따라가는 나무 데크로 연결된다. 1911년에 쌓은 저수지는 목포시민의 제2수원지였다. 지금은 희미한 흔적만 남아있다. 학암사 앞길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목포의 원도심을 보며 걷는다. 편안하게 산보하듯이 걸을 수 있어서 더 좋다.

유달산 갓길은 목포의 원도심 달동네도 지난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옛 목포의 모습 그대로다.
 유달산 갓길은 목포의 원도심 달동네도 지난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옛 목포의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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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는 근대 역사의 흔적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 최근 개방된 목포근대역사관 뒤편의 방공호도 그 가운데 하나다.
 목포에는 근대 역사의 흔적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 최근 개방된 목포근대역사관 뒤편의 방공호도 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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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가볼만한 곳도 많다. 옛 일본영사관과 동양척식회사 건물을 고쳐 만든 목포근대역사관이 있다. 근대 목포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목포진(木浦鎭)과 약사사도 가깝다. 최근 복원된 목포진은 조선시대 수군의 진영이었다. 약사사에서는 1930년에 건립된 물을 담는 석조가 눈길을 끈다.

바닷가의 바위가 사람 둘이서 삿갓을 쓰고 서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는 갓바위도 있다.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목포 어린이 바다과학관은 삼학도에 있다. 목포문학관과 해양유물전시관도 가볼만 하다.

조선시대 수군의 진영이었던 목포진. 최근 복원돼 일반 개방을 앞두고 있다.
 조선시대 수군의 진영이었던 목포진. 최근 복원돼 일반 개방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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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 요금소를 지나 목포 북항까지 간다. 북항 사거리에서 좌회전, 목포해양대학교 방면으로 가다보면 유달산 일주도로와 만난다.



태그:#유달산, #노적봉, #유달산갓길, #봉후샘, #삼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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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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