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서 통과시킨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지난달 27일 입법예고하자 반발이 거센 가운데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도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의 72개 단체로 구성된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는 2일 오전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반쪽짜리 세월호 특별법의 조사권마저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시행령안이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가해자인 정부 공무원들이 특별조사위원회를 장악하게 되어 있다며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특위의 정원을 줄여 업무역량을 축소하고 공무원이 민간조사위원을 지휘하게 돼 독립성과 공정성을 포기하도록 무력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정부의 시행령안이 "특별법을 통과시킨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대한 도발"이라며 "세월호 참사의 피해가족에 대한 공격이고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를 부정하는 반헌법적인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이대동 포럼다른대구 대표는 "정부의 시행령은 피고인석에 앉아야 할 죄인이 검사석에 앉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철저하게 외면한 박근혜 정부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해양수산부가 시행령을 단독으로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와대의 개입이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독립적 국가기구의 시행령이 아니라 청와대가 작성한 통제령이자 간섭령"이라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또 정부가 지난 1일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기준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돈으로 진실을 가리려 한다며 "안전사회를 요구하는 가족들의 외침 대신 정부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정부는 책임소재를 밝히는 진실규명이 첫 번째라는 것이다.
이들은 "세월호는 왜 침몰했고 구조는 왜 실패했는지, 인양계획은 왜 아직도 없느냐"며 "정부가 진상규명에 대해 진정성을 가졌다면 세월호 참사의 상당부분은 확인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선우 대책위 공동상황실장은 "아직 진상조사조차 실시되지 않은 때에 정부가 돈으로 진실을 가리려 하고 있다"며 "돈으로 유가족들을 울리지 말고 세월호 인양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대책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인양없이 진실없다,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손발을 묶고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어 조속한 실종자 수습과 온전한 세월호 인양,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 이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알려나가는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우선 오는 5일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알린다. 이어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16일에는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진실규명과 인양을 촉구하는 대구시민대회를 개최하고 세월호 진실 인양을 촉구하는 노란물결 퍼레이드를 벌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