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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이 있었음에도 다시 국제사회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독일이 그 책임을 직시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사 청산은 화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제조건입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에서 연 기자회견이 화제가 됐다. 독일 현지 언론은 '독일의 경험을 설명하는 간접적이고 정중한 방식으로 일본을 비판했다'고 그의 발언을 평가했다.

독일이 자신의 역사를 바라보고 기억하는 과정은 끈질기다. '이만하면 됐다'라는 건 없다. 지난 12일 막을 연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Leipziger Buchmesse)에서도 어김없이 이 주제가 다뤄졌다.

독일 라이프치히 메세(박람회장)에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동안 열린다.
▲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독일 라이프치히 메세(박람회장)에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동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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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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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독일 50주년', 올해 라이프치히 도서전의 중점 테마다. 언론에 제공하는 보도자료에, 도서전 카탈로그와 잡지에, 박람회장 곳곳에서 이 주제를 접할 수 있다. '나치 독재', '유대인 600만 명에 대한 인종학살'이란 표현이 여과 없이 나온다. 라이프치히 도서전 주최 측은 "이번 도서전의 중점 테마는 문학적 토론이 서로 간의 소통에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아모스 오즈(Amos Oz) 등 이스라엘 작가 20여 명이 초청됐고, 이들은 이스라엘을 소재로 한 글을 쓴 독일 작가와 함께 박람회장 곳곳에서 포럼, 강연회 등을 이어갔다.

"어린 시절에는 독일 땅을 밟고 싶지도 않았고 독일 상품은 거부했습니다. 오직 (독일) 책만 읽었죠. 정치적인 이유로 라이프치히에 온 것이 아닙니다. 귄터 그라스나 지그프리드 렌츠, 잉게보르크 바흐만 같은 독일 작가들의 책이 독일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꿨기 때문에 이곳에 왔습니다."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아모스 오즈가 한 말이다.

또 다른 이스라엘 작가 메이어 샬레브는 지역신문인 라이프치거폴크스짜이퉁(Leipziger Volkszeitung)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두 나라의 정치적인 관계를 지지한다. 하지만 홀로코스트는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재앙이었다" 라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독일 입장에서 불편한 발언들이 이어진 것이다.하지만 독일은 이들을 초대하면서, 이들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미 이런 장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ARD-TV 포럼에서 자신의 새로운 저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아모스 오즈. 방송국마다 간이 공개 스튜디오를 마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생방송이나 녹화 방송으로 볼 수 있다.
▲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ARD-TV 포럼에서 자신의 새로운 저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아모스 오즈. 방송국마다 간이 공개 스튜디오를 마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생방송이나 녹화 방송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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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도서포럼 부스
▲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이스라엘 도서포럼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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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박람회 역사를 가진 도시다.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행사로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지난해에는 박람회장에만 17만5000명이 다녀갔다.

'내 앞마당'에서 하는 큰 행사에 부끄러운 과거를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이유는, 메르켈 총리의 말처럼 독일이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과오에 대한 사죄와 반성, 그 이후에도 독일은 교육으로, 문화로, 축제 속에서도 끊임없이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태그:#라이프치히, #라이프치히 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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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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