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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여검사'로 불리는 이아무개 전 검사가 지난 2012년 1월 27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는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이 전 검사에게 징역 3년, 추징금 4462만여 원, 샤넬 핸드백 및 의류 몰수를 선고했다.
 '벤츠 여검사'로 불리는 이아무개 전 검사가 지난 2012년 1월 27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는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이 전 검사에게 징역 3년, 추징금 4462만여 원, 샤넬 핸드백 및 의류 몰수를 선고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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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내연남 변호사로부터 사건과 관련해 신용카드, 벤츠 승용차 등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벤츠 검사'의 무죄를 12일 확정했다. 두 사람 사이에 '선물'이 오고간 것일 뿐, '대가성'은 없었다는 이유였다.

이아무개 전 검사는 임관하기 전인 2007년부터 A법무법인 최아무개 변호사와 내연관계였다. 그는 검사가 된 이후에도 최 변호사와 계속 사귀었고, 2010년 4월 신용카드도 선물받았다. 이 전 검사는 2010년 12월 31일까지 이 카드를 사용했다. 최 변호사는 카드를 선물하기 전에 이 전 검사에게 아파트를 빌려주고 3000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2650만 원짜리 까르띠에 시계 등을 선물했다. 2009년 4월에는 벤츠 승용차도 리스해줬다.

검찰은 여기서 2010년 9월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 전 검사가 쓴 카드대금 2300여만 원과 2010년 9월 10일~2011년 5월 20일 기간 동안의 벤츠 이용료 약 3300만 원을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최 변호사가 2010년 9월 초순쯤 이 검사에게 자신의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 전 검사는 최 변호사의 부탁을 받은 뒤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가급적 신속하게 처리해주면 좋겠다'고 전화했다.

1심 재판부(부산지법 형사합의5부·김진석 부장판사)는 이 전 검사의 전화는 청탁의 결과며 검찰이 한정한 시기에 그가 최 변호사로부터 받은 선물 등은 청탁의 대가라고 판단, 이 전 검사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4462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형천 부장판사)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내연관계였고, 최 변호사의 경제적 지원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 등을 볼 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2일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법)' 제정의 계기였다. 대가성 입증 여부로 '벤츠 검사' 사건의 유무죄가 갈리자 많은 사람들은 공직자의 부정부패 처벌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은 이 여론을 바탕으로 2012년 8월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등 없이 금품을 받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제안했다. (☞ 당시 발표자료 바로가기)

하지만 부처와 국회가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김영란법은 수없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2015년 3월 3일, 929일 만에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시행 시기마저 1년 6개월 뒤로 미뤄진 상태다. '벤츠 검사'는 김영란법의 단초가 됐지만, 이 법의 공백 덕분으로 마지막에 웃게 된 셈이다. 다만 이 전 검사는 수사관들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백화점에서 옷을 훔친 혐의 등으로 2013년 4월 유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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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벤츠 검사,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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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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