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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메르스 국민안심병원인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실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환자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15일 오후 메르스 국민안심병원인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실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환자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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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메르스를 종식시키는 일이 우리 손에 달렸다. 우리는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놓아서도 안 됩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한 병원의 간호사가 쓴 편지가 공개됐다. 이 간호사는 지난 1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편지를 보냈고, 노조는 최근 의료인 감염이 늘어나자 편지를 공개했다.

최근 메르스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의 메르스 감염이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격려를 보내자는 목소리가 크다. 17일 오전 현재 162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 중에서 병원 종사자는 28명이다. 이중 간호사가 9명으로 가장 많고, 간병인(7명)과 의사(5명) 감염자도 적지 않다.

이 간호사는 편지에서 "우리 의료진은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힘든 음압격리치료과정에 투입되어 너무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우리를 보는 외부인의 시선 또한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절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없다"면서 "몸도 마음도 힘든 지금이지만 우리의 땀방울이 모여 반드시 결실을 보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동의를 얻어, 원문을 싣는다.

"병원에서 대규모 감염...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에게 충격"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녕하신지 여쭙는 마음이 더 아픕니다. 갑자기 온 나라를 삼켜버린 메르스 때문에 환자들과 같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우리 의료진은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힘든 음압격리치료과정에 투입되어 너무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병원 폐쇄, 메르스환자 급증 소식은 온 힘을 다해 치료에 전념하는 우리에게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병원에서 메르스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대규모 감염이 이루어지는 현실은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충격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감염을 무릅쓰고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우리를 보는 외부인의 시선 또한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절망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혹여 병원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오지나 않을까 피하기도 하고, 우리 병원 의료인 학부모가 많다는 이유로 학교를 휴교하고 있습니다. 병원로비의 텅 비어버린 의자는 이러한 현실을 증명해 보이며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는 명확해진 사실은 현시점에서 결국 메르스를 종식시키는 일이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놓아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항상 지켜온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아픈 환자가 하루 속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날을 만들어주며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이것이 더 절실한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나 환자의 가족은 우리를 보며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우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우리가 반드시 메르스를 막아내 다시 평온한 일상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우리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격려하고 솔선수범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환자를 돌보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며 극복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없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지금이지만 우리의 땀방울이 모여 반드시 결실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희망의 눈빛을 꼭 현실로 만들어 냅시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한 간호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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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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