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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는 구조됐지만 결국 숨진 채 발견된 안산 단원고 교감의 운구차량이 지난해 4월 21일 새벽 경기도 안산 단원고 운동장을 돈 뒤 학교를 나서고 있다.
 세월호에서는 구조됐지만 결국 숨진 채 발견된 안산 단원고 교감의 운구차량이 지난해 4월 21일 새벽 경기도 안산 단원고 운동장을 돈 뒤 학교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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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죄책감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단원고 고 강아무개 교감이 21일 법원에서도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의 부인은 "(남편이) 생전에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서 제가 포기할 수 없다"며 소송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부인 이아무개씨가 남편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해달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보상금 등 지급신청 기각 결정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 교감의 사망 경위 등을 볼 때 '생명·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초래하는 직무를 수행하던 중 입은 위해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강 교감은 지난해 4월 16일 사고 당시 저혈당 쇼크로 인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해경에게 구조됐다. 이후 그는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수학여행 인솔책임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참사에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은 학교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단원고 교장 등 교사 10여 명은 4월 17일 체육관 단상에 올라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기까지 했다.

강 교감은 그 직후 사라졌다. 경찰은 다음날 오후 4시 5분경 진도 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이미 숨진 그를 발견했다. 현장에는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중략)...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는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관련 기사 : "녀석들과 저승에서도 선생을..." '세월호' 구조된 단원고 교감 유서).

세월호 참사 죄책감에 목숨 끊었지만... 순직으로 인정 못 받아

그의 가족은 강 교감이 겪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가 자살의 원인이라고 봤다. 재판부가 사실조회한 건국대병원에서도 "망인이 경험한 세월호 사고는 대형재난사고로 정도가 심하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장애로 자살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회 역시 "아무런 사후조치 없이 정신적 쇼크상태에 빠진 생존자를 다시 사고 장에 투입, 상황을 수습하도록 한 원인이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 교감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하려면 그가 세월호 참사로 트라우마를 입어 사망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법률상 순직의 요건은 ▲ 생명·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위해를 입고 ▲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이 기준에 비춰 살펴보면, 강 교감이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은 다른 교사 7명의 경우 사고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던 장면이 생존자들에게 목격됐고, 시신이 학생선실에서 발견됐지만 강 교감이 학생 등 승객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생존자 증언만으로는 순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선고를 들은 뒤 법정 밖으로 나온 강 교감의 부인은 "너무 유감스럽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분(남편)이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책임지고 가셨는데 법에서는 그것을 (순직으로 인정하길) 허락해주지 않아 안타깝다"며 "힘 는 데까지 소송하고 싶다"고 했다. 또 "이분 생각만 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생전에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서 제가 포기할 수가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세월호,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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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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