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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 수명 연장 심사를 진행중인 원안위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 수명 연장 심사를 진행중인 원안위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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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원전 수명 연장이냐, 첫 폐로냐. 원자력 안전을 책임진 원안위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은철, 아래 원안위)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어 지난 2012년 30년 설계 수명이 끝난 경북 경주 월성 1호기 '계속 운전' 심의를 진행했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중단, 즉 원전(핵발전소) 폐쇄(폐로)를 요구하는 탈핵 진영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거셌다.

월성원전 주민들 "지상낙원이라더니 우릴 죽이는 도구"

원안위가 입주한 KT 광화문사옥 앞엔 이날 새벽 3시쯤 경주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월성 원전 인근 마을 주민 40여 명이 일찌감치 진을 쳤다. 이들이 사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는 월성 원전에서 불과 900m 남짓 떨어져있다. 이들은 마을 주민 갑상선암 발병 비율이 전국 평균에 비해 67배나 높다면서, 건강과 안전 문제를 들어 노후 원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아리 주민 김승환(65)씨는 "월성 원전이 들어오면 그 주위는 지상낙원이 된다고 선전해 주민들이 모든 소득원과 생존권을 다 제공했다"면서 "결국 주민들은 핍박한 생활을 해왔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무서움까지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인근 50여 가구를 조사했더니 갑상선암이 8명, 일반 암이 11명이 나왔는데 갑상선암 발병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60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면서 "지상낙원을 만들 줄 알았던 원전이 우릴 죽이는 도구가 됐다"고 밝혔다. 이날 주민들이 들고 온 피켓 가운데는 '세월호에 승선한 나아리 주민'이라는 내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원안위 회의가 열리는 동안 시민·환경·종교단체들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정의당·녹색당·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은 월성원전 주민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1호기 폐쇄를 거듭 촉구했다.

지난해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 의장과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를 구성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이미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 수명을 연장한 적이 있지만 독립적인 원자력 안전 규제 기관인 원안위가 출범한 뒤 노후 원전 재가동 결정은 처음이어서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탈핵 진영 "재가동하면 적자"... 한수원 "새 원전보다 이득"

지난해 2월 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에서 바라 본 월성 원전 전경. 왼쪽 원기둥 모양이 월성 1~4호기. 오른쪽 돔형이 신월성 1~2호기.
 지난해 2월 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에서 바라 본 월성 원전 전경. 왼쪽 원기둥 모양이 월성 1~4호기. 오른쪽 돔형이 신월성 1~2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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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는 고리1호기와 함께 대표적인 노후 원전으로 1983년 4월 상업 운전이 시작돼  지난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났다. 애초 설계 수명 만료 이전에 수명 연장 심사를 마쳐야 하지만,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탈핵 여론이 높아지면서 2년 넘게 가동이 멈춘 상태다. 월성 1호기는 52건의 크고 작은 고장이 일어난 데다 최근 연료봉 교체 과정에서 폐연료봉이 추락한 사고가 뒤늦게 드러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약 1년 5개월에 걸쳐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검증단과 민간검증단이 극한 상황을 감안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 노후 원전 기술 검증을 진행했지만 양쪽의 견해는 엇갈렸다. KINS는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 기준을 만족한다고 판단한 반면 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검증단은 계속 운전시 안전성 보장이 어렵다며 32가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수명 연장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도 큰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11월 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가 월성원전 인근 주민을 포함한 경주시민 500명에게 월성1호기 수명 연장 찬반을 물었더니 71.2%가 반대했고 찬성은 24.6%에 그쳤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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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 한수원)은 지금까지 5600여 억 원을 들여 월성1호기 주요 부품을 교체하고 언론인과 지역 주민들을 월성 원전에 초청하는 등 수명 연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한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관련 자료에서도 "계속운전 비용은 신규 원전 건설 비용의 1/5 정도"라면서 경제성을 내세웠다. 지난 2009년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월성1호기 계속 운전시 1648억 원의 이득이 있다고 평가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성 분석에서도 계속 운전을 하는 게 안할 때보다 1395억~3909억 원 가량 더 이득이 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탈핵 진영은 안전성보다 경제성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날 공동행동은 국회 예산정책처 비용 편익 분석 결과 역시 5000억 원이 넘는 한수원 설비투자비용을 빼고도 최소 1400억 원에서 최고 2200억 원대 적자를 예상했다고 반박했다. 더구나 수명 연장 결정이 5년째 계속 지연돼 10년 수명 연장이 결정되더라도 앞으로 가동할 수 있는 건 7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기 판매 수익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날 "원안위가 안전성 심사만 하고 경제성과 국민수용성을 감안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지난해 12월 29일 가동을 중단한 미국 버몬트 양키 원전을 비롯해 미국에서 지난 2년 동안 원전 5개가 멈춘 이유는 더 가동해봤자 적자가 난다는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수원과 탈핵 진영의 상반되는 주장만큼이나 원안위 심의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원안위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렸지만 보고 안건 논의 과정부터 사무국과 일부 위원들 간에 논쟁이 벌어져 오후 12시 50분경 정회한 뒤 오후 2시쯤 속개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를 방청한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처장은 "사무국에서 일부 전문위원 보고서를 빌려 월성1호기 안전에 문제없다는 식으로 발표해 논란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5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월성1호기 수명 연장 심사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5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월성1호기 수명 연장 심사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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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연장 원전 위험 발생하면 '대통령 사임' 책임 물어야"

한편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과 함께 '원전 위험,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를 주최한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 등 노후 원전 폐쇄, 삼척 원전 등 신규 원전 건설 포기 등을 요구하는 '대국가 요구서'를 채택했다.

특히 이날 발제를 맡은 이성로 안동대 교수와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본권력의 이득을 위해 '안전을 맹신'하는 행정부 수반의 결정에 의해 수명을 초과하여 가동을 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와 같은 핵발전소는 사전 점검 과정에서 위험 유발 상황이라도 발견될 경우 행정부수반인 '대통령 사임'까지 무한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전 신규 건설은 국민 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한편, 국회 안에 국정 조사 기능을 보좌할 '국정조사처(가칭)'를 신설하면서 그 안에 '핵발전소감시국(가칭)'을 설치하고, 원전 해체 산업 육성에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폐로를 적극 이용하라고 제안했다.


태그:#월성1호기, #노후원전, #원안위,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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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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