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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에 관심들이 많은 남성분들이 공구상에서 공구를 사며 가격 흥정을 하고 있다.
▲ 둔내오일장 공구에 관심들이 많은 남성분들이 공구상에서 공구를 사며 가격 흥정을 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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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둔내에 사는 후배에게 둔내오일장이 언제냐 물었더니만 오늘이란다. 둔내면 현천리에서 이장일을 맡아 보고 있는 후배도 만날 겸, 너무 화창한 봄날이라 나들이도 할겸해서 아내와 집을 나섯다.

날은 화창하다 못해 한여름인듯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가웠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온도계에 찍힌 바깥온도는 자그마치 19도였고,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였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칼바람 추위에 벌벌 떨었는데, 그냥 봄 없이 여름이 오나 싶을 정도로 날씨는 무더웠다.

돌아오는 길, 3월의 기온으로는 관측사상 두 번째로 높은 날이었다는 기상청의 뉴스가 나왔다.

오일장의 색깔은 원색이 역시 잘 어울린다. 어르신들의 몸빼바지는 아웃도어에 밀렸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일장 어딘가에는 꼭쏙 숨어있을 것이다.
▲ 둔내오일장 오일장의 색깔은 원색이 역시 잘 어울린다. 어르신들의 몸빼바지는 아웃도어에 밀렸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일장 어딘가에는 꼭쏙 숨어있을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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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즈음에 도착을 했더니만 막국수로 유명한 식당은 발디딜 틈이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만, 장부터 둘러보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장은 생각보다 소박했고 사람들도 그리 북적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장을 맡아보는 후배의 말로는 이 정도의 장 규모가 둔내에는 적당하다고 한다. 너무 장이 커져도 소비할 인구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고, 같은 물건을 팔게 되면 상인들도 손해가 날 것이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람이 북적이지 않은 이유는 오랜만에 날이 따뜻해서 농사일하기 아주 좋은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장을 보거나 아니면 일단 봄농사 준비를 마쳐놓고 다음 장에 나올 생각이었던 것이다.

경운기 키가 꽂힌채 경운기가 주차되어 있다. 이 정도이 사태면 자동차 키를 꽂아놓고 주차한 것과 다르지 않다.
▲ 경운기 경운기 키가 꽂힌채 경운기가 주차되어 있다. 이 정도이 사태면 자동차 키를 꽂아놓고 주차한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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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 켠에 경운기에는 키가 걸려 있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장에 나와 낮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어 급하게 갔던 것일까? 허긴, 시골에서 경운기 키가 꽂혀 있은들 자기 것이 아닌데 누가 몰고 가겠는가?

그런데 나는 묘한 충동을 느꼈다. 벌써 30년 가까이 된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키를 꽂고, 시동을 걸고, 기어를 놓고... 다시 한번 운전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은 잊었지만, 설명을 다시 들으면 시골길 정도는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경운기. 그러나 그랬다가는 경찰서 행이겠지.

맨 처음에는 짚으로 싼 계란이 신기해서 보았는데 가만 보니 황란 사이사이 파란 계란이 들어있다. 이렇게 섞인 것은 5천원, 청란만 싼 것은 1만원이었다.
▲ 청란(파란계란) 맨 처음에는 짚으로 싼 계란이 신기해서 보았는데 가만 보니 황란 사이사이 파란 계란이 들어있다. 이렇게 섞인 것은 5천원, 청란만 싼 것은 1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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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을 돌아보다가 정겨운 모습을 보았다. 계란판에 들어있는 계란이 아닌 볏짚으로 싼 계란이다.

어릴적 어머님이 계란을 팔러 나갈 적에 저렇게 계란을 싸서 한 대야씩 이고 가셨다. 계란을 팔러 나가기 전날, 볏짚을 털어 물에 축이고, 더러 피가 뭍은 계란은 물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서 열 개씩 쌌다. 우리 집 계란이 부족하면 다른 양계장에서 계란을 빌려 오기도 했다. 나중에 골판지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계란판이 사용되면서부터는 짚으로 계란을 싸는 일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짚으로 싼 계란은 어릴적 추억을 상기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거 좀 찍어도 되요?"
"그럼요. 맘껏 찍으세요."

