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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4륜 구동 차는 몽골의 거칠 것 없는 평원 지대를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우리가 달리는 초원지대는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둘러싸고 있는 터브(Töv) 아이막(aimag). 아이막은 우리나라의 도(道)와 같은 행정단위로서 몽골 전국에 21개의 아이막이 있다. 터브 아이막의 초원 지대를 보면서 놀랍다고 생각되는 것은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함과 그 안에서 무수히 접하게 되는 수많은 가축이다.

유목국가 몽골에서는 중요한 가축 5가지를 5축(畜)이라고 하는데, 이 5축은 바로 말, 소, 양, 염소, 낙타를 말한다. 낙타를 제외한 가축들은 몽골 초원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가축들은 풀과 물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경주용 말과 양털을 실은 트럭들
경주마 나담 축제에서 말 경주에 나설 튼튼한 몽골 말들이다. ⓒ 노시경
한국 사람들 눈에 가장 신기한 것은 말의 무리가 초원지대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초원의 말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는데 말들이 트럭에 실려서 지나가는 모습이 눈앞을 지나간다. 7월에 열리는 몽골 최대의 민속 축제인 나담 축제(Naadam Festival)를 준비하는 모습들이다. 축제를 앞둔 시기에는 울란바토르와 그 외곽을 연결하는 도로에서 경주용 말들이 트럭에 실려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

말들의 몸통 위에 두른 주황색 덮개는 이 말이 경주용 말이라는 표시이다. 말의 체온을 유지하고 벌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이러한 덮개를 사용하므로, 이 덮개를 쓰고 있으면 특별히 관리되고 있는 말들인 것이다. 나는 초원을 질주하는 말들이 트럭 위에서 초원을 보며 어떤 느낌을 가질까 궁금했다. 편하게 이동해서 편하다기보다는 마음껏 평원을 질주하는 질주본능을 발산하지 못해서 갑갑할 것 같다.
양모 트럭 추운 겨울을 버틴 양들의 털은 품질이 좋아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 노시경
도로 위에는 양털을 한가득 싣고 달리는 러시아제 트럭도 여러 차례 지나간다. 이 양털은 직물과 카펫, 그리고 유목민들의 게르를 짜는 데에 사용되는 털이다. 양모가 자라기에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자란 이 양모는 몽골 목축산업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저 정도 크기의 트럭으로 계속 옮길 정도면 몽골의 주요산업이 양모 산업이라는 사실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털을 실은 트럭은 한눈에 봐도 과적 트럭인데 몽골은 아직 이런 과적 차량을 단속하는 문화는 만들어져 있지 않아 보인다.

염소는 영리하고 양은 멍청해
돌산 위의 양 양들은 몸이 가벼워서 구릉이나 돌산에 잘 올라간다. ⓒ 노시경
양들은 몸이 가벼워서 구릉 위나 낮은 돌산 위에 잘 올라간다. 몽골의 양들은 산 위에 올라가는 생활을 계속하기 때문에 몽골인들의 가장 대표적인 고기 요리인 허르헉(Horhog)에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 몽골의 양들은 다른 나라 양들에 비해 아주 두꺼운 가죽 털을 가지고 있다. 몽골 양모가 인기가 좋은 것은 살벌한 몽골의 겨울을 다 버티는 몽골 양들의 가죽과 털이 매우 두껍고 질기기 때문이다. 나는 몽골의 양들에 대해서 몽골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한국에서는 양을 보면 순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착한 사람을 순한 양 같다고 하는데 몽골에서는 어떤가요?"

