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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2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중증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중증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 10일 오후 2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중증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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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활동지원 제도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 중증장애인들이 화장실 걱정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시원하게 마음껏 물 한잔 떳떳하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거라고요." 

10일 오후 2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김정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국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씨 앞으로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7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중증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위해서였다. 이들은 뙤약볕 아래 모여 한 목소리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24시간 보장하라"고 외쳤다.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 등이 가정을 방문하여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현재 국가에서 실시하는 장애인 활동지원 시간은 13시간이며, 수급 대상은 1급~3급 장애인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지난 7월 8일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 보고서'를 내고, 일부 지자체가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광주광역시 등 6개 광역자치단체와 서울특별시 성동구 등 27개 기초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이용해 1일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를 운영하거나, 국가사업의 수급대상이 아닌 3등급 이하의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제도를 제공하는 것이 "과도한 복지서비스 제공"이라는 것이다(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신청자격은 감사원의 감사 기간인 2015년 1월~3월 이후인 6월 1일부터 3급 장애인에게까지 확대되었다). 

감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조정 없이 장애인활동 지원 추가사업을 시행한 서울특별시 등의 지자체에 협의요청서를 제출토록 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통보했다.

현재 사지 마비, 와상 장애인 등 100명의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감사원의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 보고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에 대해 '과도한 복지서비스 제공이 우려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 감사원의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 보고서 감사원의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 보고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에 대해 '과도한 복지서비스 제공이 우려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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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재정적 어려움 호소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확대에 대해, "결국 재정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장애인 한 명에게 하루 24시간 활동보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1년에 9천만 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 만약 활동보조인 단가인상까지 이뤄지면 1억 원 이상 들어간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각 지자체의 자체 예산으로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를 확대 시행하더라도, 지원 대상자가 늘어나고 재정문제가 불거지면 결국 중앙정부의 책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국정과제로 '중증장애인 통합 돌봄제공체계'를 추진하고 있다"며 "중증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응급안전서비스나 주·야간 보호서비스 등 다양한 돌봄서비스 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시도한다고 해도 해당 제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지자체에서 해당 제도에 대한 문의가 오면 국정과제 내용을 말하고, 이 방향에 맞게끔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구광역시는 지난해 지자체 예산으로 최중증 독거·취약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지원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복지부와의 사전 협의·조정 과정에서 무산됐다. 기존 제도와 중복되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대구시는 자체 예산으로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을 하루 3시간 더 확대해, 총 16시간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3시간의 활동지원은 부족하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4시간 중 부족한) 나머지 8시간에 대해서 공동 모금으로 기금을 구축해 응급안전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일 오후 2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중증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는 목숨입니다" 10일 오후 2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중증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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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 "24시간 활동보조 꼭 필요하다"

"24시간 활동보조가 없었을 때 저 하나 때문에 가족이 족쇄에 묶여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고 집에만 갇혀 살아, 약물치료까지 필요할 정도로 우울증이 와서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24시간 활동보조 제도 도입을 통해 저의 삶에 희망의 빛이 비추어졌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익선(29)씨는 인공호흡기를 끼고, 휠체어에 누운 채로 발언을 했다. 장씨는 몸의 근력이 점점 약해지는 근육병을 앓고 있다. 평상시에도 인공호흡기를 끼고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왔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9월부터 24시간 장애인 활동보조 제도를 시행해왔다. 장씨를 포함한 10명의 중증장애인이 제도 이용 대상이다.

장씨는 "광주시는 아직까지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11월부터 보통 복지사업이 바뀌기 때문에 그때 이 제도가 없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직접 광주시에 전화를 해봤지만, "아직은 협의 중이다,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씨는 보건복지부가 24시간 장애인 활동 지원제도를 확대하는 대신 추진하려는 응급안전서비스나 주·야간 보호서비스가 현실성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장씨는 "응급안전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된다, 구급차를 불러도 최소 5분이다"라며, "만약 인공호흡 마스크가 빠지면 5분 이상 버틴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장씨처럼 근육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의 경우,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신고하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리모컨을 누르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근육병을 앓던 중증장애인이 집에 혼자 있는 사이 인공호흡기가 빠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6월 사망한 고 오지석씨의 사례다. 오씨는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지 30분 만에 인공호흡기가 빠졌다.

오씨는 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씨의 누나가 119에 신고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오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47일을 병상에서 지내다 끝내 사망했다.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일이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익선씨. 장씨는 근육병을 앓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씨는 인공호흡기를 끼고, 휠체어에 누워 발언을 이어갔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익선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익선씨. 장씨는 근육병을 앓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씨는 인공호흡기를 끼고, 휠체어에 누워 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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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주·야간 보호 서비스의 경우,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설까지 가야한다"며 "시설에 가는 것도 힘들고, 그곳에서는 개인의 생활이 전혀 보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실제 장애인들이 있는 현장을 보고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며, "사생활 침해를 해도 되니까 직접 와서 저의 생활을 보고 정책을 입안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관련 정책을 구상함에 있어 장애인의 인권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동행한 활동보조인 조현옥(50)씨도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가 폐지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씨는 "만약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도입 이전처럼 8시간 정도만 활동지원을 할 수 있다면 당황스럽고 분노스러울 것 같다"며 "사회복지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장애인 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박근혜 규탄하라", "박근혜 사퇴하라", "활동보조 24시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장애인들을 막아섰다.
▲ 경찰과 대치중인 장애인 활동가들 기자회견이 끝나고, 장애인 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박근혜 규탄하라", "박근혜 사퇴하라", "활동보조 24시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장애인들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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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은 1시간가량 이어져, 오후 3시에 종료됐다. 하지만 청운동사무소 앞 횡단보도 부근에서 "박근혜 규탄한다", "박근혜 사퇴하라", "활동보조 24시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애인들과 경찰의 대치가 이어졌고, 오후 4시 30분께 상황이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한 중증장애인이 급격한 체온 상승으로 인한 어지러움을 호소해, 구급차가 오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장애인 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박근혜 규탄하라", "박근혜 사퇴하라", "활동보조 24시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장애인들을 막아섰다.
▲ 경찰 방패를 미는 장애인 활동가 기자회견이 끝나고, 장애인 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박근혜 규탄하라", "박근혜 사퇴하라", "활동보조 24시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장애인들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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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김예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중증장애인, #장애인활동지원,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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