그런데 정작 사진을 찍고 있는데 웃으면서 진짜 주인이 등장한다.

"모델료를 내셔야지요."
"네, 모델료로 한 두 줄 사면 되죠?"
"그럼요."

사진을 다 찍은 후 값을 물어 보니 한 줄에 5천 원, 만 원이란다. 누구한테 바가지를 씌우려고 그러시나?

"여보, 슈퍼에서 계란 한 판에 5천 원 하지 않나? 그것도 30개에? 아줌마 왜 이렇게 비싸요?"
"이건 청란이에요. 5천원짜리는 황란하고 섞은 거고, 만 원짜리는 청란만 싼 거예요."
"청란이요?"
"예, 청란을 낳는 청계라는 닭이 있어요. 비둘기 같이 생긴... 계란에 파란 빛이 돌지요?"

그런가 보다, 바가지 쓰는 셈 치고 청란 두 줄을 샀다. 하나는 후배 이장님 드리고, 하나는 집으로 가져왔다. 오는 길에도 계산을 해봤다.

"그러니까 10배까지는 아니지만, 7~8배는 비싼거네."
"그만한 값어치가 있겠지?"

집으로 돌아오자 저녁시간이었고, 궁금해서 아내와 하나씩 프라이를 해 먹었다. 맛이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비싸서 맛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저녁을 다 먹고, 인터넷 검색어에 '청란'이라 타이핑을 하고 실행키를 누르니 그야말로 "어머나!"였다.

효능은 둘째치고 일단 가격이 최하 한 알에 900원, 모쇼핑몰에서는 한 줄에 6만 원이었다. 그야말로 "헉!"이었다. 그리고 일반 계란과 달라서 아토피, 심혈관 계통에 좋단다. 다른 계란처럼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메가 3 성분이 들어 있어 나쁜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춰주고... 천기누설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소개되고 그야말로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하얀 접시에 담아보니 색깔차이가 분명하다. 두 개는 후라이로 이미 먹었는데 껍질은 조금 두꺼운듯 하고, 크기도 작았지만 담백한 것 같았다. 미식가가 아니라 단지, 가격이 비싸서 그런 느낌인줄로만 알았다.
▲ 청란 하얀 접시에 담아보니 색깔차이가 분명하다. 두 개는 후라이로 이미 먹었는데 껍질은 조금 두꺼운듯 하고, 크기도 작았지만 담백한 것 같았다. 미식가가 아니라 단지, 가격이 비싸서 그런 느낌인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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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게 글쎄.....주절주절...."

설명을 하니 청란에 관심도 없던 아이들도 눈이 반짝거린다. 게다가 "어? 두 개는?" 셈까지 한다. 나는 후배 이장에게 얼른 전화를 했다.

"야, 아까 산 청란 말이야, 어쩌구 저쩌구....."
"아이구, 귀한 거였네요. 잘 먹을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살걸 그랬어. 다음 장날에 나가서 또 사먹어. 혹시 서울 올 일 있으면 두어 줄 더 사고."

청란에 대해 더 알아보니 2014년부터 청란이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유통량이 많지는 않아서 개당 천 원 꼴이며, 청란을 낳는 청계는 아메리우카나라는 닭과 토종닭을 교잡해 만든 닭이라고 한다. 대량생산되고, 청자색 빛이 균일하게 도는 청란이 되기까지는 아직 남은 숙제들이 있는가 보다.

오일장에서 바가지 쓴 줄 알았다가 횡재를 한 느낌이다. 허긴, 오일장에서 바가지 쓸 일이 있을 리가 없지.

덧붙이는 글 | 위의 사진은 3월 20일 둔내오일장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둔내오일장은 5,10일에 열리는 오일장입니다.



태그:#청란, #파란 계란, #청계, #유정란, #둔내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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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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