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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을 하루 앞둔 11일 주요 신문들은 수명 연장에 '성공'한 캐나다 '포인트 레프로 원전' 르포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월성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을 하루 앞둔 11일 주요 신문들은 수명 연장에 '성공'한 캐나다 '포인트 레프로 원전' 르포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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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이 본 딴 '캐나다 원전'... 혈관 갈아 '60년 간다'"(<이데일리>)

월성 원전 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을 하루 앞둔 11일 일부 신문과 방송에선 수명 연장에 성공한 캐나다 원전 르포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월성 1호기와 같이 1983년 가동을 시작해 30년 만인 지난 2012년 11월부터 계속운전에 들어간 중수로형(캔두6) 원자로인 '포인트 레프로' 원전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들 언론들은 정작 비슷한 조건에서 폐로를 결정한 캐나다 '젠틸리 2호기' 사례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수명 연장 성공한 원전 '띄우기'... 폐쇄한 원전은 '외면'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월성 원전 1호기 수명 연장 반대 국민선언'에 참석 그린피스 캐나다 원전 전문가인 숀 패트릭 스텐실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최근 한국 기자들을 캐나다로 초청했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스텐실은 한수원이 캐나다에서 기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는 몰라도 자신이 그 이면을 알려주겠다고 덧붙였다.(관련기사: "월성 1호기 안전 의심"... 원전 전문가도 '반대' )

실제 스텐실은 지난 10일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젠틸리 2호기는 지난 2012년 수명 연장 추정 비용이 새 원전을 짓는 것과 맞먹는 4조 원에 달해 포기했다면서, 월성 1호기 설비 교체 비용이 56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실제 들어간 비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거나, 캐나다에 비해 낮은 안전 기술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관련기사: "노후 원전 살리기 쉬운 한국... 캐나다는 절반 폐쇄" )

하지만 주류 언론은 대부분 스텐실 발언이나 젠틀리 2호기 사례를 외면했고 대신 수명 연장에 성공한 원전 기사가 지면을 도배했다. 때 맞춰 캐나다에서 '포인트 레프로' 원전을 취재하고 온 <중앙일보>와 <서울신문>, MBC 등 8개 언론사들이 "앞으로 25~30년은 끄떡없이 가동할 수 있다"는 현지 원자력업계의 말을 빌어, 월성 1호기 역시 수명 연장해도 무리 없다는 취지의 기사를 한꺼번에 내보낸 것이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한국 취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캐나다 뉴 브론쉬윅 주 세인트존에 있는 포인트 레프로 원전을 방문하고 지역주민 대표들을 만났다. 다음날인 3일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사가에 있는 캔두에너지 본사를 방문했다. 캔두에너지는 월성 1호기에 들어간 중수로(캔두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이번 시설 개선 작업에도 참여한 업체다. 이후 취재진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원자력 산업계를 대표하는 원자력에너지협회(NEI)를방문하기도 했다.

"월성1호기는 신제품... 60년 운영 가능"... 현지 원자력업계 대변

일부 언론은 월성 1호기가 포인트 레프로 원전보다 먼저 설비 개선 작업을 끝냈는데도, 수명 연장 반대 여론에 부딪혀 2년 넘게 가동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포인트 레프로 원전 인근 주민들의 계속 운전 찬성률이 80%에 이른다며, 한국 원자력 업계가 주민들과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인트 레프로 원전의 경우 원자로가 1기뿐인 데다 반경 20km 이내에 주민이 5천 명 정도 거주한다. 반면, 경주 월성 원전은 6기의 원자로와 방폐장(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몰려 있고 인구 100만이 넘는 울산광역시와 불과 20km 정도 떨어져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

또 포인트 레프로의 경우 9년여 동안 1조 6천억 원을 들여 설비를 교체한 반면, 월성 1호기는 5600억 원으로 1/3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언론은 월성 1호기가 원자로와 압력관을 대부분 교체해 신제품과 같고 캔두 원자로는 디자인 설계상 60년까지 운영 가능하다"는 캔두에너지 쪽 주장을 검증 없이 실었다. 반면 스텐실은 캔두형 기술은 디자인 설계상 결함때문에 쇠락하고 있는 모델이고, 경수로 원자로에 비해 경제성,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숀 패트릭 그린피스 캐나다 선임에너지전략가가 10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한국의 원전 수명 연장 비용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숀 패트릭은 월성 1호기의 경우 5600억 원이 든 반면, 캐나다는 모델이 같은 젠틸리2호기에 4조 원이 든다고 보고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숀 패트릭 그린피스 캐나다 선임에너지전략가가 10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한국의 원전 수명 연장 비용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숀 패트릭은 월성 1호기의 경우 5600억 원이 든 반면, 캐나다는 모델이 같은 젠틸리2호기에 4조 원이 든다고 보고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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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실은 캐나다는 이미 원자로 3기를 폐쇄했고 2020년까지 6기를 추가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들 언론은 캐나다에서 설계 수명이 끝난 12기 가운데 9기가 계속 운전 중이고, 젠틸리 2호기가 폐로된 것도 풍부한 수자원 등 경제적,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다는 한수원 주장을 답습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것 가운데 하나는 캐나다의 경우 매 2~5년마다 원전 운영 허가를 갱신하면서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정보공개법에 따라 운전 안전 관련 기술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8개 매체, 캐나다 현지 취재... 한수원에서 비용 부담

더구나 이 같은 보도가 한수원 취재 지원 결과물이라는 것도 문제다. 한수원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출입 기자 8명이 참가한 가운데 '세계 원전 계속 운전 현황 시찰'을 진행했고 비용은 모두 한수원에서 부담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홍보팀 관계자는 11일 "다른 공기업도 정기적으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시찰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찰도 애초 지난 연말에 가려다 (한수원 해킹 등으로) 늦어진 것이지 원안위 결정 시점에 일부러 맞춘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 2012년 10월경에도 경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를 초청해 캐나다 포인트 레프로 원전과 원자로 8기를 보유한 브루스 원전을 시찰했다. 당시 이상기 경주경실련 원자력정책연구소장은 <뉴시스> 인터뷰에서 5박 7일 일정에 들어간 비용이 1인당 600만 원 정도였고 본인 부담금은 60만 원 정도였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원전 수명 연장 방식부터 주민 의견 수렴 절차까지 한국과 캐나다 실정이 많이 다르다"면서 "캐나다 취재에서 한쪽 얘기만 들었다고 해도 한국에 돌아와 사실 확인을 하고 보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태그:#월성1호기, #한수원,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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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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