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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반데스레이 지역 종합학교 입구. 학생들 수에 비해 초등학교 등 학교시설이 크게 부족하다.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반데스레이 지역 종합학교 입구. 학생들 수에 비해 초등학교 등 학교시설이 크게 부족하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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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가웠다. 계절상 겨울이지만 한낮 온도가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선다. 기자가 탄 7인승 봉고버스는 어느새 황토색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좁은 2차선 도로위로 차와 마차, 오토바이와 주민들이 함께 다닌다. 그렇다고 큰 혼잡도 없다. 캄보디아 웬만한 곳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앙코르춤 지역. 수도 프놈펜에서 버스로 7시간 떨어져 있다. 이 곳 주민들의 주된 일터는 벼농사 등 농지다. 물론 살림살이는 넉넉지 않다. 교육환경도 마찬가지다. 300여 명이 훌쩍 넘는 초등 어린아이들의 배움터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층으로 돼 있는 건물 3개동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공부를 한다. 학생수에 비해 교실과 각종 학습부자재 등이 태부족이다.

이곳의 프라삿쿨(Prasat Kaul) 초등학교에 들어서자, 10대로 보이는 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맞는다. 자신의 이름을 니타(11살,여)라며 수줍게 말하던 그는 곧장 친구들과 교실로 자리를 옮겼다. 조그만 교실 한켠에선 10여명의 여학생들이 전통춤 연습에 몰두해 있었다. 니타는 "내일(2월1일) 학교행사에서 춤을 보여주기 위해 친구들과 연습중"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서 아이들과 꿈을 나누다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프라삿쿨(Prasat Kaul) 초등학교서 만난 학생들. 기자를 만나자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줬다.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프라삿쿨(Prasat Kaul) 초등학교서 만난 학생들. 기자를 만나자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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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발길을 돌렸다. 건물 반대편에서 수십여명의 녹색 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느 건물 공사현장과 다름없었다. 새로 학교건물을 짓는 곳이지만 그 흔한 굴착기하나 보이지 않았다. 지난 1월 26일 국내서 날아온 80여명의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맞딱뜨린 현장은 말그대로 맨땅이었다.

그들은 삽자루를 쥐고, 맨땅을 파헤쳤다. 홍우택(한양대, 기계공학3년)씨는 "군대에서도 이 정도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땅을 파고, 벽돌과 자갈 등으로 건물의 기초를 다듬어가는 과정 모두가 새로웠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4일째, 비록 단층짜리 건물이지만 기초작업이 얼추 끝나갔다. 건물 양쪽의 커다란 벽이 세워졌고, 바닥 기초공사도 거의 마무리됐다. 국내에선 대부분 중장비 기계 등으로 금세 끝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모든 일을 사람들이 손수 직접 해야만 했다. 시멘트 가루와 물을 섞어 콘크리트를 만든 것부터, 물동이로 퍼 나르고, 철근사이를 조그만 철사로 고정하는 일까지...

난생 처음 삽자루를 들고 맨땅을 파헤치다

프라삿초등학교 신축교실 공사현장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이곳에선 모든 일을 사람들이 손수 직접 해야만 했다. 시멘트 가루와 물을 섞어 콘크리이트를 만든 것부터, 물동이로 퍼 나르고, 철근사이를 조그만 철사로 고정시키는 일까지...
 프라삿초등학교 신축교실 공사현장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이곳에선 모든 일을 사람들이 손수 직접 해야만 했다. 시멘트 가루와 물을 섞어 콘크리이트를 만든 것부터, 물동이로 퍼 나르고, 철근사이를 조그만 철사로 고정시키는 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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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조심스레 그들과 나란히 앉았다. 콘크리이트 바닥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진 철근들을 고정하는 작업이다. 국내 공사장에선 아예 용접돼 고정된 십자모양의 철근이 공급되지만 여기에선 볼수가 없다. 대신 일일이 손으로 조그만 철사로 철근과 철근사이를 고정시켜줘야 한다.

