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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없으면 역사가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섬에서도 과거 수 천 년 동안 사람들이 살았으나 섬 살이에 대한 기록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래서 섬은 있으되 섬의 역사는 없다. 지금도 섬에 대한 무관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스로 섬을 기록하는 사관을 자임하는 강제윤 시인이 '섬 사진'을 들고 창원 나들이를 하고 있다. 10월 한 달 동안 창원 의창구 이강갤러리에서 '섬나라, 한국'전을 열고 있다.

강제윤 시인의 사진 <관매도>.
 강제윤 시인의 사진 <관매도>.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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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시인은 지난 4월부터 서울 나우갤러리, 전남도청, 통영 거북선호텔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이번이 네 번째다. 섬여행가인 그는 요즘 많은 사람들과 섬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자 '인문학습원 섬학교'를 열어 교장으로 있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가거도> <관매도> <마라도> <상노대노> <어청도> <추자도> <통영 오륙도> <하의도> <한산도> <홍도>를 보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한국은 일본만큼이나 많은 섬을 가진 '섬나라'인데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 높지 않다는 것. 크고 작은 섬(도서)들이 동서남해안에 흩어져 있는데 그 숫자는 무려 4500여 개나 된다.

그 많은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섬(유인도)은 500여 개다. 강제윤 시인은 유인도 가운데 450여 개를, 지난 10여 년 동안 직접 발로 디뎌보고 글과 사진 등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섬 사랑을 강조한다.

"우리는 우리 땅이 좁은 줄은 알지만 우리의 바다가 얼마나 넓은 줄은 모른다. 영토의 3배가 영해다. 그 영해의 중심이 섬이다. 바다로, 섬으로 가면 우리는 더 넓은 세상과 대면할 수 있다. 육로는 사방이 닫혀 있지만 섬의 길은 어느 쪽으로도 열려 있다. 섬에서 우리는 움츠러들어 있던 정신의 근육을 무한대로 키울 수 있다."

강제윤 시인은 일주일만 바다와 섬을 보지 못해도 몸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느낌이란다.

"바다 곁에 서면 몸은 다시 물먹은 건해삼처럼 부풀어 오르며 생명력을 되찾는다. 태생적 섬사람인 까닭이다. 선박과 항해술의 발달로 섬으로 가는 길은 부쩍 가까워졌는데도 어째서 우리는 여전히 섬들을 멀게만 느끼는 것일까.

수만 리 먼 나라들을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우리는 왜 바로 곁에 있는 섬으로는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섬은 불편하고 척박하고 버림받은 유배의 땅이라는 육지 중심의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뿌리는 조선왕조의 폐쇄적인 해양 정책인 공도 정책에 잇닿아 있다."

그는 '육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한다.

"우리는 섬을 배제하고 오랫동안 좁은 땅에서만 갇혀 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시야도 폐쇄적으로 변해버렸다. 사대적 습성이나 이방인에 대한 배타성은 그에서 비롯된 바 크다. 섬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넓은 세계의 주인공인가를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육지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충분히 크고 드넓다. 사대주의 따위가 들어설 틈이 없다."

강제윤 시인은 "섬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개방성과 열린 사고를 되찾기 위한 최적의 사유공간"이라며 "배타성 따위는 단숨에 날려 버릴 수 있다, 우리가 섬들을 사랑하고 섬으로 가야 할 이유다"고 밝혔다.

<섬나라, 한국>전은 섬과 뭍을 잇는 가교다.

강 시인은 그동안 <섬택리지> <섬을 걷다> <걷고 싶은 우리 섬> <통영은 맛있다> <보길도에서 온 편지> 등을 펴냈다.

강제윤 시인의 사진 <가거도>.
 강제윤 시인의 사진 <가거도>.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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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시인의 사진 <통영 오륙도>
 강제윤 시인의 사진 <통영 오륙도>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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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시인의 사진 <하의도>.
 강제윤 시인의 사진 <하의도>.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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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시인의 사진 <한산도>.
 강제윤 시인의 사진 <한산도>.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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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제윤 시인, #<섬나라 한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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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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