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골이 깊습니다. 이념적 갈등도 여전합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분단 현실 속에서, 문학의 감동이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통일를 염원하는 시를 연재합니다. 국내 시인과 사할린 동포 시인, 특히 재일조선인 시동인회 <종소리>의 시인들이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작은 실천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열정이 모일 때 통일이 성큼 오리라 믿습니다. [편집자말] |
김성철
도꾜 신쥬꾸 한구석
'서울이여!' 간판을 건 음식점
호기심에 끌려 들어섰네
손님도 별로 없어 주인과 잔을 나누기로 했네
맥주 한잔에 명함을 교환하고
맥주 또 한잔에 나이 따지기
서울에 홀로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는
알고보니 마음착한 동갑나이 주인
가게이름 멋있게 잘 지었다고
내가 하는 말에
주인 얼굴은 뻘개지고
맥주병은 더 늘어나고
"혹시 조총련사람인가요?"
가게주인 조심스레 물어보는 말에
"왜? 머리에 뿔이 돋았어?"
우리서로 껄껄 웃어 또 잔을 비운다
좋은 세월이 오면 평양에 가게를 내고 싶다는
주인의 얘기는 꿈속처럼 달다
술에 취했나 말에 취했나
나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로 잔을 비워
빈병이 늘어날수록 정은 깊어져
그래선가 어느새 탁상에는
맥주 10병
도꾜 신쥬꾸 한구석
사나이 둘
맥주 10병에 구면이 되는
그래서 우리는 한핏줄
여름철 짧은 밤은 빨리도 물러가는데
"아, 참 주인님!"
오늘은 통일잔치 먼저 한 셈치고
값을 좀 더 깎아줄 순 없을까
김성철 시인은 |
- 1969년 일본 나가노현 출생 - 1994년 조선대학교 문학부 졸업 - <종소리>시인회 성원 - 대표작 <아버지는 통학길을 간다><더듬더듬 우리 말 고소한 우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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