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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9일 조계사에서 통일토크콘서트가 열린 지 두 달이 흘렀다. 11월 21일 TV조선의 '지상낙원' 보도 이후 불어 닥친 종북몰이는 테러와 압수수색으로 이어졌으며 신은미씨는 경찰과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강제출국 당했다.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는 구속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통일토크콘서트였다. 검찰은 통일토크콘서트가 어떤 범죄라고 여기고 황선 대표에게 구속영장신청서를 발부했을까?

'핸드폰 사용자가 늘었다'고 말하면 종북?

검찰이 작성한 구속영장신청서 216쪽 중 통일토크콘서트에 해당하는 부분은 마지막 10쪽에 불과하다. 아래는 구속영장신청서의 일부이다.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신청서 중 북한의 핸드폰 사용자와 맥주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실려있다.
▲ 황선씨 구속영장신청서 일부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신청서 중 북한의 핸드폰 사용자와 맥주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실려있다.
ⓒ 권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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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구속영장신청서에서 신씨가 통일토크콘서트 중 "핸드폰은 이미 250만이 넘어 어린이들도 평양에서는 문자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발언했으며 "북한의 핸드폰 가격이 200~350달러이나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은 15달러에 불과하여 평범한 노동자로서는 보유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발언은 사실을 호도하고 북한 사회를 미화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북한에서 핸드폰 사용자 수가 증가했고, 평양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한 것이 "사실과 다르거나 혹은 일부에 국한되거나 의도적으로 연출된 북한사회의 상황"을 "일반의 상황인 것처럼 호도, 왜곡하고 미화"했다는 것이다.

신은미씨가 북 당시 찍은 평양거리 풍경 중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는 시민을 찍을 사진이다.
▲ 평양의 거리 풍경 신은미씨가 북 당시 찍은 평양거리 풍경 중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는 시민을 찍을 사진이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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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의 핸드폰 사용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AP통신 등 여러 언론과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2013년 KBS 뉴스는 "북한, 휴대전화 열풍…정보 소통 빨라진다"는 기사를 통해 2013년 4월 200만 대를 넘긴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 대수는 연말쯤 250만대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역시 2014년 '평양 초등학교 입학식에 폰카, 디카'라는 기사에서 사진과 함께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은 250만 대를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제공하는 해외 시장 수출 및 투자정보 사이트 <글로벌 윈도우>에 게재된 "급증하는 휴대전화 사용인구와 변화하는 북한 사회"라는 보고서는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현황에 대해 "2014년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수는 대략 250만 명으로 북한 전체 인구의 1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현상을 분석하여 발표한 보고서의 일부이다.
▲ 코트라 보고서 일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현상을 분석하여 발표한 보고서의 일부이다.
ⓒ 권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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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인들은 맥주를 마실 수 없다?

검찰은 또한 황선 대표의 구속영장신청서에서 "북한의 일반인들은 맥주를 마실 수 없어 집에서 유사 주류를 제조해 음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신씨가 언급한 북한 생맥주집은 사실과 다르며 신씨의 발언이 북한을 미화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신씨는 통일토크콘서트에서 "북한에도 생맥주집이 있는데 가스맥주집이라고 한다. 거기에 가면 멋을 낸 여성들이 생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양한 가스맥주집이 있는데 외화를 받는 고급가스맥주집도 있고 전표(일종의 맥주 배급표)를 받는 곳도 있다"라고 발언했다. 통일토크콘서트에 앞서 신씨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연재글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명의 안내원과 운전기사 그리고 우리 부부 다섯이 안주와 함께 한두 잔씩 맥주를 마시고 20달러(한화 약 2만3000원)을 냈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이나 남한의 물가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나 이곳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20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영길 동생에게 물었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야?"
"아니, 어떤 사람들이라니요? 인민들이지."

더 이상 묻지 않는 게 옳다 싶어 그만두기로 했다. 앞으로 계속 다니다 보면 알게 되겠지. 그런데 사람들이 계산할 때 외화를 쓰는 것 같았다.

"여기서 원화(북한 돈)는 안 받아?"
"여기는 외화만 받습니다."
"그러면 외화가 없는 사람들은 어떡해?"
"조선돈 아니면 전표를 받는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표? 전표라니?"
"아, 전표라는 것은 일종의 맥주 배급표입니다. 한창 더울 때는 하루에 1리터씩 마실 수 있는 표를 줍니다."

-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⑤]기사 중

기사와 함께 신씨는 가스맥주집에서 촬영한 여러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과연 신씨가 북한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상황을 보고 말한 것일까?

신은미 교수가 평양 관광 당시 들렀던 맥주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여성들을 사진에 담았다.
▲ 평양의 맥주집 풍경 1 신은미 교수가 평양 관광 당시 들렀던 맥주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여성들을 사진에 담았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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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교수가 평양 관광 당시 들렀던 맥주집 풍경이다.
▲ 평양의 맥주집 풍경1 신은미 교수가 평양 관광 당시 들렀던 맥주집 풍경이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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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조선일보>는 "평양 맥주집이 붐비는 까닭"이라는 기사에서 '2002년부터 대동강맥주가 대량생산되면서 평양시민들은 가스맥주라 불리는 대동강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탈북자의 말을 인용하여 "맥주 전문점에서 파는 생맥주가 알콜 도수가 6도나 되고 톡 쏘는 느낌이 좋아 병맥주와 비교할 수 없이 맛이 좋다", "퇴근시간이면 맥주 전문점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는 풍경은 이때부터 흔해졌다"라고 밝혔다.

2013년 자유아시아방송도 평양 주민의 말을 인용해 "요즘 저녁이 되면 대동강 맥주집 앞에는 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다"고 보도했으며 "북한 돈 800원은 미화 10센트밖에 안 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신씨가 직접 현장에서 본 것들과 앞서 소개한 언론 보도들이 모두 검찰의 주장대로 "사실과 다르거나 일부에 국한되거나 의도적으로 연출된 북한사회의 상황"이므로 사실을 호도, 왜곡하고 북한 사회를 미화한 것일까? 검찰의 머리 속이 궁금하다.


태그:#황선, #토크콘서트, #신은미, #평양, #대동강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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