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서구·강화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초 승리를 확신하던 새누리당이 '위기'를 운운하며 총력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역전을 노리는 눈치다.
정치권은 여당이 독식해온 이곳에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판세가 '새누리당 압승'에서 '팽팽한 접전'으로 뒤집어졌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최근에 한 여론조사 결과, 양 후보 지지율이 5%포인트 안팎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오마이뉴스>가 찾아간 인천 서구와 강화을 지역에서는 아직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만한 선거 열기가 느껴지진 않았다. 이날 마주친 서구 주민 중에는 아예 재보선 사실조차 모르는 유권자도 꽤 있었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분명히 감지됐다. '여당의 표밭'이라 불리는 강화의 주민들은 "이번에는 모르겠다"라며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죽어도 1번"이라는 굳건한 여론과 "2번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관측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지난 19대 총선 때처럼 여당 후보에게 몰표를 행사하려는 분위기가 현재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다.
안덕수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 판결로 치러지는 인천 서구·강화을 재선거에는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 신동근 새정치연합 후보, 박종현 정의당 후보가 출마한다.
[서구] 야당세 강하지만... 재보선 사실조차 몰라"선거요? 여기에서요?조아무개(53)씨가 동그란 눈을 껌뻑이며 되물었다. 오히려 4월 재보선 여론을 묻는 기자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인천 서구 검단사거리 인근에서 수년 째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해왔다는 그는 선거 소식이 "금시초문"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씨뿐이 아니었다. 검단사거리 쪽에서 만난 주민 대다수가 이곳에서 재보선을 치르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도로변에 걸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홍보 펼침막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검단 지역은 기본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곳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검단 투표율이 높게 나오면 당선 가능성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주민들은 재보선이기 때문에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편의점 사장인 김춘임(49)씨는 "여기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야당 쪽 여론이 세다"라면서도 "이번에는 다들 선거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재보선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을 못 봤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인 20대 남성도 "선거에 전혀 관심 없다"라고 옆에서 거들었다.
검단 아파트 단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정승택(54)씨는 "선거 때 유세하고 그러면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라며 "우리 동네는 무조건 야당이 이긴다, 부자들 당인 새누리당은 믿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강화을] "여긴 죽어도 1번" vs. "신동근이 유리"
강화읍 인근 동네 경로당과 재래시장 등에서 만난 주민 다수는 재보선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제 열리느냐는 질문에 "29일"이라고 척척 답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출마한 후보들의 이름을 쉽게 떠올리진 못했다. 오히려 재선거의 단초를 제공한 안덕수 전 의원을 떠올렸다. 그 사람 만한 인물이 이번에는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안 전 의원은 강화에서 태어나 군수까지 지낸 전형적인 지역 토박이다. 19대 총선 당시 그는 서구 검단 지역에서 4000여 표 차이로 신동근 후보에게 뒤졌지만, 강화 지역에서 1만2000표나 앞서 총 8000표 차이로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
강화 풍물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유인혜(80)씨는 안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안덕수 의원님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마음 아파서 어떡하나. 지금은 그분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유씨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못 정했다, 누가 나오는지도 잘 모른다"라고 했다. 심지어 1번 후보를 이경재 전 의원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약재상인 김아무개(55)씨는 "안덕수 그 양반은 군수 때부터 지역을 살뜰히 챙겼는데 이번에는 그런 사람이 안 보인다"라며 "그나마 신동근 후보가 몇 번 (선거에) 나와서 돌아다녔으니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강화도에는 새누리당 당원이 많아서 2번이 당선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라며 "아무리 봐도 이번 선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관측했다. 그는 "친구가 새누리당 당원인데, 오늘 개소식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더라"고도 전했다. 이날 안상수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참석했다.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유권자는 김씨만이 아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79)은 "안 전 의원이 나왔을 때는 다들 무조건 '1번'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라며 "1번과 2번 둘 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말들을 꺼려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신동근 후보는 지역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드는데, 1번이 아닌 게 좀 걸린다"라며 "지난번에는 안 전 의원님을 뽑아줬지만 이번에는 모르겠다, 아직 (지지하는 마음이) 반반"이라고 속삭였다.
반면, 석아무개(75)씨는 야당에 표를 줄 수 없다는 마음이 조금 더 강했다.
"우리는 무조건 1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야. 신동근이 열심히 뛰기는 하는데, 2번이라 안 돼. 여기서는 죽어도 2번 달고는 못 해. 박근혜 대통령님이 1번이시잖아. 그러니 안 되지."이장 출신인 한 남성은 "예전보다는 신 후보한테 분위기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강화는 여전히 당을 보고 뽑는 경향이 세다"라면서 "이번 선거는 당을 볼 것이냐, 사람을 볼 것이냐의 싸움"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