 "몽골에서는 염소는 아주 영리한데 양은 아주 머리가 안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양을 방목할 때는 항상 영리한 염소와 같이 풀어놓지요. 몽골에서는 양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행동이 느리고 바보 같다는 뜻이에요."
방목되는 소 넓은 초원에 자유로이 방목되는 소들이 행복해 보인다. ⓒ 노시경
소도 방목 중인데 소들이 자라는 환경이 우리나라와는 너무 다르다. 소의 외양은 우리나라 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신기할 것이 없지만, 몽골의 소들은 초원에서 너무나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좁은 우리에 갇혀서 평생을 사는 우리나라 소들과는 달리 자라는 환경이 편안한 몽골의 소들이 훨씬 행복해 보인다. 그래서 억지로 마블링을 해서 지방질을 만드는 우리나라 소들보다 몽골 소들의 고기가 훨씬 건강에 좋다고 한다.
우리 안의 염소 유목민들은 귀중한 재산인 염소를 방목이 끝난 후 우리 안에서 보호한다. ⓒ 노시경
유목민들이 사는 게르 주변을 자세히 보니 말은 자유롭게 방목되고 있는데 염소는 우리에 가두어 두었다. 밤에는 유목민들의 재산인 작은 가축들을 우리에서 재우며 보호하는 것이다. 강변에서 놀고 있는 염소들은 아주 영리해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흑염소가 많은데 몽골에는 짙은 갈색의 윤기 나는 털을 가진 염소들이 많다. 눈빛도 마치 송아지처럼 착하고 순해 보인다. 염소 새끼들은 정말 앙증맞다고 할 정도로 귀엽게 생겼다. 평소 염소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나의 편견을 깨는 몽골의 염소들이다. 염소들은 풀도 잘 뜯어 먹고 영리해서 몽골의 유목민들은 양과 염소를 함께 풀어두고 양이 염소를 따라다니게 한다고 한다.
강변의 염소 염소들은 영리해서 풀도 잘 뜯고 눈치도 빠르다. ⓒ 노시경
차가 몽골에서는 제법 큰 마을을 지나는 중 몽골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마을 앞에 큰 염소시장이 섰다. 염소는 몽골의 5축 중에서도 가장 많이 길러지는 가축이고 큰 마을마다 염소시장이 열린다. 몽골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캐시미어 제품이 가장 인기가 있는데 이 캐시미어 제품의 원료가 바로 염소의 털이다. 양모와는 달리 이 염소의 털은 털갈이하는 봄에 자연스럽게 벗겨지는 털이다. 이 털을 모아서 만드는 직물이 최고급 캐시미어 제품이 되는 것이다. 몽골에서의 염소는 캐시미어 털도 주고 고기도 주는 가장 유용한 가축인 것이다.

넓은 초원에 있다가도 주인 찾아가는 동물들
염소시장 몽골의 가축 중 수가 가장 많은 염소는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거래된다. ⓒ 노시경
나는 저 넓은 초원에 있는 가축들이 어떻게 다 자기 주인이 있는 게르(Ger)를 찾아가는지가 궁금했다. 같이 여행을 떠난 몽골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저 가축들이 도망가지 않고 모두 자기 집을 찾아가나요?"

 "아침 일찍부터 방목된 가축들은 목초지에서 자유로이 풀을 뜯다가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왜 가축들이 굳이 사람들을 떠나지 않는 걸까요?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가축들이 스스로 이동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몽골의 혹독한 겨울 추위로부터 가축들을 보호해 주기 때문입니다. 양이나 염소 같은 작은 가축들은 큰 눈이 내렸을 때 파묻혀서 살아남기가 힘들죠. 특히 어린 새끼들은 몽골의 겨울을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에 지붕이 있는 동물들의 겨울 집을 만들어 눈으로부터 가축들을 보호합니다. 그리고 유목민들이 여름부터 준비하는 건초가 겨울에 가축들이 살아나가는 양식이 됩니다. 겨울에 건초가 없으면 작은 가축들은 다 죽습니다."
유목민 게르 해가 지면 이 유목민 게르 주변으로 가축들이 돌아온다. ⓒ 노시경
나는 그 외에도 사람들이 늑대와 같은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가축들을 보호해주는 것도 큰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기한 것은 이 가축, 즉 이 동물들은 사람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바로 알아본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자신의 가축을 가족과 같이 돌보고 있으니 가축들이 유목민들을 잘 따르는 것이다. 사람은 이 가축들로부터 신선한 고기와 유제품을 얻으니 몽골의 유목민들과 가축들은 서로 상생의 관계인 것이다. 
몽골의 유목민 유목민들은 가축을 자신의 가족들처럼 키운다. ⓒ 노시경
차는 거칠 것 없는 평원을 한동안 지나더니 굽이굽이 작은 구릉지대로 들어섰다. 구릉의 높이에 따라 앞선 차들이 보이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평원에서 길게 뻗은 길은 지평선까지 닿아 있고 차들이 그 안에서 고물고물 움직이고 있다.
엘승타사르하이 가는 길 굽이굽이 초원의 풍경이 이국적이고 신기하기만 하다. ⓒ 노시경
울란바토르에서 반사막지대인 엘승타사르하이까지 가는 길은 몽골의 길 중에서도 가장 포장상태가 좋은 도로라고 한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전혀 힘들지 않은 여정이다. 이동시간이 길기는 하지만 차창 밖의 풍경이 모두 이국적이고 신기한 것들이라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나와 여행을 많이 다녔던 아내도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다. 나는 차창 밖 풍경에 감동하면서 내가 왜 이제야 몽골에 왔는지 후회를 하였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00 편이 있습니다.

태그:#몽골, #몽골여행, #울란바토르, #터브 아이막, #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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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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