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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간디고등학교 학부모들이 간디학교를 '귀족학교'라고 지칭한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3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호섭 간디학교 교장은 홍 지사의 발언을 두고 "어처구니 없다"라고, 김승학 학부모회 회장은 "교육철학의 빈곤을 드러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지사는 3일 낮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홍 지사는 "전교조, 일부 종북세력, 이에 영합하는 반대세력과 일부 학부모단체들이 연대해 무상급식을 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산청 간디학교 같은 부유층의 귀족학교에 까지도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현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은 2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은 2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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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간디고등학교는 사립대안학교로, 교육부로부터 교육과정 인가를 받았다. 학생 전원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학교 급식소에서 세 끼를 해결한다. 지난 3월까지 점심만 무상급식이었고 아침·저녁 식사는 개인부담이었다.

홍 지사의 '귀족학교' 표현은 간디학교 학생들이 '무상급식 재시행'을 촉구하는 입장을 낸 뒤에 나왔다. 간디학교 학생 20여 명은 지난 2일 오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들은 밥에서도 배웁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경남도교육청에서 2km 거리에 있는 정우상가 앞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회견문을 통해 "지금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경남도가) 학교 현장의 교육주체인 학생과 학부모·선생님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께서 무상급식 중단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라면서 "배움의 과정에 있는 저희들로서는 어른들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깊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홍 지사께서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과 교사·학부모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민주적 절차 속에서 소통해주시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남호섭 간디학교 교장 "어처구니 없다"

남호섭 간디고등학교 교장은 "간디 식구들은 그 소식을 듣고 다들 열을 내고 있다, 학부모들이 더 화가 날 것 같다, 밥값 지원이 끊어져서 그런데 귀족학교 소리를 들으니까 더 그럴 것"이라며 "저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남 교장은 "경남도청에서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종북 좌파'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면서 "특히나 어제(2일) 아이들은 도지사한테 소통하자고 했는데, (도지사가) 소통은 하지 않고 귀족학교라고 했다, 도지사의 생각이 그렇게 짧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귀족학교'라는 말은 욕으로 들린다는 이야기다. 남 교장은 "생각 없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우리는 나쁜 욕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밝혔다.

남 교장은 간디학교가 학교운영비도 아껴쓰고 절약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았지만 어떻게 보면 일반공립고에 비해 교육청으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적다, 아이들과 같이 활동하는 게 많아 지원비를 쪼개서 쓰고, 어느 한 구석이라도 풍족한 게 없다"라고 부연했다.

남호섭 교장은 "교사나 학생들도 생태 학교를 지향하고, 그래서 절약하며 아끼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삶을 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경제력에 대해, 남 교장은 "농촌 가난한 집 아이도 있고, 귀농한 부모도 있으며, 도시에 살아도 중간층 정도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 많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기자회견과 거리행진한 것에 대해 남 교장은 "교육에 있어 개인의 끼와 개성을 살리려고 한다, 예능 쪽으로 관심 있는 아이도 있지만 역사나 사회·인문학적으로 관심을 갖는 아이도 있다"라면서 "그런 아이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논의하고 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기 의견 표현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승학 학부모회장 "철학의 빈곤 드러낸 도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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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학교' 표현에 대해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승학 학부모회 회장은 "도지사가 어떤 정보,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표현했는지부터 물을 것"이라며 "학부모회의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디학교는 사립이고 특성화학교다, 서울이나 부산에 있는 같은 학교보다 수업료가 싸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기숙사비까지 포함해서 학교에 내는 돈이 많아서 귀족학교라 표현한 거 같다,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페이스북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우리의 명예를 굉장히 손상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으로 조치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의 발언으로 인해 학부모들이 부자로 비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회장은 "학부모들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하다, 한부모가정도 있다"라면서 "문제는 학생 선발을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이는 전국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홍 지사의 귀족학교 발언은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호도하고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라면서 "도지사는 도민의 경제와 교육·주택·환경 등 다양한 문제에서 중심에 서야 하는데, 철학이 빈곤한 사람이 도지사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기자회견과 거리행진에 대해 그는 "아이들은 스스로 토론하고 자기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한다, 선생들이 하라고 해서 할 아이들도 아니고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을 아이들도 아니다"라면서 "본인이 판단해서 하고 본인이 책임을 지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무상급식, #간디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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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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