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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비가 내리는 오후 교도 동북쪽에 있는 은각사에 다녀왔습니다. 교토 동쪽 긴 산맥을 따라서 이어지는 동산 지역은 오래전부터 교토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명당자리입니다. 이곳에 사람들은 다투어 별장이나 멋진 집을 짓고 살았고, 그림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은각사는 처마 따위가 검게 보입니다. 그러나 처음 지어졌을 때는 왼쪽 사진으로 복원된 것처럼 매우 화려했습니다.
 은각사는 처마 따위가 검게 보입니다. 그러나 처음 지어졌을 때는 왼쪽 사진으로 복원된 것처럼 매우 화려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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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는 무로마치 시대 막부 8대 장군인 아시카가(足利義政)가 금각사를 인식하여 1482년부터 짓기 시작했습니다. 은각사 안에 있는 여러 건물 가운데 그 때 지어진 것은 은각사와 도구도(東求堂)입니다. 도구도 건물은 안에 차실이 마련되어 있고 지금은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교토 시내에 남아있는 당시 지어진 건물로는 금각사(鹿苑寺舎利殿), 은각사(慈照寺観音殿), 비운각(飛雲閣, 西本願寺, 龍谷山 本願寺) 따위가 남아있습니다. 이들 세 건물은 지붕 모습이나 건물 형태가 비슷합니다. 특히 세 건물 모두 집 둘레에 연못이 있는 것이 똑같습니다. 지붕은 모두 우진각 지붕으로 지붕 꼭대기와 처마가 직접 이어져 있고 지붕 꼭대기에는 봉황상이 놓여 있습니다.

       은각사 대나무 정원에서 마차(抹茶)를 마십니다. 대나무 사이에서 부는 바람 소리와 대나무 향을 음미하면서 마차의 강렬함이 입안에서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낍니다.
 은각사 대나무 정원에서 마차(抹茶)를 마십니다. 대나무 사이에서 부는 바람 소리와 대나무 향을 음미하면서 마차의 강렬함이 입안에서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낍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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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둘레에 물을 담아둔 연못을 두는 것은 집과 물을 오가면 유유자적하는 무위 자연의 신선놀음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리고 화재나 지진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지진이 났을 때 물은 커튼처럼 지진의 충격을 흡수하여 집을 보호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지금 보이는 은각사는 처마나 건물이 검게 보입니다. 그러나 집을 처음 지었을 때는 옻칠과 여러 가지 색깔을 사용하여 화려했었다고 합니다. 이 화려한 색깔이 달빛에 반사되어 은색으로 보여 은각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 속에서 겉에 칠한 색이 바래서 지금은 잘 나타나지 않지만 겉에 바른 옛 안료의 흔적을 추적하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은각사 경내에 있는 도구도 건물과 산 아래 바위 아래 있는 샘입니다.
 은각사 경내에 있는 도구도 건물과 산 아래 바위 아래 있는 샘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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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는 초창기 귀족불교였습니다. 지배층이나 권력층에서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왕이나 귀족들이 나이를 먹거나 힘을 잃은 뒤 절을 새로 지어서 주지 스님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절은 단순히 신도들의 보시뿐만 아니라 정권의 지지와 후원을 받았습니다.

지금 은각사 경내에는 오랜 세월 속에서 새로운 건물이 늘어나고, 둘레 산들을 경내로 합해서 넓은 산책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 하나 불교는 차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에게 차를 제물로 올리기도 하고, 스님들이 선의 한 방편으로 차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특히 은각사 동쪽 바위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를 사용하여 차를 마셨습니다.

교토 동북쪽에 있는 은각사는 금각사처럼 사람을 단숨에 매료시키지 않습니다. 금각사처럼 불에 탄 적도 없고, 소설의 소재가 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하게 가꾸어 온 정원과 주변 동쪽 산들이 품어내는 깊은 맛이 있습니다.

       은각사 입구와 입구에서 안으로 이어지는 나무 울타리입니다. 동백, 산다화, 광나무 따위 늘 푸른 나무가 높이 자라고 있습니다.
 은각사 입구와 입구에서 안으로 이어지는 나무 울타리입니다. 동백, 산다화, 광나무 따위 늘 푸른 나무가 높이 자라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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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은각사, http://www.shokoku-ji.jp/g_about.html, 2015.6.28.
<가는 법> 교토역 앞에서 은각사행 버스가 있습니다. 은각사 앞에는 비와코 호수에서  끌어온 물이 흐르는 내가 있습니다. 내 서쪽으로 철학의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은각사, #교토, #마차, #정원,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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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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