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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간에 주방앞에서 한 컷. 노무현 대통령 그림이 그려진 앞치마가 인상적이다
▲ 김호일 인터뷰 중간에 주방앞에서 한 컷. 노무현 대통령 그림이 그려진 앞치마가 인상적이다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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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어김없이 식당으로 향한다. 10년 넘게 해오던 일이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여전히 힘겹다. 원래 어머니가 경영하던 식당을 이어받았다. 지금까지도 어머니가 새벽에 함께 나와 된장찌개의 간을 보고 밑반찬이나 주방의 청결 상태를 점검한다.

"어제 다 쓴 된장통은 왜 설거지를 안 해 놨노?"
"아, 그거? 오늘 한꺼번에 설거지하려고 그냥 둔건데…."
"그라마 안 된다. 마칠 때 깨끗하게 설거지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야 복이 들어오는기라."
"예, 알겠심니더."

오늘도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식당 옆 주차장에서 담배 하나 피워 물면서 김호일 정의당 경북도당 경산 지역위원회 위원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김호일 위원장이 이 식당을 한 지도 햇수로 12년이란 세월이 훌쩍 넘었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던 그가 어머니 식당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주위의 시선이었다. 자신이 졸업한 대학교 앞에서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된장을 끓이고 손님을 맞는 것이 처음에는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다.

"처음에는 '쪽 팔렸죠'. 어머니 식당이 그래도 이곳 영남대 앞에서는 맛집이라고 입소문이 난 곳이라 점심,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꽤 많아요. 가끔 아는 교수님도 오고, 선후배도 오는데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가니까 다 익숙해지더라구요. 그리고 돈 버는 재미에 차츰 빠지다 보니 그런거 이제 전혀 신경 안 씁니다."

김호일 위원장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때문이었다. 대학교 때 조금은 사회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당시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던 평범한 수준의 가치관이었다. 그 흔한 데모 한번 해본 적도 없었지만 그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상했습니다. 그냥 그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멍한 공허감, 안타까움, 미안함… 그런 것이 뒤섞이면서 하루 종일 눈물이 나와서 일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 이후 식당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밤 늦도록 책을 읽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부터 각종 사회과학, 정치 관련 서적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한국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한 동영상을 보며 소위 '셀프 의식화'를 했다.

"여러 가지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제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한국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면서 화도 많이 났고요. 집사람이 그 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집에 오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그런데 지금도 겉으로는 투덜대도 저 많이 도와줍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노무현 대통령이 뭐랬냐면...

경상도에서 노란 점퍼를 입는 자체가 도전인 경우가 많다
▲ 선거운동 경상도에서 노란 점퍼를 입는 자체가 도전인 경우가 많다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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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호일 위원장은 국민참여당이라는 정당에 처음으로 가입을 했고 국민참여당 시절부터 지역위원장을 맡아 지금도 정의당 지역위원장이다. 당원정기모임을 하면 모임 장소는 김호일 위원장이 하는 식당이다. 그럴 때마다 손수 찌개를 끓이고 돼지고기 볶아서 당원들에게 대접한다.

"고맙죠, 흔히 경상북도를 진보의 불모지라고 하잖아요.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고… 예전에 국민참여당 할 때 현수막을 걸면 다음 날 아침에 누가 다 찢어놨어요. 10개를 걸면 6~7개는 처참한 꼴을 당합니다. 그만큼 야당이나 진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당원 가입하고 한 달에 만 원씩 당비를 내고 정기모임에도 나오는데 어찌 고맙지 않겠습니까? 정기모임 하면 정말로 행복합니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에도 존재하는 그 자체가 기쁨이거든요. 그래서 같이 모여서 토론하고 술 한 잔 하고 하면 진짜 기분 좋습니다."

처음 정의당이 창당했을 때 당원수는 20명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100명을 훌쩍 넘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 당원들이 똘똘 뭉쳐 정의당 소속 재선 시의원도 만들어 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내년 총선에 이곳 경산에서 정의당 후보로 출마할 생각입니다. 아직 선거구도 정해지지 않았고 선거제도도 확정된 것이 없지만 한번 제대로 해 볼 생각입니다. 혹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하면 정당 투표가 중요한데 후보가 없는 것보다 우리 정의당 후보가 나와서 열심히 뛰는 것이 정당득표율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당선 가능성을 묻자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100% 떨어지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죠.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닙니다. 이곳은 메추리알로 북한산 인수봉 치는 곳입니다.

저번에 조명호 기자 쓴 기사 봤습니다(관련기사: KTX도 멈춘 최경환... 힘자랑 그리 하고 싶었나). 그만큼 최경환 의원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내년 총선에도 당선이 확실하고요. 하지만 해 봐야죠. <암살>이란 영화에서 유명한 대사 있잖아요. 싸우고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물론 선거가 싸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지만 최경환 의원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득표하는 것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나 최경환 의원을 위해서라도 좋을 겁니다. 정치는 기업회장이나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나 고위 공무원들만 하는 게 아니라 저 같은 된장찌개집 주인도 할 수 있는 것이 좋은 나라 아닙니까?"

정치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할 수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김호일 위원장. 낙선이 뻔한 지역구에서 무모한 도전을 하는 그를 보며 예정된 실패라는 말에도 1%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는 바보 같은 사람의 내년 총선을 기대해 본다.


태그:#정의당 , #최경환 지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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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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