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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신작 <잡놈들 전성시대> 책표지. 이 시대 정치 참여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우석훈 신작 <잡놈들 전성시대> 책표지. 이 시대 정치 참여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 새로운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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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투표에 의한 대의제 민주주의를 하는 이 시대에 꼭 맞는 말이다. 사실 이 시대만은 아니다.

맹자의 혁명 이야기는 물론이고, 얼마전에 본 드라마 '징비록'에서 만났던 "임금이 백성을 버릴 수도 있지만, 백성도 임금을 버릴 수 있다"는 말은 절대 군주제의 시대에도 크게 이 말이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훗날 선조는 철저히 백성을 버렸고, 한국전쟁때도 이런 전통은 이어졌다.

그럼 국민의 수준은 무엇을 말해줄까? 수많은 정치공학, 마케팅은 물론이고, '판옵티콘'(벤담과 미셸 푸코가 주창한 정치적 감시의 틀)속에서 사는 일반 대중들은 과언 이 정치의 수준을 높이는 게 가당한 것일까?

최소한 주체적인 인간이라면 이런 믿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당대 사람들은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가 좀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석훈의 신작 '잡놈들 전성시대'는 그런 믿음을 쫓고 싶은 한 인간의 처절한 독백으로 읽힌다. 우석훈은 팝캐스트나 각종 글들을 통해 익숙한 인물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저작을 통해 이 시대 경제적 계급의 고착화를 말했고, 이후에도 그가 겪었던 정부 체계나 국가적 모순 안에 문제들을 촘촘하게 집어냈다.

이번 책은 그가 별로 인연이 없을 것 같았던 야당에 들어가서 뭔가를 이루어 내보겠다는 처절한 투쟁에 대한 사적인 기록이다. 책의 전반은 그저 스스로 주절대는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적인 몇가지 표현들(저자 10년, 박사 20년) 조차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그가 얼마나 급한 상황인가를 보여준다.

냉소적으로 권력자가 된 진돗개를 파고, 위험하게도 중국 협객의 비조인 '형가'를 이야기한다. 어떻든 그가 하려는 작업은 아직도 지역 정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야당에게 체계와 경제 등 인문학적 뼈대를 세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에 대한 외면이 아니라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창한다. 특히 정당 가입 등을 통해 정치를 바꿔야만 자신이 사는 나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그럼 왜 바꾸어야 할까.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그가 책속에서 계속 언급하는 아이들이 살아야할 미래이기 때문이다가 정답일지 모른다. 우리가 물려줄 세상이 여전히 이런 꼴이라면 절망밖에 없다는 것을 곳곳에서 이야기한다. 또 이런 나라가 더 지속된다면 멕시코나 이탈리아에서 겪고 있는 정치적 수렁에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그렇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직은 소수지만 일가족 동반자살 등을 보면 그 시대가 멀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내가 공자의 전기를 볼 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공자가 어느날 도적들에게 쫓기다가 제자들과 헤어진 후 회우하는 장면이다. 제자는 공자를 만나 그를 '물에 빠진 개꼴'로 묘사하는 이를 만났다고 말했을 때 공자는 허탈하게 웃었다고 말한다.

실제 아버지 숙량흘을 닮아 기골이 장대했고, 정치적 담판 때는 이상한 짓하는 상대쪽 무희들의 목을 댕강 날린 공자가 자신의 뜻을 펼 주군을 찾아 처절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진솔한 모습이고, 후세에 가를 성인으로 지칭할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이나 예수, 마호메트가 훌륭하지만 결코 현실 정치를 외면할 수 없기에 그런 점에서 공자의 영역이 있다.

우석훈의 책에서 잡놈들은 현대 정치에서 참여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좀 거칠고, 급한 면이 있지만 충분히 읽힐 가치가 있다.


잡놈들 전성시대 - 우석훈의 대한민국 정치유산 답사기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2015)


태그:#우석훈,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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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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