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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명의 셔틀버스노동자들이 지난 27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셔틀버스노동자 생존권 쟁취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날 참가자들은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아래 셔틀연대) 조직이 공식 출범했음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출범 전 정동곤 셔틀연대 조합원을 찾아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한 그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기자 말

25일 토요일 오후, 15인승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정동곤 셔틀연대 조합원을 찾아가 만난 곳은 그의 일터였다. 이날은 그가 서울 신림 소재 아파트 단지 내의 학생들을 학원까지 운행하는 날이기도 했다. 운행 대기 장소인 아파트 내 벤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그는 셔틀버스 밥벌이만 15년 차이다

정동곤 조합원이 운행 대기 중인 15인승 셔틀버스 앞에 서 있다.
▲ 정동곤 셔틀연대 조합원 정동곤 조합원이 운행 대기 중인 15인승 셔틀버스 앞에 서 있다.
ⓒ 홍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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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틀버스를 운행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고,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돌아보니 2001년부터니까, 셔틀버스 운행을 한 지 15년 세월이네요. 그 전에는 제빵을 했었어요. 잘 풀리지가 않아 지인의 소개로 셔틀버스를 할부로 구입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15인승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계시는데요. 한 달 생계비가 어떻게 되는지요?
"유치원 운행을 아침 8시~오후 4시까지 합니다. 수입은 한 달에 110만 원입니다. 한 곳 수입으로는 생활이 되질 않아요. 그래서 새벽 6시~아침 8시 사이 학생들 학교 통학 일을 추가로 합니다. 이 일은 한 달에 40만 원 받습니다. 오후 시간에도 일을 할 수 있어야 생활이 겨우 가능해져요. 오후 5시~밤 10시 사이 소위 '쪽탕'이라고 부르는데요. 학생들의 학원 통학일도 하고 있어요. 학원 통학은 토요일에도 하고 있고요. 한 달 50만 원 받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일해야 200만 원 수입이 돼요.

유류대가 월 평균 45만 원 지출입니다. 제 손에 쥐게 되는 한 달 생계비는 155만 원입니다. 1년을 놓고 보면 지출액은 더합니다. 차량 보험료, 차량 검사비, 엔진 오일 등 각종 차량 소모품비가 상당하구요. 차량 할부금 납부가 남아있는 기간 동안에는 생계 상황은 더 많이 열악할 수밖에 없어요."

- 셔틀버스에 대해 '해당 시설 장과 공동소유 제도화, 어린이보호차량 안전장비 설치 의무화, 차령단축, 초·중·고 통학차량 단속' 등의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고 계신 15인승 셔틀버스 운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셔틀버스 운행은 어엿한 하나의 업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운행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군데 운행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이 여러 군데 밤낮 가리지 않고 운행해야 생계가 가능한 현실입니다.

현실을 무시한 정부 정책입니다. 한 시설의 장과 버스의 공동소유를 제도화하자니 말이 되질 않아요. 개인재산권을 나눠 가지면서 여러 문제를 더 야기 시킬 뿐입니다. 어린이보호차량 안전 장비 설치하려면 1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듭니다. 한 달 벌어 한 달 겨우 살며 빠듯하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저희에게 정부 지원 없이 설치하라는 것은 '밥숟갈 놔라'는 것이나 매한가지예요.

15인승 차량은 생산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새 차를 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현실입니다. 셔틀버스 차령 제한 문제 현실을 반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정부 정책이 나올 때는 당사자인 셔틀버스노동자들의 현실을 반영해 혜택이 조금이나 나와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도 너무해요. 가만히 있으니까 '밥숟갈 놔라' 하네요."

정동곤 조합원이 15인승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 정동곤 셔틀연대 조합원 정동곤 조합원이 15인승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 홍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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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한 달 동안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서울시의회, 서울시교통지도과를 다니며 "셔틀버스 정부정책에 대해 면담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면담 결과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회로 서울시로 쫓아다녔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건 희망적이지 않았어요. 우리들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셔틀버스 정부정책을 바로잡으려면 면담 활동으로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셔틀버스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야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최대한 셔틀연대 조직이 커져야 한다는 거죠."

- 셔틀연대 조합원으로 조직에 바라는 점이나 다짐을 말씀해 주세요.
"92세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살고 있어요. 가족들까지 생계 위협을 당하게 되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요. 싸워야지 다른 길이 없잖습니까. 정부가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어요.  셔틀연대 조합원들이 최대한 늘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직할 겁니다. 그래서 큰 조직으로 거듭난 셔틀연대가 셔틀버스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비롯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태그:#셔틀버스노동자, #셔틀연대, #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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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에서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어린이, 중고생 통학안전을 위해! 가치있는 노동! 생활의 질 향상! 인간다운 삶 쟁취!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으로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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