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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총장 권한대행을 맡은 안홍배 교육 부총장(왼쪽)과 차정인 교수회 비대위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총장 직선제 실현 등을 포함한 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총장 권한대행을 맡은 안홍배 교육 부총장(왼쪽)과 차정인 교수회 비대위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총장 직선제 실현 등을 포함한 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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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교수 투신 사망 사건까지 불러온 부산대학교의 총장 선출이 결국 직선제를 지켜내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부산대 본부와 교수회 비상대책위(아래 비대위)는 19일 이틀에 걸친 마라톤 협의 끝에 총장 직선제를 실현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를 밟는 데 합의했다.

부산대 안홍배 총장 권한대행과 차정인 비대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 20분께 대학 본부에서 협상 결과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양측은 "고 고현철 교수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부산대학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대학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합의는 오는 25일 교무회의 보고와 법률자문 등을 거쳐 늦어도 9월 안에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이러한 결과를 들고 고 교수의 유족을 만나 장례 일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유족은 고 교수의 뜻인 직선제 복귀와 학내 민주주의 실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례를 연기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간선제 도입을 막아낸 비대위는 이번 결과를 반겼다. 차 부위원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리 부산대가 교육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총장 직선제를 지켜낸 대학이 됐다"면서 "앞으로 전국 모든 국립대학에 대한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총장 선출제도를 철폐 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대서 시작된 직선제 바람 전국으로 번질까?

부산대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인근에는 총장 직선제 복귀를 응원하는 카페까지 생겨났다. 카페 헤세이티는 19일부터 총장 직선제 도입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연대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부산대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인근에는 총장 직선제 복귀를 응원하는 카페까지 생겨났다. 카페 헤세이티는 19일부터 총장 직선제 도입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연대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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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가 총장간선제 도입 방침을 버리고 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한 배경에는 직선제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애초 대학 내에서도, 교수 사회에 머물렀던 총장 선출 문제는 고 교수의 투신 사망 사건 이후 대학은 물론 사회 전반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런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는 19일부터 대학 본관 앞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야간 집회에 나선다. 개강 전까지 학내 여론을 결집해 학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쳐나가겠다는 것이 총학생회의 계획이다.

학교 담장 너머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부산대 인근에서는 총장직선제 회복을 위한 연대 이벤트에 들어간 카페까지 등장했다. 카페 헤세이티는 총장 직선제 복귀 운동에 참여한 학생에게는 술값 등을 50% 할인해 주겠다고 나섰다. 황경민(48) 헤세이티 대표는 "이번 일은 단순히 부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대학 사회의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이벤트를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부산대 민주동문회와 학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간담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관심은 부산에서 시작된 직선제 복귀 바람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느냐이다. 우선 전국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는 오는 20일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이던 총회를 부산대에서 열고 국립대 교수 사회 전반으로 이 문제를 확산해 나가는 것을 논의한다. 간선제로 돌아선 각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직선제 재도입 움직임이 다시 불붙을 수 있는 만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조문 행렬... 학내 민주화 회복 방안 마련 다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도종환 의원(오른쪽)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가운데)이 19일 오후 고 고현철 교수의 분향소가 마련된 부산대학교 본관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총장 직선제 복귀와 학내 민주주의 실현 등을 요구하며 교내에서 투신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도종환 의원(오른쪽)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가운데)이 19일 오후 고 고현철 교수의 분향소가 마련된 부산대학교 본관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총장 직선제 복귀와 학내 민주주의 실현 등을 요구하며 교내에서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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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조문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정진후(정의당) 의원이 함께 부산대 본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들 의원은 상임위원회 활동과 현안 질의 등을 통해 총장 간선제 도입의 문제점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앞서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위원장과 당직자들도 부산대 본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위원장을 만난 비대위 협상단은 국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고, 김 위원장은 "관련 상임위에 이러한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잠잠하던 여권에서도 정부의 무리한 총장 간선제 강행이 이번 비극을 빚어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학의 자율성을 너무나도 인정하지 않는 현 교육부의 태도는 반드시 수정해야 할 것"이라며 "총장 직선제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결국 그 최종 선택권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할 것"이란 글을 남겼다.


태그:#부산대, #총장간선제, #총장직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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