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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예술버스 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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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그 어떤 아름다움을 노래할지라도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당신들은 말하고 싶을 것이다. 예술이 그 어떤 고통과 분노의 순간을 묘사할지라도 '준법'의 틀 안이어야 한다고 당신들은 말하고 싶을 것이다.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우리는 안다. 우리는, 알고서도 이러는 것이다, 알기에 이러는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말해 왔다.

굴뚝에 올라가 목숨 건 복직투쟁을 벌인 해고노동자에 대해, 끝내 목숨을 끊고만 노동열사'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그들이 살고자 했던 세상에 대해, 해군기지 폭력강행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오붓했던 마을에 대해, 살려고 올라간 망루에서 죽어내려 온 철거민에 대해, 초고압 송전탑 건설로 갈기갈기 찢긴 산하와 할매들의 눈물에 대해, 검은 봄바다에 수장된 304명의 비명에 대해, 말하고 쓰고 / 노래하고 춤추고 / 그리고 찍었다. 웃고 울었다. 그것은 곧,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들을 향한 우리의 생각과 글, 노래와 그림과 몸짓은 불편했을 것이다. 그대들이 손에 쥔 법전의 윤기에 흙탕물이 튀어 화가 났을 것이다. 준엄한 '법의 테두리'를 오락가락하는 짓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인이 거리에서 끌려가고 화가가 긴급체포되었으며, 출판사가 수색당하고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졌다. 출두요구서가 날아들고, 벌금이 떨어졌으며, 인신이 구속되었다. 당신들은, 비록 예술일지라도 법 앞에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러므로 되묻는다. 당신들이 즐겨 쓰는 법률은 상위법에 예외일 수 있는가. 헌법 앞에 예외일 수 있는가. 도로교통방해, 건조물침입, 대통령 명예훼손을 들어 헌법적 권리를 무력화하는 자들이 누구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권자는 행복추구의 권리를 가지며,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 당신들은 헌법 앞에 예외법을 부르대고 있다. 대한민국이 당신들 법해석의 가두리 양식장인가.

안다. 가두리 양식장이야말로 안전한 사회라고 당신들은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았다, 들었다. 당신들이 친 가두리 양식장 안에서 숨져간 숱한 노동자를, 파괴된 마을공동체를, 비열한 이념사냥을, 바다에서 숨져간 아이들의 비명을.

모두가 사라진 숲에서도 예술만은 홀로 남아 꽃을 피울 것이라고, 우리는 말하지 않겠다. 모두가 사라진 숲에 예술은 없을 것이다.

오직 사람이 있을 때, 사람이 살아 숨을 쉴 때, 우리의 시도 그림도 몸짓도 의미를 얻는다. 갇혀서는 못 산다. 숨 막히는 세상을, 숨 죽이는 세상을 가장 먼저 거부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

고로 선언한다. 나는 당신들이 가두려는 시인 송경동이며, 화가 이하다. 내 작품은 당신들이 감추려드는 다이빙 벨이다. 우리는 인권운동가 박래군과 정진우에 대해 말할 것이다. 당신들이 싸지른 똥에 대해서도, 해고노동자가 기어오른 굴뚝에 관해서도, 밀양 할매가 흘린 피눈물에 대해 그릴 것이다. 한겨울 망루에서 화염에 휩싸였던 철거민과 경찰의 주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물며 진도 앞 검은 봄바다를 잊으란 말인가.

우리는, 알고서도 이러는 것이다, 알기에 이러는 것이다. 당신들이 싸지른 똥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법인가. 그렇다면 너희는 우리의 똥을 먹어라.

이것이 우리의 작품이며, 우리의 예술이다.

'희망을 만드는 동행버스'와 '법보다 예술버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송경동(시인), 정진우(노동당 전 부대표),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6월 11일 부산고법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날은 4년 전, 첫 번째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출발한 날이기도 합니다.

1심에서는 각각 징역 2년(보석 유지), 벌금 500만 원,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징역 2년, 징역 10월의 중형을 구형했습니다. 특히 송경동 시인의 경우, 이번 선고에서 항소가 기각되면 실형이 확정될 상황입니다.

이에 선고일인 6월 11일 오전 8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선고에 함께 참여하고, 끝나지 않은 희망과 저항의 입장을 함께 발표한 후 한진노동자들, 그리고 현재도 고공농성 중인 생탁비정규노동자, 한남교통 노동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는 '희망을 만드는 동행버스'가 운행됩니다.

한편 최근 박근혜정부와 사법권력은 사회 비판적인 예술(가)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처벌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권리를 탄압하고 있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팝아트를 작업한 이하 작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한 홍승희 작가를 비롯하여, 다이빙벨 상영을 빌미로 한 부산국제영화제 탄압, 서울연극제 파행 등의 과정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박근혜정부와 사법권력의 예술탄압에 맞서고, 송경동 시인과 박래군, 정진우님을 비롯한 희망버스운동에 대한 무죄를 촉구하는 '법보다 예술버스'도 당일 '동행버스'에 함께 한다고 합니다.

관련 글을 '박근혜정부와 사법권력의 예술탄압을 규탄하는 예술가들(가칭)' 모임에서 보내 왔습니다. '예술을 구속하지 말라'의 선언문으로 쓰였고, 대표집필은 사진가 노순택 님께서 해주셨습니다.



태그:#법보다 예술버스, #희망버스, #송경동,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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