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변고가 있는데 책임지는 이가 없다면 허깨비의 나라가 아닙니까? 장차 후학들이 뭘 보고 뭘 배우겠습니까?"오는 14일 첫 방송을 앞둔 KBS 새 대하드라마 <징비록>에서 류성룡 역을 맡은 배우 김상중이 꼽은 명대사다. 그는 지난 5일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 대사를 두고 "최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표현할 수 있는 대사"라고 말했다.
드라마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재상이었던 류성룡이 7년 동안 전쟁을 온몸으로 겪은 후에 집필한 전란사를 바탕으로 한다. 드라마는 전쟁 발생 전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까지, 최악의 국난 속에서 류성룡의 개혁의지와 고뇌, 선조와 조정 대신들의 정치적 갈등을 주로 다룬다.
국난 속 백성 외면한 관료들... "지금 대한민국에 던지는 메시지 적지 않아"
특히 제작진은 동서 붕당으로 인한 조선통신사의 내부 분열, 파천(임금이 수도를 버림)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몽진(임금의 피난)하는 왕조에 대한 백성의 적대감, 난리 속 사회지도층의 의무를 외면한 양반층 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역사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고민과 이슈를 환기하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구해보자는 게 제작의도다.
배우들도 이 드라마가 던지는 시사점을 강조했다. 류성룡 역을 맡은 김상중은 "류성룡 선생의 모습을 통해 '리더란 이래야 되는 구나'를 느꼈다"며 "'야, 가라'라고 시키는 게 아니라 '같이 가자'라고 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밝혔다. 이어 "지도자는 책임질 줄 알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징비록을 통해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산해 역을 맡은 배우 이재용 또한 "<징비록>이 지금의 대한민국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난'이라는 게 꼭 전쟁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현재도 총알만 안 날아다닐 뿐 난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여의도에 계신 분들이 이 드라마를 꼭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징비록>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통렬한 경고를 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휘 담당PD는 "징비록이라는 제목 자체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함으로써 다가오는 후한을 경계하라는 뜻"이라며 "서애 류성룡의 말씀처럼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춰 미래를 대비하자는 게 기획의도"라고 전했다.
<징비록> 첫방송은 오는 14일 오후 9시 4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