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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 골령골 암매장지 현장에서 드러나 나뒹굴고 있는 '사람의 뼈'. 유해훼손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와 관할 자치단체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산내 골령골 암매장지 현장에서 드러나 나뒹굴고 있는 '사람의 뼈'. 유해훼손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와 관할 자치단체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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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희생자에 대한 2차 유해발굴이 23일 시작된다.

22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아래 공동조사단)과 '한국전쟁기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전공동대책위)는 23일 오전 10시 대전 산내 골령골(대전시 동구 낭월동 산 13-1번지)에서 개토제를 시작으로 내달 1일까지 7일 동안 유해발굴을 시작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7000여 명 학살당한 땅... 대전 산내의 뼈아픈 역사).

공동조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유해발굴을 위해 지난해 2월 출범한 조직으로 한국전쟁유족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4·9통일평화재단, 포럼진실과정의, 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전 공동대책위는 공동조사단의 유해발굴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월 결성된 단체로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등 대전 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유해들은 전국 곳곳에 아직까지 방치되어 있다"며 "국가가 나서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분들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유해발굴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들은 희생자 매장지로 추정되는 가로 약 15m, 세로 10m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박선주 발굴단장 등 전문가와 시민 등 하루 평균 20여 명이 작업을 벌인다. 이들은 모두 대전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자원봉사자로 발굴기간 동안 인근에서 상주할 계획이다. 유해발굴에 필요한 돈도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마련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 한국전쟁 유해발굴 개토제 및 발굴 조사  안내문
 대전 산내 골령골 한국전쟁 유해발굴 개토제 및 발굴 조사 안내문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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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해발굴 지역에서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를 대상으로 대량 학살(1차 : 6.28~30, 1400명, 2차 : 7.3~5, 1800명, 3차 : 7.6~7.17, 1700~3700명)이 있었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유해발굴을 벌였지만 34구의 유해를 발굴하는 데 그쳤다. 대규모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로 손을 대지 못했다. 이번 발굴지는 대규모 희생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 중 일부 면적이다. 이곳은 수십여 년 동안 밭으로 개간 돼 토지 소유주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해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발굴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선주 발굴단장(충북대 명예교수)은 "오랫동안 농사와 개발 행위로 유해가 훼손,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이번 유해발굴은 나머지 희생자 유해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묻혀 있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김종현 회장은 "이번 유해발굴이 비록 작은 면적,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유가족들에게는 뿌리째 시들어가다 단비를 만난 격"이라며 "유가족들도 힘을 내 국가폭력과 인권침해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태그:#유해발굴, #대전형무소, #대전산내 골령골, #공동조사단, #대전산내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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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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