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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만해광장 옆 조명탑에는 8일째 고공농성이 진행 중이다. 김태현 씨 등 학생들은 조명탑 아래에 비닐을 치고 숙식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최장훈 회장을 돕고 있다.
 동국대 만해광장 옆 조명탑에는 8일째 고공농성이 진행 중이다. 김태현 씨 등 학생들은 조명탑 아래에 비닐을 치고 숙식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최장훈 회장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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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훈 동국대 대학원총학생회장이 동국대 만해광장 조명탑에 올라간 지 8일이 됐다. 그동안 호텔에서 개최예정이던 이사회는 미뤄졌다. 학교 안팎의 동국대 사태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고공농성 중인 최 회장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하늘로 올라간 최 회장을 돕는 이들이 있다. 김태현씨(식품공학과)를 비롯한 최 회장의 후배들이다.

"최장훈 회장이 밤이면 조명탑에서 몰래 내려와서 쉬고 다시 올라간다고 합니다. 사실도 아닌 이런 말을 왜 퍼뜨리고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태현씨는 28일 이같이 말했다. 어제 한 교직원이 자신에게 "사실을 확인하려 한다"며 물어와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한 여교수는 지나가다 고공농성장을 가리키며 "저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학생들이 조명탑 위의 최장훈 회장을 확인시켜주자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김씨는 "어디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고 있지만 문제 삼고 싶지 않다. 최 회장도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에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며 "어디서 누구로부터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이면 몰래 내려온다는 악성루머에, 사람이 있나 확인해 봐야 한다는 여교수의 말까지 겹치면서 최 회장이 마음을 크게 다친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최 회장 아래를 나와 학우들이 24시간 지키고 있다. 밤마다 1시간 간격으로 학교 직원이 인원체크를 하러 온다. 조명탑 바로 옆에는 CCTV도 있다"고 했다. 이어 "최장훈 회장이 밤마다 내려온다는 헛소문이 사실이라면 뒤에서 말만 만들지 말고 증거를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좁은 공간에서 1주일 넘게 있어 다리가 풀려 내려와 땅을 밟고 서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조명탑 올라가지 말라고 극구 말렸지만..."

김씨는 "최 회장이 조명탑에 올라가기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끝까지 반대했지만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고공농성을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공농성을 시작하기 전, 최 회장은 평소에도 안 가던 예산 집에도 다녀왔다. 최 회장이 조명탑 위에 올라간 것은 단순히 '나를 봐달라',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걸고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최 회장이 조명탑에 올라간 21일 오전 3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최 회장을 돕고 있다. 끼니 때가 되면 식사를 챙기는 등 최 회장이 위에서 직접 하지 못하는 잔심부름을 한다. 조명탑을 내려오지 못하는 최 회장의 대·소변을 치우는 것도 김씨와 후배들의 몫이다.

김씨는 "최 회장은 고공농성 초기에는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용변을 제대로 못 봤다. 소변은 물통에 받아서 내리고 대변은 종이 등에 싸서 전달받는다"고 했다. 김씨는 "최 회장은 첫날 심야에 올라가면서, 조명탑 위에 올라가서도 많이 무서워했다. 추위는 둘째 치고 조명탑이 이리저리 흔들려 적응하기까지 고통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태현 학생
 김태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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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고공농성 중인 조명탑 아래 비닐을 친 곳이 숙소이다. 다른 학생들과 이곳에서 숙식을 하며 최 회장을 돕고 있다. 김씨는 "낮에는 무척 덥다. 최 회장이 있는 곳도 덥고, 우리가 지내는 비닐 속도 덥다. 땡볕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고 했다. 이어 "참다못해 햇볕이 뜨거운 한낮 동안 그늘에 돗자리를 편 적이 있었다. 지나가던 교수가 '돗자리 치우라'고 지적했다. 서러웠지만 치웠다"고 했다.

김 씨는 "농성장 분위기가 축 쳐지는 것 같아서 음악을 틀었던 적도 있다. 한 교수가 '음악 꺼'라고 화까지 냈다. 끌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학교 직원의 1시간 단위의 인원 체크도 신경 쓰이지만, 밤마다 모기에 시달리다 겨우 잠에 들고는 한다. 새벽이면 학우들이 만해광장에서 농구 하는 소리에 선잠을 깬다"고 했다.

"교수가 그늘에 편 돗자리도 치우라고 해"

김씨는 "최 회장이 고공농성 중이라는 소식에 동문을 비롯해 다른 학교 학우, 외부 단체 관계자들이 격려방문을 와줘 힘이 된다"고 했다. 이어 "학교 환경미화 어머니들이 아침이면 손수 지은 식사를 챙겨주신다. 힘내라며 적은 급여에서 쪼개 모은 쌈지돈 같은 돈도 전해주시고 가신다"고 했다.

김씨는 "가장 큰 응원은 지나가는 학생들이 '힘내라'며 해주는 말 한마디이다"라고 했다. 이어 "학우들도 조계종단 외압이 잘못됐고, 이사장 선출에 문제가 있는 등 학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 안다. 그런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의견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총장 후보의 표절문제는 큰일이다. 그보다 이사회가 학교를 지키는 책임을 저버리고 종단에 의해 총장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 더 큰 일"이라고 했다. 김씨는 "학우들이 학교 사태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당장 학교 일도 주인의식을 갖고 싸우지 못한다면 졸업 후 취업을 해서도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사람이 8일째 조명탑 위에 올라가도 아무 반응 없는 이사회에 말하고 싶다"며 "최장훈 회장은 목숨을 걸고 잘못된 일을 다시 생각해달라고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상황이 안 좋아져서 최 회장까지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한다면 당신들 책임이다"라고 했다.


태그:#동국대, #조계종, #고공농성, #표절 총장,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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