언뜻 보기엔 쉬워보였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나도 모르게 "처음엔 쉬워 보였는데..."라며 혼잣말이 나왔다. 옆에서 한 여학생이 곧장 "아, 그렇죠?"라며 "그걸 2번 정도 돌려서 철사를 눌러 고정시키면 돼요"라며 다시 선보인다. 그는 순식간에 철근사이를 고정시켰다. 그대로 다시 따라 해봤다. 요령이 생기니 점차 일의 속도 역시 붙었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아래 콘크리트 바닥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해야한다. 10여분이 지나자 곧장 땀이 흘러내리고, 종아리부터 뻐근함이 전해온다. 한켠에선 시멘트와 물 등으로 콘크리이트를 만들고, 실어 나르는 작업도 진행중이었다.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물론 사전에 안전교육 등을 받긴 하지만 말그대로 공사판이나 다름없었다.

자원봉사 학생들이 콘크리이트 바닥 위에 일일이 손으로 조그만 철사로 철근 사이를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공사장에선 아예 용접돼 고정된 십자모양의 철근이 공급되지만 여기에선 볼수가 없다. 지난1일 이곳에 배우 백진희씨가 깜짝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자원봉사 학생들이 콘크리이트 바닥 위에 일일이 손으로 조그만 철사로 철근 사이를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공사장에선 아예 용접돼 고정된 십자모양의 철근이 공급되지만 여기에선 볼수가 없다. 지난1일 이곳에 배우 백진희씨가 깜짝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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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마(단국대, 3년)씨는 "난생 처음 집이라는 것을 직접 지어보는 경험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 등 주변환경도 낯선데다 공사 현장도 정말 쉽지 않았다"면서 "이곳 아이들과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따뜻하고, 편하게 대해줘서 오히려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의 열정과 봉사에 감명 받아"-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워"

지난 1일 만난 이 학교 힘 통이(Him Thogy) 교사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그는 이곳에서 10년넘게 아이들 교육전반을 담당해 왔다. 힘 통이씨는 "그동안 부족한 교실 탓에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된 수업을 받기가 어려웠다"면서 "이번에 새로 6개 교실이 만들어지면 좀더 나은 환경에서, 많은 아이들이 공부를 할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서 온 자원봉사 학생들의 열정에 너무 놀랐다"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특히 녹록지 않은 공사현장에서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학생들의 기초공사에 힘입어 건물 공사기간도 예상보다 단축될 수 있을것 같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해 준 한국 현대차의 해피무브 봉사단에 고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캄보디아 씨엠립의 프라삿쿨 초등학교의 힘 통이(Him Thogy) 교사. 그는 그동안 부족한 교실 등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했다면서 "이번에 새로 한국 현대차의 해피무브 등에서 6개 교실을 만들어주면 좀더 나은 환경에서, 많은 아이들이 공부를 할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씨엠립의 프라삿쿨 초등학교의 힘 통이(Him Thogy) 교사. 그는 그동안 부족한 교실 등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했다면서 "이번에 새로 한국 현대차의 해피무브 등에서 6개 교실을 만들어주면 좀더 나은 환경에서, 많은 아이들이 공부를 할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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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무브(HAPPY MOVE)는 현대차그룹에서 지난 2008년부터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청소년 자원봉사단을 말한다. 그동안 매년 2차례씩 1000여명의 학생을 뽑아 캄보디아를 비롯해 인도, 중국, 스리랑카, 가나 등 전세계 각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이 활동에 참여해 온 학생만 무려 7000여명에 달한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로 봉사활동을 이끌어 온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신재민 현대차 사회문화팀 차장은 "7년동안 해피무브를 유지해오면서 시행착오도 겪었다"면서 "하지만 진정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국내외 시민사회와 젊은층으로부터 인정받는 프로그램이 됐다"고 말했다.

1일 오후 5시께 저녁 노을이 서서히 드리우면서 이날 하루 작업도 마무리돼 갔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던 엄미마씨의 이야기가 귓가에 여전하다.

"이곳 생활이 쉽지 않았지만, 여기서 만난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등을 보면서 저도 다시 웃을 수 있었어요. 한국에 있을땐 정말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언제 크게 웃었는지도 모르겠고...여기서 웃음을 다시 찾았던 것 같아요."

현대차의 해피무브 글로벌청소년 봉사단 학생들이 학교 신축공사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있는 모습.
 현대차의 해피무브 글로벌청소년 봉사단 학생들이 학교 신축공사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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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캄보디아, #해피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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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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