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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사포럼에서 한 외국 교원대표가 질문하고 있다.
 17일 오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사포럼에서 한 외국 교원대표가 질문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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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선생님을 스승이라고 부른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기념식에) 참여해서 교원과 교육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있었다."

17일 오후 3시쯤, 세계교육포럼 사전 행사로 EI(국제교원노조총연맹)가 연 세계교사포럼 인천 송도 행사장.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이 토론자로 나와 이같이 말하자 행사장엔 적막이 흘렀다(관련기사 : 세계 최대 교원단체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 따질 것").

EI는 3000만 명의 교원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172개국 401개 교원단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함께 한국교총이 가입해있다.

오바마와 박근혜 얘기에 세계교원 대표들 '갸우뚱'

김 본부장은 "오바마가 한국교육을 '롤모델'로 하고 있으며 한국 교육과 교원을 '넘버 원'으로 추켜세우고 있다"면서 "한국교총에서는 교육한류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행사장에 앉아 있던 아프리카 교원단체 대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 본부장의 말이 끝난 뒤 박수를 친 사람은 100여 명의 참석자 가운데 교총에서 같이 온 인사 서너 명 뿐이었다.

미국교원단체(NEA) 대표가 질문에 나섰다. 그는 "미국에 있는 교원노조는 공교육의 개선과 향상을 위해 운동하기 때문에 오바마의 (한국 칭찬)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교육제도는 일제고사가 있고 학생들에게 얼마나 억압적인지, 그리고 학생이나 교사들이 얼마나 불행한 제도인지 알기 때문에 오바마를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 경쟁을 어떻게 완화해서 시민으로서의 학생들을 길러낼 수 있을지 의견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I 공식 초청 패널로 임명되어 이날 주제발표를 한 심성보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사장(부산교대 교수)도 "오바마가 힘이 강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한국교육이 모범이라고 자꾸 말하는 바람에 한국교육은 더욱 경쟁적으로 몰리고 자살 학생을 부추기는 것 같다"면서 "오바마가 근대적 교육관을 벗어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어 심 이사장은 한국의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해서도 "한국 학생의 인성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인성이 문제"라면서 "입시경쟁 속에서 발버둥치는 아이들한테 무슨 인성이 필요하냐, 박근혜 대통령부터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장내에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피지 출신의 아시아태평양지역 EI 담당자 고빈싱씨는 마이크를 잡고 "한국에 두 개의 교원노조가 있는데, 아무리 생각이 달라도 한 개의 노조가 설립 취소된다면 다른 노조는 연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국교총을 겨냥해 쓴 소리를 했다.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한 셈이다.

17일 오후 국제교육행사에서 만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오른쪽)과 김무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17일 오후 국제교육행사에서 만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오른쪽)과 김무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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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EI의 지지와 연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그치지 않고 있다"면서도 "EI 등의 국제연대 활동이 궁극으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기본권 신장에 절대적인 힘이 될 것 분명하다, 이 연대에서 힘을 얻어 전교조는 반드시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손뼉을 쳤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수잔 호프굿 EI 회장은 폐회사에서 "한국교육은 표면적으로는 국제비교평가(PISA) 등을 보면 굉장히 성공적인 교육시스템으로 평가가 되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한국 학생들이 이런 높은 평가를 위해 얼마나 희생을 당하고 있는지, 일제고사와 같은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희생을 강요하는지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I 초청 패널 "전교조 취소 통보는 파시즘 회귀"

한편, 이날 세계교사포럼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는 파시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주제발표 발언이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심 이사장은 '한국교육, 어디로 가는가?'란 제목의 발표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와 시국선언 교사 징계 강행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심 교수는 "한국정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은 전교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행동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당하고 한국이 인권후진국으로 전락되어 국제 망신거리가 되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교조 법외노조화 전략은 국가주의와 반공주의라는 파시즘 시대의 권위주의 이념으로 회귀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규정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세계교육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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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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