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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선 실세' 문건 유출 이후 정부 인사에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 정부 인사들도 잇따라 비선 실세의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정윤회씨와 이른바 '십상시' 의혹도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달 23일 소폭의 개각과 청와대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박남춘(56)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을 만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왕성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박 의원은 최근엔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 마련을 위해 '서해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인천 현안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보수집안 엘리트가 노무현을 만나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박남춘(남동구 갑)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박남춘(남동구 갑) 국회의원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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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의 부모는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피난해 내려왔다. 그는 장교로 군 생활을 했고, 대학 4학년 때인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항만 관련 업무를 주로하다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해양수산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그의 가치관은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하던 시절 총무과장으로, 둘은 호흡을 맞췄다. 그 후 정치에 입문했다.

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일대 일로 만나 한 이야기와 다중이 모일 때 한 이야기가 다르지 않았다. 권모술수가 없는 정치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정치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변했다"고 노 전 대통령을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박 의원의 지지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 보였다.

"지금 당장은 약간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노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끊임없이 토론하면 좋은 결론에 도달하고, 그 힘은 어떤 힘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딜지 모르지만 정의는 승리한다는 믿음이 확고했다. 인기 없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 친일재산진상규명위원회 등을 만들었다. 언론사 사주, 정치인, 사학재단 등이 이해 관계자들이라 반발이 좀 강했나? 그래도 이런 치유가 있어야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비선 개입, 시스템 작동 안 돼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비밀주의이다. 인사에 보안을 강조하는데, 폐쇄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참여정부는 검증 때부터 공개했고, 예외 없이 시스템에서 검증을 거쳤다. 시킬 사람 있으면 절차를 무시하고 임명하는 게 현 정부의 문제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 수석을 지낸 박 의원은 현 정부 인사에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여러 의혹과 관련해 이렇게 일갈했다. 그는 "인사는 정치적 산물이 아니고 시스템이며, 정부의 올바른 인사정책은 사회적 자산을 쌓는 것"이라며 "비선 실세가 작동했다는 것은 정부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인사권을 인사추천위원회 등에 위임한 것은 인사권을 잃어 버린 것이 아니라 인사권을 강하게 만든 것이라고 한 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실시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부결된 비율이 참여정부보다 높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코드인사를 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능력을 갖춘 인사를 적재적소에 제대로 기용했는가가 문제다. MB 정부 때 '고소영·강부자' 인사란 말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운동을 한 인사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절차와 방식으로 기용했다는 것이다."

박남춘 국회의원이 대표 집필한 '대통령의 인사(책보세 펴냄)'
 박남춘 국회의원이 대표 집필한 '대통령의 인사(책보세 펴냄)'
박 의원은 2013년에 '대통령의 인사(人事)'란 책을 대표 집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참여정부 인사의 최고 실세는 시스템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현직에서 쫓겨났다. 교육부총리가 논문 중복 게재 때문에 낙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청문 대상자 상당수는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 탈루,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의 의혹을 받았으나, 이러한 것을 이유로 사퇴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에 박 의원은 "국민이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인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측근 인사를 강행해 실패했다"며 "노무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지지율이 낮은 '약체 정부'로 언론과 긴장관계를 가져도 국회에서 인사 낙마가 적었다. 이는 노 대통령이 만든 시스템에서 인사를 철저하게 검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정복 시장도 인사시스템 도입 필요

박 의원은 유정복 인천시장의 인사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유 시장 취임 후 시 인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지방정부도 인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이미 그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인사 시비를 하는 것은 그런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시장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유 시장의 대항마로 박 의원이 부각하고 있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박 의원은 문병호(부평구 갑) 국회의원과 박우섭 남구청장을 추천했다.

"지난번 시장 후보 경선에 나온 문 의원이나 3선의 박 남구청장 같은 분이 있다. 저는 더 배워야 한다. 새누리당에 물어봐도 차기 인천시장 후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오는 2016년 4월에 있을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매우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를 떠났던 이윤성 전 국회의원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직도 정치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짬 내서 도서관이나 현장을 즐겨 찾는다. 그런데 선거가 1년 남았다. 4년 동안 제대로 일을 했는가를 유권자들에게 심판 받는 게 무섭다. 관록의 이윤성 전 의원이 새누리당 갑 당협 위원장이 될 공산이 커졌다. 남동구는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다."

박 의원은 남동구 발전을 위해 남다른 행보를 했다. 소래포구항을 국가 어항 신규 지정 예비대상에 포함시켰고, 국회 안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논현동에 경찰서 신설도 이뤘다. 지역구 내 지구대 신설과 교통 환경 개선 등의 민원도 꼼꼼히 챙겼다.

최근엔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방안을 담은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37년 된 어업 지도 선으로 어민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다"며 "서해5도 어민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아울러 "아토피 질환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치료 등을 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남춘, #대통령의 인사, #노무현, #박근혜, #비선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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