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숀 패트릭 그린피스 캐나다 선임에너지전략가가 10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한국의 원전 수명 연장 비용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숀 패트릭은 월성 1호기의 경우 5600억 원이 든 반면, 캐나다는 모델이 같은 젠틸리2호기에 4조 원이 든다고 보고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숀 패트릭 그린피스 캐나다 선임에너지전략가가 10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한국의 원전 수명 연장 비용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숀 패트릭은 월성 1호기의 경우 5600억 원이 든 반면, 캐나다는 모델이 같은 젠틸리2호기에 4조 원이 든다고 보고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캐나다는 4조 원 들어 포기했는데, 한국은 왜 5600억 원밖에 안 드나?"

오는 12일 수명 연장 결정을 앞둔 월성 원전 1호기와 '쌍둥이'격인 캐나다 원전의 경우 수명 연장 비용이 새 원전 건설과 맞먹는 4조 원에 달해 결국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숀 패트릭 스텐실 그린피스 캐나다 선임에너지전략가는 10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캐나다의 노후 원전 수명 연장 현황을 비교해 발표했다.

5600억 원 대 4조 원... 8배 차이 나는 이유는?

캐나다는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캔두) 원자로를 개발한 기술 종주국으로, 전체 22기 가운데 이미 3기를 폐쇄했고, 2020년까지 6기 이상을 추가 폐쇄할 예정이다. 폐쇄된 원자로 가운데는 월성 1호기와 빼닮은 젠틸리 2호기도 포함돼 있다.

숀 패트릭은 "젠틸리 2호기와 월성 1호기는 같은 '캔두6형' 원자로이고 1983년 상업 가동을 시작해 2012년에 설계 수명이 만료된 것까지 똑같다"면서 "하지만 월성 1호기는 설비 교체에만 5600억 원이 든 반면 젠틸리 2호기는 총비용이 4조 원으로 추정돼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숀 패트릭은 "이는 한국에서 실질적인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거나 캐나다에 비해 안전기술 기준이 약하게 적용됐다는 의미"라면서 "캐나다는 시민들이 원전 규제기관과 운영회사를 철저히 감시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반면 한국은 엄격한 규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월성1호기 원자로 설비 교체 비용 5380억 원과 후쿠시마 사고 반영 비용 260억 원 등 5640억 원만 공개한 상태다. 반면 젠틸리 2호기 수명 연장 추정 비용에는 8천억 원 정도인 원자로 설비를 비롯해 냉각재공급자관, 터빈발전기, 증기발생기, 주 제어실 컴퓨터시스템 등 주요 설비 교체 비용과 프로젝트 및 안전성 연구 비용, 행정 비용, 물가상승 비용, 이자 비용까지 모두 망라돼 있다.

더구나 현재 월성 원전 4기가 사용한 중수로 원자로는 경수로 원자로에 비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숀 패트릭은 "중수로 원자로는 경수로 원자로와 달리 원자로 중심에 압력관이 많이 들어가는데 25년이 지나면 제 기능을 못해 거의 심장이식 수준으로 교체해야 수명 연장을 할 수 있다"면서 "캐나다에선 원자로 압력관 뿐 아니라 모든 시설이 최신 안전기술기준에 따라 개선하거나 교체해야 해 거의 새로운 원전을 짓는 것과 다름없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젠틸리 2호기를 운영하는 하이드로 퀘벡사는 지난 2005년 수명 연장 비용을 1조 원(11억 캐나다 달러) 정도로 추정했지만, 7년 뒤인 2012년엔 약 4조 원(43억2천만 캐나다 달러)으로 4배나 늘었다. 2012년 당시 이미 사전 연구나 준비 과정에서 1조 원 가까이 투자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

"캐나다는 안전 기준 높아 경제성 없어... 한수원 '낮은 기준' 적용" 

숀 패트릭은 "하이드로 퀘벡은 수명 연장시 안전기술기준이 낮게 적용되면 경제성이 있지만 높게 적용되면 많은 비용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고 봤다"면서 "한수원은 최대한 낮은 안전기술기준을 적용하는 게 경제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과 캐나다의 원전 규제 기준 차이는 시민 감시와 정보 공개 수준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CNSC)의 경우 원전 수명 연장시 공청회를 통해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고, 원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시민들도 전문가 조언을 받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전문가 고용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 또한 정보공개청구법에 따라 원전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숀 패트릭이 지난 2011년 이후 200회 이상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기술 문서만 1만5000쪽 분량에 달한다고 한다.

숀 패트릭은 "규제기관이 경제성을 위해 안전성을 희생시키려고 할 때 NGO들은 이 기술 문서들을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현재 한국에선 수명 연장과 관련해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청회가 없고 정보공개청구로 얻을 수 있는 문서도 제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숀 패트릭 그린피스 캐나다 선임에너지전략가가 10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한국의 원전 수명 연장 비용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정다울 그린피스 선임활동가, 숀 패트릭,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
 숀 패트릭 그린피스 캐나다 선임에너지전략가가 10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한국의 원전 수명 연장 비용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정다울 그린피스 선임활동가, 숀 패트릭,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한발 더 나아가 숀 패트릭은 여러 원자로가 한 곳에 밀집된 한국과 일본, 캐나다의 특수성도 원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숀 패트릭은 "전 세계 원전 부지 187곳 가운데 원자로 6기 이상이 모인 곳은 10~11곳밖에 안 되는데 한국은 4곳이 다 포함돼 있고 캐나다도 2곳이 있다"면서 "하나의 원전부지에 너무 많은 원전이 몰려 있으면 후쿠시마 사고처럼 한 곳만 사고가 나도 나머지 원자로가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숀 패트릭은 "지금까지 원자로 위험성을 평가할 때 원자로 하나하나만 평가해왔는데 원자로 밀집 시엔 방사능 유출 피해나 원전 사고 위험성이 배가돼 캐나다에선 2013년 다수 원자로 위험성 평가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면서 "월성 원전도 원전 6기에 방폐장도 가까이 있어 다수 원자로 위험성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성원전에 원자로 6기 밀집... 더 엄격한 기준 적용돼야"

이날 통역을 맡은 정다울 그린피스 선임 캠페이너도 "한국에서 새 원전을 한 곳에 지으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사고 위험성도 당연히 증가하고 원전 주변에 인구가 밀집해 피해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면서 "원전 수명 연장 시에도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한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도 (낮은 기준을 적용한 건) 국민 안전을 외면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수원은 최근 '원전 계속 운전 현황' 취재를 위해 산업부 출입기자들을 캐나다로 초청했다. 실제 캐나다는 부르스, 포인트레프로, 피커링A 원전 등에서 중수로 원자로 5기를 '설비 개선(refurblished)'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피커링A 원전 2기의 경우, 가동한 지 5년 만에 압력관에 문제가 생겨 10년간 가동을 중지하고 압력관을 교체한 사례여서 노후 원전 수명 연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캐나다 온타리오 주 정부는 남은 10기 설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에선 재생에너지 전환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숀 패트릭은 "캐나다 원전 산업계는 9기 폐로 의미도 축소하려 하겠지만, 앞으로 5년간 절반 가까이 폐로될 예정"이라면서 "캔두형 원전 디자인 자체가 쇠락해 생존하려고 몸부림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태그:#월성1호기, #숀 패트릭, #그린피스, #한수원, #원안위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