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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이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국정원 직원 자살 관련 현안보고를 마친뒤 자리로 향하며 강신명 경찰청장(아래)과 스치고 있다.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이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국정원 직원 자살 관련 현안보고를 마친뒤 자리로 향하며 강신명 경찰청장(아래)과 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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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소방당국이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담당 직원인 임아무개씨의 자살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전면 대응하고 나섰다. 특히 국정원의 수색 현장 개입 의혹 등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계속되는 파문을 잠재우려는 모습이었다.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신명 경찰청장과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은 국정원 해킹 의혹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씨의 사망 의혹과 관련해 현안보고를 진행했다.

소방당국 "국정원 조종 안 당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건 현장에 경찰보다 국정원이 먼저 도착한 점을 근거로 '국정원 개입 의혹'을 강하게 추궁했다. 박남춘 새정치연합 의원이 중앙소방본부와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은 소방대원이 임 과장의 마티즈 차량을 발견한 지 8분 후인 오후 12시 3분에 현장으로 와서 주변을 점검했다. 반면, 경찰은 오후 12시 50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국정원의 현장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의원은 "(소방당국은 임씨의 시신을 발견했을 당시) 경찰은 오지 않게 하고 국정원 직원이랑 먼저 상의했다"라며 "경찰이 여러 수사단계에서 따돌림당하는 나라가 정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은 소방당국이 경찰에 사건 현장 위치를 알려줄 때 정보를 여러 차례 잘못 알려준 점을 근거로 국정원 개입 의혹에 힘을 실었다. 그는 "애초 소방서는 경찰에 '화산리 800번지'라고 현장을 알려줬다가 그다음에는 그냥 '77번지'라고 했다, 이후 경찰이 다시 연락하니 이제야 정확한 주소인 '산 77번지'라고 말했다"라며 "단순 실수라고 보지 않는다, (당시) 국정원이 소방을 장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이 임씨의 배우자에게 112(경찰)이 아닌 119(소방본부)로 신고하라고 지시한 점을 언급하면서 "(배우자는) 자택 바로 옆에 용인동부경찰서가 있는데도 굳이 동백119안전센터에 먼저 들러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배제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은 "국정원에게서 조종받지 않았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경찰에 사건 현장 위치를 제공할 때 발생한 혼선은 "시스템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도 "국정원 직원인 줄 몰랐다, '동료 직원'이라고만 알고 있었다"라며 국정원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이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과 관련, 국정원 경찰 배제 의혹에 관한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이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과 관련, 국정원 경찰 배제 의혹에 관한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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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배제 대상으로 떠오른 경찰의 견해 또한 비슷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소방과 8번이나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갈 정도로 현장을 찾기 어려웠다"라고 혼선이 빚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구조 요청이므로, 소방이나 경찰 중 먼저 접수받은 쪽에서 (구조에 나서는 게) 상례"라며 "신고자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해서 즉시 출동하지 않았을 뿐이지 (경찰이) 배제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정청래 "마티즈 문 연 소방관, 현장에서 지문 안 나와"

소방당국의 현장 수색 과정을 두고도 질타가 쏟아졌다. '직장 동료'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의 현장 진술을 따랐다가 사고 현장에 1시간가량 늦게 도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앞서 노웅래 새정치연합 의원이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30분께 임씨가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23번지(야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오전 10시 40분께 야산 초입인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그러나 '나와 임씨는 낚시터를 자주 갔다'는 국정원 직원의 말에 따라 임씨가 숨진 현장과 2km 떨어진 낚시터를 수색하러 갔고, 이후 다시 돌아와 오전 11시 55분에야 임씨의 차량을 발견했다.

이에 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은 "통상 위치를 추적할 때 사건 현장이 아닌 기지국으로 좌표가 나오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크다"라며 "현장에 나온 가족의 증언 등 정보 등을 취합해 (수색 범위를) 판단한다"라고 해명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이 무전 대신 '거미줄을 치겠다(휴대전화로 통화하겠다)'고 한 대목 역시 도마에 올랐다. 조 본부장은 "현장 출동했을 때 간단한 내용만 무전으로 교신하고 상세한 내용은 휴대전화를 통해 상의할 수도 있다"라며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이 임씨의 시신을 발견한 당시 무전을 시도했지만, 지형 때문에 무전 교신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 의혹이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은 "사건 현장에서 임씨의 마티즈 차량 문을 처음 연 사람 신아무개 소방장이지만, 정작 신 소방장의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강신명 청장은 "17개의 지문이 발견됐지만 식별불능지문(일명 '쪽지문')이어서 파악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티츠 폐차 의혹을 두고도 강 청장은 "최근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처리한 차량 변사사건 10건을 조사해보니, 8건은 당일에 인계하고 나머지 2건은 다음 날에 인계했다"라며 "(임씨의 차량 역시) 형사 절차에 따라 사건 당일 유족에게 인도됐고, 차량 폐차는 유족의 뜻에 따라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태그:#국정원, #마티즈, #국정원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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