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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꼭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빠가 된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 곤히 잠든 사랑이 세상에는 꼭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빠가 된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 추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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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달력에 빨갛게 표시해 놓은 날입니다. 10달을 꼬박 기다린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평생 기억될 우리 첫 아이의 생일이 되었습니다. 제니와 나의 사랑이가 세상에 나올 약속을 예정한 날, 아이는 그렇게 우리를 웃게 했습니다.

약속대로 사랑이는 엄마와 아빠를 더 기다리지 않게 했습니다. 40주 0일이 되는 6월 13일 11시 25분 우리의 곁으로 왔습니다. 세상과의 첫 약속을 이리도 잘 지키니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그 수만큼 다양한 태교와 육아의 방법도 있는 듯 합니다. 작은 일상을 통해 그 이야기를 공유하려 합니다.

기나긴 시간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

아이를 기다리며 3일 밤낮을 샌 아빠와 10달을 숙면을 취한 아이의 첫 만남입니다. 아이는 세상에 나오며 우렁차게 울었고 아빠는 아이에게 말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아빠의 목소리를 아는 아이는 울음을 그칩니다.
▲ 아빠와 아들 아이를 기다리며 3일 밤낮을 샌 아빠와 10달을 숙면을 취한 아이의 첫 만남입니다. 아이는 세상에 나오며 우렁차게 울었고 아빠는 아이에게 말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아빠의 목소리를 아는 아이는 울음을 그칩니다.
ⓒ 추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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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계절학기 공부를 마치고 하버드 대학에서 돌아온 9월. 삶은 더 없이 바쁘고 하루하루 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아내가 말을 합니다.

"마법에 걸리지 않는데. 어?!"
"그럼?"

임신 테스트기에 드러난 두줄. 양성 반응. 가슴이 뛰었습니다.

우리는 그 길로 집앞 복현오거리 위치한 S여성병원에 달려갔고 검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까맣게 보였던 하나의 점. 전 아빠가 되는 것도, 아이가 제니의 뱃속에 소중히 자리잡은 것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이를 갖기 위해 많이 애쓰고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이제 아이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기였으니까요. 너무도 감사하게 아빠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편안하게 들어서 준 아이였습니다.

두 개의 병원을 드나들다

아내는 2013년도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두 개의 갑상선 중 한 개를 절제하였기에 그 이후로 갑상선 수치 호르몬 조절약을 먹고 있었습니다. 갑상선 기능의 항진과 억제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교수님과 의료진의 면밀한 점검을 받았습니다. 산부인과와 내분비내과를 오가며 태아의 건강과 산모의 건강을 세심히 체크했습니다.

제니는 제가 이제껏 세상에서 만나본 사람 중 가장 밝고, 맑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 속에서도 절대로 웃음과 존재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아내입니다. 긍정의 끊임없는 바다이기에 저는 아이가 무사히 건강하게 자라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갑상선 수술을 받았던 K대학교 암센터와 S여성병원. 이 두 군데의 병원은 지난 10개월동안 저희의 또 다른 집이 되었습니다.

임신과 육아는 어머니의 몫만이 아닌 아빠와 엄마 모두의 몫인 부부의 몫입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도 많은 시간을 사업이다. 비즈니스다, 그런 이유들로 아내 옆을 비웠습니다. 그 옆자리는 사랑이의 이모 역할을 해줄 희망이와 보리가 잘 맡아주었습니다.

아내는 동물들과 교감하고 사랑을 주고 받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두 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두 권의 책을 출간했고 여러 방송과 강연을 다녀야 했습니다. 그렇게 좋은 예비아빠로서의 역할은 다하질 못했습니다. 출산을 하루 앞둔 산책로에서 이내 가슴에 사무쳤습니다.


태그:#출산, #희망, #사랑, #행복,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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